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먹거리가 가득한 간이휴게소
도너티. 경기 용인 남사읍에 위치한 도넛카페. 커피와 명실상부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 도넛과 커피의 글자 일부(donut+ee)를 딴 카페.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과 가까운 이웃으로 시작한 도넛가게는 매일 10시에 문 연다.
시그니처 디저트
우유 도넛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커피야. 걔의 가장 친한 친구도 나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글쎄, 그렇게 보자면 경쟁자가 좀 많은 편이지. 나는 요즘 유행하는 글루텐 가득하게 잔뜩 부푼 쫀득한 도넛은 아니야.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옛날식 ‘도나쓰’ 알지? 거기에 고운 밀크파우더가 잔뜩 뿌려져 있는 그림을 상상해봐! 그렇다고 기대감에 콧김이라도 뿜는다면 얼굴이 가루범벅이 될지도 모르니 조심하도록!
베이커스 스토리
편안하고도 따스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도너티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어떤 분인가요?
저는 군대를 전역하고 4년 정도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한 이력이 있어요. 그전부터도 카페 다니기 좋아하는 대학생이었고요. 기본적으로는 내향적인 성격인데요. 손님과 대화를 유려하게 주도해나가는 스타일은 못 되죠. 다만 이런 저를 보완해줄 수 있는 팀멤버들은 외향형이 많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밸런스가 찾아지는 것 같아요. 저는 쉴 때도 다른 카페에 들러 조용히 디저트를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걸 좋아해요. 그렇게 보내는 시간에 에너지가 채워지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저희 공간에 들러주시는 분들이 무엇보다도 ‘오래 머물 수 있는 편안함’을 느끼셨으면 해요.
상호보완되는 팀 멤버라니, 이상적인데요. 도너티의 인재 자랑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도너티에는 저 빼고 5명의 인재가 일하고 있는데, 그중 2명은 베이커리팀에서, 그중 3명은 바리스타로 있습니다. 오픈부터 함께 준비한 친구는 예전에 일한 카페에서 베이커리 팀을 맡았던 분이에요. 또 오픈하면서 함께한 매니저도 지금껏 좋은 버팀목이 돼주고 계세요. 사실 카페에서 일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자기만의 공간을 꾸리고 싶으리라 예상했는데, 이 친구들은 저의 고생을 바로 옆에서 목도해서인지 새로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도너티를 확장해나가자는 비전을 역으로 저에게 불어넣어주는 편이에요. 5명 중 3명이 오랜 동료들이었고, 그들이 함께해주고 싶다고 손을 먼저 내밀기도 했어서, 팀으로서 합을 맞추는 어려움 같은 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답니다.
꼭 내향형이라고 해서 인간관계를 피하는 편은 아니죠. 오히려 깊은 우정을 쌓는 내향형 인간이 많고요. 사장님 역시 조용히 손님들을 좋아하고 계시겠죠?
맞아요. 커피가 좋다는 단순한 이유로 일을 시작했지만, 카페를 운영한다는 건 커피를 만들어 내어주는 일 이상임을 느끼게 됩니다. 매일 같은 듯 다른 하루 속에서, 비슷한 듯 다른 표정의 손님들을 마주치고, 그들에게 주어진 잠깐의 쉼을 곁에서 함께하는 일. 그들과의 짧은 대화, 커피 한 잔으로 주고받는 온기 같은 것들이 문득 이 일의 진짜 의미라고 느끼고 있어요. 지친 하루 끝에 손님분들이 남겨주신 리뷰를 보다가 깊이 감동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고 보면 도너티 리뷰가 최근 4,000개를 넘겼더라고요…! 저희들이 고민한 방향을 단번에 알아봐주는 분들을 만나면 ‘그걸 어떻게 아셨지? SNS에 쓰거나 이야기하지도 않았는데.’ 마음속으로 놀라기도 합니다.

후기에 감동한다고 하셨지만, 사실 후기를 쓰게 되는 이유 역시 카페에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일 테죠. 꽤 다양한 품목을 소개하고 계시는데, 그 개별을 만드는 공정이 상당할 것 같다는 인상입니다.
사실 저희 모토가 이거예요. 손이 한 번이라도 더 닿으면 맛있어지기 마련이다! 아주 작고 미묘하더라도 좋은 디테일이 생긴다면 정성을 줄이지 않는 거죠. 효율은 매장동선이나 포장방식 같은 부분에서 찾으면 되니까요. 지금 도너티는 우유도넛을 필두로 계절감이 많이 드러나는 겨울의 딸기도넛과 유자도넛, 여름의 라즈베리도넛과 레몬도넛 같은 메뉴들을 스테디로 소개하고 있어요. 언제 오셔도 늘 10종의 도넛이 준비되어 있지요. 메뉴 개발 회의를 따로 하지는 않는데요. 가볍고 러프한 아이디어가 생각나는 대로 일하는 사람들끼리 툭툭 던져 공유하고, 캐주얼하게 대화하면서 피드백을 받는 형태를 좋아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 여러 가지 버전의 디저트를 만들어놓고 저희끼리 블라인드테스트를 진행하는데요. 소량의 설탕 같은 디테일까지 호감도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좁혀가는 편이에요.
손이 닿으면 맛있어지기 마련이라고 하셨지만, 현실적인 운영 흐름을 고려할 때 귀결되는 적정선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매장 크기, 주방 환경, 인력 등을 고려했을 때 소화하기 힘든 메뉴는 과감히 정리하기도 해요. 저희가 기본적으로 소개하는 아홉 개 도넛은 베이스가 같고 그 위 토핑으로 차별화하는데요. 예전에 시그니처 우유도넛과 결이 비슷한 초코우유 도넛을 출시한 적이 있어요. 이 도넛은 반죽 자체에 초코가 들어가는 터라 반죽을 따로 쓰고, 튀기는 기름에 초코가 들어가기 마련이니 튀김 작업을 하면 추가적인 정제 작업이 요구됐죠. 한정된 작업시간 내에서 너무 많은 공정, 낮은 효율은 전체적인 도넛 퀄리티 저하로 이어지기에, 안타깝지만 기간을 한정해 소개했어요. 다만 좀더 효율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서 언젠가 재출시해야겠다는 계획이 마음 한켠에 있답니다.
확실히 오픈과 동시에 모든 도넛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압박이겠어요. 도너티 하루의 시작은 몇 시인가요? 휴무일이 따로 없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매장 오픈은 10시인데 도넛을 만들기 위해 몇 시간 더 일찍 출근합니다. 당연하게도 매일 아침 만들어지는 도넛을 당일 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신선하고 맛있어요. 매일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지칠 수도 있잖아요? 다른 곳, 다른 일을 원하는 마음도 생기고요. 그런 부분은 우리의 공간을 색다르게 만들고, 메뉴에 포인트를 주면서 리프레시해나가요. 할로윈이나 어린이날, 추석, 크리스마스 시즌, 1주년, 2주년 이벤트 같은 시기에 맞추어 새로운 도넛은 물론 매장의 분위기까지도 조금 색다르게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이것은 손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희 자신들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당일생산하는 도넛의 수요예측이라는 어려운 미션에 자신이 생기셨나요?
어떤 날은 마감했는데도 도넛이 남고, 어떤 날은 이제 막 점심이 되었는데 솔드아웃되는 경우가 있어요. 수요예측은 언제나 난제지요. 다만 조금씩 근사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 단위로 보면 들쭉날쭉해 보이는 판매량도, 평일끼리 주말끼리 낮끼리 저녁끼리 맑은 날끼리 궂은 날끼리 묶어놓고 보면 경향성이 보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다음 날 200~550개의 도넛을 예상하고 준비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도너티
이재현의 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첫 매장을 3명이라는 인원이서 아등바등 운영하던 첫 1년은 쉬는 날 하루 없이 달렸고, 집에 도착하는 평균 시각이 새벽 1시였어요. 머리 자르러 간 미용실에서 다만 몇십 분이라도 눈을 붙이는 게 휴식의 전부였달까요… 하지만 이 경우 기대보다 잘돼서 힘든 셈이었으니 쓰다고만은 하기 어렵고요. 정말 쓴 순간은! 역시나 도넛이 많이 남았을 때? 직원들도 제 울상을 보면 “내일은 하나도 안 남을 거예요!”라고 파이팅해주더라고요. 정성스럽게 만든 만큼 남았을 때의 슬픔이 상당해요.
Sweet moment
다른 매장에서 직원으로 있을 때랑, 직접 경영자로 사업을 꾸려가면서 손님분들을 대할 때랑 마음가짐이나 인상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해요.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적이고 짧은 대화들에서도 진심이 느껴져 행복하고, 단골분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고, 카페 상품이 아닌 선물들을 손수 준비해서 주고받기도 해요. 이런 관계들에서 이 일 하길 참 잘했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