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여행의 기념품, 찰랑이는 디저트
두딩. 2020년, 강원 강릉 교동에서 오픈한 두부푸딩 전문점으로, 모든 푸딩은 강릉 초당두부로 만든다. 초당두부 캐릭터 ‘두딩’처럼 귀엽고 친숙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문을 연다.
시그니처 디저트
두부맛 두부푸딩

안녕, 두(부푸)딩이라고 해. 2020년 강원도 대표 관광지인 강릉에서 태어났어. 강릉 두부를 더 부드럽고 귀엽게 건네고 싶다는 사장님 소원이 이루어진 결과물이 나지! 내게는 여섯 가지의 표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나다운 대표 얼굴은, 두부맛 표정이야. 우유랑 바닐라가 섞인 듯 부드럽고 순한 단맛 속에는 초당두부의 은근한 고소함이 포진해 있어. 처음 먹는 사람도 바로 경계를 푸는 맛이지. 실은 내가 낯을 가리는 편이라 병 속에 경직된 채 얼어 있어. 하지만 너의 스푼에 오르는 순간, 살짝 출렁이며 인사를 건네지. 말랑한 강릉친구 하나 만들어보지 않을래?
베이커스 스토리
어떻게 사장님이 되신 건가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창업에 대한 열망이 컸어요. 대학 시절에는 창업 동아리를 운영하고, 여러 창업대회에 출전하면서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 바로 창업하진 못했고, 우선 회사에서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판단했죠. 그런데 회사생활 중 희귀한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시간을 보냈고, 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후회가 없겠다고 느껴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입원하신 기간이 중요한 전환점이 된 셈이었네요. 그때 고른 창업의 주제가 ‘두부’와 ‘푸딩’인 건 어떤 맥락에서였는지요.
강릉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서, 창업을 구체화하는 시점에서 다른 유명 관광지들에 비해 강릉에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가 거의 없다는 점을 눈여겨보았어요. 단순히 맛있는 디저트를 넘어, 강릉에 오고 싶어지고 다시 찾고 싶어지고 계속 살게 만드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답니다. 강릉의 특산물을 조사해보니 여러 재료가 있었지만, 안정적인 수급과 디저트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기준으로 세웠을 때 가장 매력적인 소재는 두부였어요. 특히 초당두부는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를 지녔기에, 새로운 디저트로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두부의 촉촉함과 수분감, 고소한 목넘김을 억지로 바꾸기보다 그 자체를 매력으로 받아주는 형태가 바로 푸딩이었고, 그렇게 두부푸딩이 탄생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귀여운 ‘두딩’이란 캐릭터가 순백색 슴슴한 두부를 잘 표현해내는 것 같아요. 두딩이 그려진 패키지를 받고 싶어서라도 여러 개를 포장해 가게 돼요.
두부를 기본으로 삼는 정직한 브랜드이지만, 재미없거나 심심한 이미지는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층 귀엽고 친숙한 두부 디저트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초당두부를 모티프로 한 귀여운 두부 캐릭터를 만들었죠. 많은 분들이 귀여워해주시는 덕분에 지금은 작은 굿즈들, 패키지 등 곳곳에 두딩이 프린트되어 있답니다. 두부푸딩을 담는 데는 튼튼하고 믿을 수 있는 국내산 유리병만을 사용하고, 여러 번의 세척과 소독 단계를 거칩니다. 유리병에는 환경과 위생, 외관상(푸딩의 색상이 그대로 비쳐 보인다는) 장점이 한데 있죠. 유리병을 덮은 종이 덮개에는 조금 하찮지만 귀여운 두딩의 표정이 그려져 있어요. 푸딩의 맛과 여운을 기억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는 사실이 참 든든합니다.

두부푸딩은 어떤 디저트인가요? 맛과 식감, 종류를 자세히 소개해주신다면요.
두부푸딩은 수없는 연구와 레시피 변경을 통해 완성된 제품입니다. 처음에는 순두부와 최대한 비슷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지금은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으면서, 끝에 살짝 고소한 두부 맛이 맴도는 푸딩”을 완성했다고 자부해요. 현재 기본 라인은 두부맛, 흑임자맛, 녹차맛, 커피맛, 초코맛, 총 다섯 가지 맛으로 준비되어 있고, 멜론맛, 딸기맛, 호지차, 블루베리 등 시즌메뉴 한 가지가 추가됩니다.
절묘한 식감에 이르기까지의 시행착오가 상당하셨을 것 같아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빵, 도넛, 케이크, 커피 등 기존 틀에 두부를 맞추며 실험했어요. 하지만 수분이 높아 형태가 무너지거나 크림과 재료가 분리되는 실패가 반복됐죠. 온도와 시간을 조금만 조정해도 향과 농도 균형이 쉽게 깨졌습니다. 그러다 출발점을 바꿨어요. 다른 꼴을 상정하고 그걸 두부에게 맞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두부에서 출발해서 두부가 원하는 형태를 찾자고요. 그 답이 푸딩이었어요. 부드러운 물성을 억지로 바꾸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구조였죠. 그때부터는 도전이 아니라 균형을 버티게 하는 설계의 반복이었습니다. 수십 번의 테스트 끝에 쫀득하고 찰랑이는 기준값을 확보했고, 그제야 지금의 두딩이 태어났습니다.
일의 강도는 어떤가요?
사실 자영업이란, 얼마든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기에 여가가 한없이 줄어드는 직업이에요. 특히 편히 쉬는 성격이 못 되는 저는, 휴무일에도 오후까지 다음 날 장사를 준비하며 하루를 보낸답니다. 그런 저에게 감사하게도 큰 복이 하나 있어요. 오랜 기간 함께해주고 있는 직원들, 바로 인복이죠. 저희는 크게 홀과 주방 파트를 나눠 근무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행히도, 모두가 편안하고 심플한 분위기 속에서 일해나가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채워진 복 덕분에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6년차를 바라보는 두딩입니다. 앞으로 두딩이 그리고 있는 꿈이 있다면요.
순두부와 비슷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실험이, 이제는 강릉을 대표하는 디저트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새삼스럽고 감사해요. 어떤 식으로 브랜드를 확장해나갈 것인가는 현재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주제예요. 지금도 여유와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를 하지 않으려고, 지금껏 팝업, 분점, 투자와 같은 다양한 제안을 거절해왔는데요. 이러다가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따르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은 꿈은,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공간과 창고를 마련해 수량·보관 문제를 해결하고, 캐릭터 굿즈와 패키지까지 포함한 ‘두딩만의 세계관’을 조금 더 풍성하게 보여드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두부가 들어간, 부드럽고 따뜻한 디저트를 지금까지처럼 계속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두딩만의 건축물을 지어 두딩을 선보인다는 작지 않은 꿈도, 차차 준비해서 실현할 계획입니다.
두딩
김범준의 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가장 최근이자 큰 충격이었던 순간은 2025년 4월의 차량 돌진 사고였습니다. 예기치 못한 차량이 가게로 돌진하는 사고가 있었고, 다행히 정기휴무일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매장이 크게 파손되었습니다. 안전 점검과 복구 작업을 위해 한 달 가까이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죠. 막 5주년을 맞아 리브랜딩과 매장 리모델링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아쉬움이 컸어요. 긴 수리와 정비를 마치고 5월 중순 다시 손님들을 맞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날 문을 열면서는 솔직히 조금 조심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날 들러 안부와 응원을 나누어주는 손님들을 보며, 안도와 감사가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Sweet moment
대학 시절 전국 창업대회에서 수상한 적도 있었지만, 저에게 가장 달콤했던 순간은,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2022년 강릉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입니다. 강릉을 알리는 얼굴이 되었다는 생각에 벅찼던 기억이에요. 여름 성수기에는 매일 한정 수량이 조기 품절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데요, 강릉분들만이 아니라 강릉에 여행 온 분들이 많아요. 강릉의 추억을 두부푸딩으로 기념해주시는 모습에 형언하기 힘든 보람을 느낍니다.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