베이커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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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어스커피

손님이 단골이 되고, 단골이 동료가 되는 카페

브루어스커피. 2016년 12월 충남 천안 신부동에서 시작된 로컬 카페. 직접 내린 커피와 시그니처 구움과자, 그리고 활기찬 팀 에너지로 손님과 일상을 나누며, 매장을 넘어 커뮤니티로 확장되는 로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그니처 디저트

솔트카라멜 휘낭시에

솔트카라멜 휘낭시에

나야, 겉바속촉 솔트카라멜 휘낭시에. 보통 휘낭시에는 반죽에 다 넣고 구워지지만, 내 본체는 정통 휘낭시에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얇은 수제 카라멜을 우비처럼 뒤집어쓰고 있어. 식감 차이도 재밌고 눈도 즐겁겠지? 이런 나를 보러 손님 대부분이 가게를 찾아올 정도래. 내가 이렇게 태어난 건 사실 사장님의 집요한 성격 덕이야. 나를 연구하는 며칠 몇 주 카라멜을 얼마나 얇게 입혀야 재미있는 바삭함, 부담 없는 단맛이 느껴지는지를 수십 수백 번 테스트하시더라고. 손님들이 나를 좋아해주면 등 뒤에서 은근한 사장님의 미소가 느껴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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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매장을 열 당시의 마음과 방향성이 궁금해요.

제 공간을 갖기 전에도 바리스타로 일했는데요. 커피란 단순한 음료가 아니더라고요. 커피 한 잔이 한 사람의 하루와 감정을 세팅하는 경험이란 걸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통해 느꼈어요. 언젠가 내 공간이 생긴다면, 단순히 넓고 아름다운 카페가 아니라, 오는 분들이 편안하게 말을 걸고 서로 기억해주는 조금은 아늑한 장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꿈꾸었어요. 나고 자란 고향인 천안에 뿌리내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했습니다.

고향에서 내 공간을 시작하는 의미는 작지 않을 것 같아요. 지역 기반 브랜드로서 어느덧 10년을 보내셨죠.

비수도권 커피숍은 생각처럼 어렵지만은 않아요. 오히려 서울보다 단골손님 비율이 훨씬 높기도 하죠. 서울처럼 경쟁과 흐름이 활발한 곳은 그만큼 이탈도 많기 마련이니까요. 제가 처음 매장을 연 신부동 골목은 나이 든 분들이 슈퍼와 세탁소를 운영하는 조용한 골목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가게들이 늘었고, 골목이 어느 정도의 활기를 띠기 시작하더라고요. 그사이에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시기도 있었는데, 오래 남을 곳은 오래 남고, 금세 사라질 곳은 사라지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의 활기와 질서를 동시에 지닌 거리의 모습을 갖춘 것 같아요.

단골손님들을 자주 보다 보면 그분들에게서 단순히 커피 취향 이상의 것을 발견하거나 서로 공유하는 일도 생기겠네요.

맞아요. 저희는 팝업이나 다양한 협업도 많이 하는 편이고, 그중에서는 조금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런클럽’도 있어요. 카페와 러닝이라니, 하실 수도 있겠지만 단골손님들과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같이 운동도 하고 같이 생활을 하는 셈이라고 상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대도시와 비교해서 어떤 문화적인 시도나 유행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아요. 다만 꺼지지 않고 오래가는 은은한 열정이 지역의 강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거예요. 한 사람의 단골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식으로 접점과 밀도를 높임으로써, 잠깐 들르는 동네가 아니라 머무르는 동네, 추억이 쌓이는 로컬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쉬는 날 없이 운영하는 이유도, 운영시간을 넉넉히 잡은 것도 유행이 아닌 생활의 무대로서 항상 그 자리에 있고 싶어서예요. 한두 명만 모이더라도 모임을 만들고, 접점을 만들고, 그렇게 커뮤니티를 다져가려고 해요. 추억을 함께한다는 것은 같이 단단해진다는 의미잖아요? 단순한 생산자–소비자 관계를 넘어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같이 실현해나가는 동료를 만들어가는 거죠.

손님들과 함께 하는 브루어스커피의 런클럽 / 사진제공: 브루어스커피
손님들과 함께 하는 브루어스커피의 런클럽 / 사진제공: 브루어스커피

동료라는 낱말이 나온 김에 브루어스 팀 소개를 들어볼까요?

좋습니다. 그전 이야기를 조금 잇자면 실제로 단골분들 중 몇 분은 스태프가 돼주셨어요, 브루어스의 따뜻한 분위기가 좋아서 와준 친구 덕분에 브루어스의 실내 온도가 좀 더 올라갔죠. 저희 팀은 총 20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커피집의 이름인 brewers도 결국 ‘커피 내리는 사람들’이란 뜻이잖아요. 우리들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선 브루어스에서 가장 오래 손발을 맞춘 직원은 지금 2호점의 점장이랍니다. 어떤 시도든 함께할 수 있는 저의 오른팔이에요. 멤버 중 대다수가 말 그대로 브루어, 즉 바리스타인데, 플랜테리어(식물)를 맡아주고 있는 스태프도 있어요. 카페를 오픈하면 가장 먼저 식물들의 물을 갈고 잎을 정리해주는데, 이런 식물친구들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카페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인터뷰 시리즈도 SNS를 통해 재미있게 봤어요. 인터뷰어로서 인터뷰이를 알게 된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인터뷰이 입장에서 커피와 카페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상기하고 태도를 가다듬는 기회로 삼는 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맞아요. 사실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얻기는 쉬운데요. 하지만 오래 바리스타로 브루어로 산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예요. 우리 모두가 각자의 독보적인 자리를 꾸리고, 잊지 않고, 잃지 않게끔, 서로를 북돋아야 한다고 믿어요. 저희 카페가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성장해야 한다고 느끼는 이유도, 함께하는 친구들에 있어요. 그들이 한 사람의 직원이 아니라 매니저로, 또 다른 영역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도 브루어스커피를 한층 키우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롤플레이어보다는 팀플레이어로 함께하는 분위기가 필수적이니, ‘브루잉 커피타임’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일정 시간을 안배해놓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단순히 매출 얘기나 지시가 오가는 자리가 아니라 요즘 고객 반응은 어떤지 업무 중 힘든 일은 없는지 브랜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각자의 방향성과 잘 맞는지 하는 것들을 함께 점검합니다.

브루어스커피는 천안의 대표 브랜드예요. 하지만 이렇게 인식하는 건 천안 사람들만은 아니죠. 브루어스라는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린 계기는 어떤 걸까요?

어찌 보면 코로나라는, 숍으로서는 위기의 시기에 온라인교육을 선보일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천안 너머까지 이름을 알릴 기회를 맞았어요. 저는 27세라는 조금 이른 나이에 창업을 한 편인데요. 당시를 떠올리면 정말 막막해요.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는 물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도 잘 몰랐던 것 같거든요. 온라인교육 플랫폼으로부터 컨설팅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과거의 저였어요. 내가 나를 도와야겠다, 용기를 내서 알려줘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교육자 정체성을 얻은 지 만 3년이 되어가는데요. 레시피를 100% 노출해서 알려드릴 수 있는 건, 진짜 자리를 잡고 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제 100을 알려드리되, 그걸 50으로 삼고 자신의 100을 만들기를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며느리에게도 알려주기 어려운 레시피를 전수해주시는 이유가 거기 있군요. 말씀하신 대로 브루어스커피만의 디저트 색깔이 있는 것 같아요.

초기에는 디저트 없이 커피만 판매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제가 자주 찾고 영감을 받는 카페에는 꼭 그 카페의 얼굴이 될 만한 디저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2017년부터 베이킹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실제 선보인 것은 2018년 연중이에요. 1년간의 준비기간을 통해 구움과자를 안정적으로 만들게 되면서, 특색을 가미하고 싶다는 희망이 강했어요. 결과적으로는 반죽에 모든 걸 넣고 섞어 굽는 기본 휘낭시에 대신, 완성된 휘낭시에에 직접 만든 카라멜을 아주 얇게 입혀 식감 차이를 주는 식으로 개발을 해나갔어요. 기대했던 대로 이런 작은 디테일이 입소문을 타면서 브루어스커피는 지역을 넘어 휘낭시에 잘하는 카페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온라인클래스나 출강 같은 문의를 많이 받게 된 것도 휘낭시에 덕분이었어요. 맛있는 커피가 인상적인 하루의 시작을 돕는다면, 좋은 디저트는 그 계절을 알게 해줘요. 저희 역시 그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이는데요. 밤치케 플랑(밤, 치즈케이크, 몽블랑)과 밤말차 휘낭시에, 추석 때는 송편 모양 마들렌이나 참깨플로랑탱 같은 디저트를 소개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의 계절을 만끽하시게끔 한답니다.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브루어스커피 / 사진제공: 브루어스커피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브루어스커피 / 사진제공: 브루어스커피

브루어스커피

이동혁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하루는 본점의 머신이 고장났어요. 본점 오픈 시간 직후에 머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팀 모두가 당황했죠. 우선은 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고, 할 수 있는 데 집중하자 싶었습니다. 그래서 커피집이지만 오늘만은 커피 판매를 멈추고, 준비해둔 구움과자를 테이크아웃 형태로만 판매하는 ‘팝업’ 형식으로 운영을 했어요. 포장해가시는 고객분들께 할인도 해드리고요. 두 매장을 병행 운영하고 있는 요즘, 성장할수록 결정의 개수나 무게가 커진다는 점을 새삼 체감하게 되는 사건이 아니었나 해요.

Sweet moment

커피집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단골손님의 프러포즈 사건이에요. 일하던 매장에서 메뉴 개발 테스트를 손님들에게 맛보여드리는 일이 많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한 남자 손님이 매장 마감 뒤에 프러포즈를 하신 적이 있어요. 카카오톡 실시간으로 전략 회의를 하면서 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었죠. 그분은 지금 아빠가 되셨고, 지금 우리 매장에는 가족이 함께 찾아주고 계세요. 단골손님의 연애, 결혼, 출산 등 생애주기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하고, 그 과정에서 제가 변함없이 커피를 만들어드릴 수 있다는 건 확실한 행복입니다.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