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하루에 찍히는 달콤한 점 하나
데이도트. 학창시절부터 함께 요리를 배워온 두 친구가 2024년 4월 연 경기 안양의 디저트숍으로, 현재는 호계동에 위치한다. 레시피와 비주얼을 무한실험하는 두 도전가가 일상의 디저트를 통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물하고 있다.
시그니처 디저트
포레누아 오너먼트

내 이름은 포레누아 오너먼트. 이름처럼 검붉고 하얀 트리 장식을 닮은 심장 같은 도넛이지. 겉에 두른 레드 글레이즈 위에 하얀 스노우플레이크를 올리고 있어. 속에는 체리 콩피, 초코 무스, 키르시 크림이 층층이 들어 있어서 한 입 베어 물면, 진한 초콜릿의 부드러움, 체리 산미, 키르시 향이 차례차례 전해져 와. 겨울이라는 계절의 공기를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나를 만나러 와. 너의 겨울 추억을 장식해줄게.
베이커스 스토리
데이도트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저희 둘은 ‘요리’라는 꿈을 일찍부터 꿨어요. 요리대회 정보를 보면 항상 같이 나갔어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평소 접하지 않던 디저트를 자꾸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새로운 걸 구현하는 재미에 빠진 것 같아요. 그렇게 함께하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작은 공방을 차렸고, 우리만의 레시피나 디자인도 만들어보게 됐죠. 그래서 저희에게 ‘디저트’는 ‘도전’의 다른 말이에요. 시도하고 도전하는 그 새롭고 설레는 마음이 데이도트까지 이어져왔어요.
두 분을 구심점으로, 점차 확장된 팀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둘이서 메뉴 개발부터 제작, 운영까지 전부 직접 부딪혀가면서 시작했는데요. 그러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들이 필요하구나, 어떻게 나누는 게 좋겠구나를 자연스럽게 알았어요. 현재 데이도트는 제과팀과 홀 운영팀, 크게 두 파트로 깔끔하게 자리 잡았어요. 제과팀은 디저트를 만들고, 홀 운영팀은 손님 응대와 매장 분위기를 책임지죠. 팀색깔을 이야기해보자면, 전반적으로 젊고 에너지가 있어요. 저희 둘부터도 그렇지만 다른 친구들 역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즐기는 편이라서, “가보자!” 하고 서로 힘을 북돋아주는 편이에요. 손발도 잘 맞고, 흐름도 좋은, ‘으쌰으쌰’ 청춘들입니다.
마감시간이 무려 밤 11시더라고요. 체력 유지를 위해 따로 운동을 하시나요?
디저트라는 것이 낭만적이어 보이기는 해도 실상은 엄청나게 강도 높은 노동이잖아요. 잠시도 앉을 새 없이, 하루 종일 서서 움직이는 일이죠. 그래서 기본체력 유지가 상상 이상으로 중요하더라고요. 평소에 기초체력을 다진다는 느낌으로 휴무마다 러닝에 열심입니다. 시간이 나면 다른 카페에 들러서 디저트 구경하기도 하고요. 일상 속 운동이죠. 약간은 긴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이나 아이디어를 편하게 즐긴다는 게 기분전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자연스럽게 영감도 얻고요.
아이디어를 짜내야지! 하고 각을 잡으면 찾아오지 않는 게 영감이니까요.
맞아요. 진짜 좋은 아이디어는 책상보다는 예상 못 한 곳에서 많이 오는 것 같아요. 디저트는 음식이니까 다른 음식을 레퍼런스 삼아야지, 음식에서 시작해야지 이렇게 틀을 갖추고 시작하는 것보다, 오감을 열고 받아들이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꼭 레스토랑이 아니라, 편집숍이나 전혀 다른 업종을 보다가도 ‘여기 분위기 정말 좋다. 이 분위기를 디저트로 구현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상상하면 너무 즐거워요. 하나의 공간에는 색감, 질감, 온도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기록하고 키워드로 추출하다 보면 상상 속에서 디저트의 꼴이 갖춰지더라고요. 또 그런 영감은 순식간에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늦지 않게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하거나 사진으로 남겨두려고 해요. 시간이 흐르고 나서 기록해두었던 이미지나 키워드들을 다시 꺼내보는 게 큰 도움이 돼요. 데이도트 스타일에 맞게 조합하고 다듬는 것도 재밌고요. 경험한 작은 순간들이 모여 우리 디저트가 된다는 게 마법 같아요.
제철 디저트를 선보이는 숍이라면 모두 ‘시즌’과 ‘시즌아웃’이란 타이밍이 있기 마련이지만, ‘새롭게 출시’된다는 안내가 참 많은 데이도트의 SNS를 보면, 도전의식과 재빠른 행동력이 고대로 전해져와요.
디저트란 건 매일 먹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한번 방문했던 손님이 똑같은 디저트를 계속 고집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게끔 선택지를 드린다는 것도 디저트숍 운영의 즐거움 아닐까 했어요. 저희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지만, 새로운 디저트를 고르고 맛본다는 것 역시 일종의 즐거운 도전일 테니까요.

작은 매장에서 좀더 확장된 규모로 옮기셨고, 팝업들도 성공적으로 치르고 계신데요. 앞으로의 방향성은 어떻게 꾸리고 계시나요?
눈에 보이는 성장도 좋지만, 우리가 지켜온 일관된 우리다움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데이도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즉 ‘새로운 시도’가 손님들에게 특별한 설명이나 강조 없이 자연스레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만약 한결같다면 그것은 ‘변화해나가는 한결같음’이어야 해요. 다만 새로운 시도 안에서도 균형이 흔들리지 않아야겠죠. 일정한 수준의 맛, 단순하고 정확한 구성, 기본에 충실한 방식을 지켜나가면서 흔들림 없이 ‘시도’를 선보이고 싶어요. 저희에겐 새로운 시도인 것들이, 손님에게는 편한 일상이 되게 하려면, 좀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데이도트를 조금 더 많은 자리에서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다면, 저희가 친숙해질 테니까요. 최근 팝업이나 협업에 열려 있는 것도, 새로운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저희를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데이도트
이태선, 김재명의 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손님이 많아지고 매장도 커지는 중에 팝업도 자주 진행하다 보니, 새로운 직원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원두 그라인딩 세팅이 기존과 조금씩 달라지거나, 포장 방식이 틀어지거나, 아직 호흡이 안 맞아서 동선이 꼬이는 순간들이 생기죠. 이런 부분이 흔들리면 고객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더라고요. ‘팀이 커질수록 작고 세부적인 기준을 더 명확하게 잡고 가야 한다’는 걸 배우는 요즘입니다. 서비스의 수준을 타협하지 않는 선에서 일정하게 맞춘다는 게 매일의 도전이 되었어요. 그래도 혼자가 아니고, 팀 전부가 함께 체크하고 보완해주면서 조금씩 안정감을 얻고 있습니다.
Sweet moment
가장 벅차는 순간은 역시 처음 선보이는 디저트를 준비할 때예요.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면서 하나씩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늘 두근거려요. 반응도 너무 궁금하고요. 최근 진행했던 팝업들도 준비과정은 정신없이 바빴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우리 디저트를 보여주고, 새로운 손님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면서 희열을 느꼈어요.‘이 맛에 이 일 하는 거지’, “이게 진짜 우리가 좋아하는 순간이지” 싶었답니다.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