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커피집
너티프레소.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베이커리카페. 김명집, 남동호, 대문자E 사장님 둘이 하이파이브하며 반겨주는 곳으로, 오전 8시에 문을 연다. 유럽식 카페를 표방하며 모든 먹을거리는 당일생산 당일폐기를 원칙 삼는다.
시그니처 디저트
두바이카다이프 치아바타

안녕, 난 두바이카다이프 치아바타야. 내 정체성의 출발점은 대비와 전환이지. 보통 두바이초콜릿 하면 화려하고 달콤한 디저트의 전유물이잖아? 근데 슴슴하고 든든한 식사빵의 대표, 치아바타라는 정반대 방향에서 출발했어. 내 반죽은 지나치게 달지도, 거칠게 짜지도 않아. 허기를 받아줄 담백함을 잘 지키고 있지. 그 속에 다크초콜릿과 피스타치오 카다이프가 녹아 있는 고소하고 풍부한 달콤함이 한가득 담겨 있어! 그래서 단순하 ‘달콤하다’가 아니라 ‘내가 몰랐던 달콤함이네?’라는 반응을 끌어내지. 달콤함이 풍미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빵. 작고 치사한 디저트는 저리 가라고~
베이커스 스토리
너티프레소는 어떻게 운영되는 곳인가요?
우리 카페의 코어밸류는 세 가지입니다. 회전율, 특별한 메뉴, 그리고 환대예요. 역삼 상권의 특성상 오래 머물고 천천히 즐기는 카페보다는 원하는 메뉴가 늦지 않게 나오게끔, 숙련된 바리스타와 파티시에, 좋은 팀워크, 짧은 오퍼레이션 동션을 통해 효율을 마련하죠. 요즘은 디저트를 맛있고 멋있게 만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기에 대다수 카페는 일관되고 수준 높은 푸드를 납품받아 운영합니다. 그런 풍토에서 우리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메뉴를 선보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단일화, 평준화의 가치도 좋지만, 우리만의 메뉴를 선보이는 기쁨도 크답니다.
‘환대’에 관해서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요즘은 대다수 카페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게끔 되어 있으니 눈을 마주친다거나 작은 대화를 나누기 힘들어졌잖아요. 그런데 너티프레소는 하이파이브까지 하면서 맞아주시죠!
맞아요! 환대는 저희의 세 가지 코어밸류 중에서도 으뜸으로 중요한 덕목입니다. 무조건 밝고 크게 인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사람에 맞추어 편안하고 기분 좋게 환대해드리고 싶어요. 아무리 바빠도 “직접 맛있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 두 가지는 꼭 손님께 말씀드리는데요. 프랜차이즈가 아닌 카페의 폐업률이 80%라는 이야기를 듣는 상황에 지지 않으려면 이건 꼭 지켜나가야 한다고 믿어요.
F45를 운영하는 사장님 두 분이 꾸리는 공간이라는 게 손뼉에서도 느껴지지만, 코어밸류라는 워딩에서도 느껴져요. F45라는 새로운 형태의 다이내믹한 짐을 경영하면서 체득한 노하우 같은 것을 너티프레소에도 적용하시나요?
저는 사실 인상이나 직관보다는 데이터를 믿는 편이에요. 데이터 추출을 좋아한달까요…? 퍼널을 분석하면서 어디서 얼마나 많은 분이 유입되고 어디서 얼마나 되는 분들이 이탈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정기화, 정례화하고 있을 정도예요. 사실 너티프레소를 오픈하고 딱 한 달 동안은 숫자를 보지 않았거든요. 그냥 느끼려고 했죠! 하지만 4주간의 ‘흐름’이라고 하는 것이 ‘선’ 형태로 손쉽게 파악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금요일에 전체미팅을 소집했죠. 지금은 매 금요일 하고 있는데, 어젠다를 정하고, 작지만 구체적인 KPI를 설정하기도 해요. 다 같이 볼 수 있는 형태로 현황을 파악하고 미션들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좋아요. 9평밖에 안 되는 커피숍이지만 저희는 정말 진지하답니다.
너티프레소 두 사장님들의 인연도 F45 때부터 이어진 거죠?
맞아요. 아마 제가 한국에서 F45를 가장 오래 해온 사람일 거예요. 그전에는 직업군인이었는데 꽂힌 듯이 전역 다음 날부터 F45 코치로 일하기 시작했거든요. F45를 오래하고 좋아하고 확장해가면서 3개 지점을 경영하는 중에, 안정화되었다고 느낀 시점이 있었어요. 그때 제 마음속에 있던 꿈, 그리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 종목, 바로 커피숍을 공동대표님께도 제안해서 설득에 성공한 거죠. 스몰토크도 많고 커피도 정말 맛있는 그런 카페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팀워크가 빛나는 너티프레소이다 보니, 팀을 만든 과정과 팀워크 유지비결도 궁금합니다. 다른 팀원들 소개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팀워크의 비결은… 우리 팀이 급조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너티프레소의 바리스타는 무려 저의 대학선배로, 제가 아는 한 커피 가장 잘하는 사람이에요. 얼마 전까지 호텔 커피숍에서 커피 오마카세를 하기도 했고, 호주에서 온 친구들도 너티프레소에서 한국 최고의 커피를 맛보았다고 말해줄 정도예요. 그리고 푸드를 만드는 파티시에는… 무려 저의 여자친구입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빵 만드는 데 진심이고, 카페를 직접 운영한 경험도 있고, 자기가 번 돈으로 르꼬르동블루를 나온 셀프메이드 인재죠. 아까 잠깐 언급했던 김명집 대표님은 ‘불편’ 핸들러예요. 경영을 한다는 것은 각종 불편을 마주하는 일의 연속인데, 그것들을 노련하게 다루고 극복해나가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경쾌한 에너지 안에서 흔들림 없는 오너십을 느끼게 됩니다. 아직 오픈한 지 석 달밖에 안 된 카페이지만, 안정감이랄까 행복감을 느낀 기점을 맞으셨는지 궁금해요.
최고 매출을 이번 주에 달성한 데다가 바리스타로부터 자기가 경험한 최고의 팀워크였다는 회고를 들은 한 주였어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만족도 최고였죠. 매주 적어도 한 번은 모든 팀원들에게 이곳에서 맞은 좋은 순간에 대해 들려달라고 물어보거든요.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일하는 템포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그 기분이 팀워크가 제대로 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고요. 정말 행복하고 든든한 요즘이에요.
너티프레소의 경우, 모든 푸드의 당일생산 당일폐기가 원칙이잖아요? 수요예측이나 공급량 마련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딱 맞게 모두 나가면 베스트이겠지만, 많이 남아도 문제가 되진 않아요. 약간 여유 있게 마감한 날은 오히려 근처 돌아다니면서 사장님들에게 맛보여드리면서 정다운 관계를 맺을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역삼상권의 많은 분들, 많은 얼굴들은 이미 알고 있어요. 떡도 돌려보았고, 새 메뉴도 여기저기 시음하실 수 있게 나눠드리기도 하면서요. 비록 수요예측에 실패했을지라도 그날이 실패하게 놔두지는 않아요. 좋은 기분, 달콤한 순간들을 전달하면 그것은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리뷰마케팅 등 외부홍보비용을 지출하지 않았는데도 오픈 100일 만에 리뷰 400개를 넘겼거든요. 이례적인 반응이라고 많은 분들께 칭찬받았습니다.
처음 커피숍을 차리기로 했을 때 주변분들이 모두 반대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식으로 그런 피드백들을 소화하고 계신가요? 그러한 포즈가 앞으로의 방향성도 말해줄 것 같아 듣고 싶습니다.
맞아요. 상권도 최적이 아니고, 커피라는 업종도 쉽지가 않다고, 부동산부터가 걱정하셨어요. 그런 피드백을 받고자 한 건 사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어요. 마음속에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런 네거티브한 피드백들을 어떤 식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싶었기 때문에 여쭤본 데 가까웠죠. 아직 완전히 그 모든 것들을 뒤엎고 성공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최근에 느낀 것은 이거예요. 너무도 훌륭하고 잠재력 있는 인재들을 이 9평짜리 테이크아웃점에 담아두긴 아깝다는 것! 커피와 빵 맛에 대한 좋은 평가를 정말 많이 받아요. 한 번쯤 오시라고 E 성향 사장 둘이서 발품을 팔 수는 있지만,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건 ‘맛’이잖아요? 재구매율을 걱정 않게 만들어주는 우리 팀원들을 생각하면, 애초에 크게 시작할걸 하는 생각도 들고, 늦지 않게 2호점을 열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정말 빠르면 내년 2분기 때 (2호점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너티프레소
김명집, 남동호의 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쓰디쓴 순간까지는 없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테라스 자리에 테이블을 폈다가 공용공간을 침해했다는 신고를 받은 적은 있지만요. 공용공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건 사실이니까요. 이 정도를 가지고 쓴 순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인터뷰어: 쓴 순간이 없다는 것 자체가 대표님의 캐릭터성인 것 같은데요?) 제대로 보셨습니다!
Sweet moment
하루는 한 남자 손님이 일곱 분을 이끌고 단체로 오셨는데, “여기가 내가 말한 최고 카페야!”하며 연신 칭찬해주시는 거예요. 감사한 마음에 여덟 분이 나눠 드실 작은 가니시를 챙겨드렸는데, 친구분들도 그분의 열띤 애정을 긍정하는 표정을 지어주셨어요. 또 한번은 멀리 이사 가신 단골이 오랜만에 들르셨는데요. “늘 반응이 떨떠름하던 시각장애인 안마사님이, 이 집 커피만은 근사하다고 했거든요.” 하시는 거예요. 그 민감한 감각을 충족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른 차원의 뿌듯함을 느꼈답니다.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