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미가 느껴지는 카카오 본연의 초콜릿
메이커스초콜릿. 경기 김포 풍무동에 위치한 초콜릿공장. 탄자니아, 페루 등 현지에서 공수한 카카오빈을 직접 로스팅하고 콘칭(conching)하여 만든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시그니처 디저트
밀크수제 생초콜릿

나는 메이커스초콜릿표 생초콜릿이야. 빈투바 초콜릿으로 만들어낸 생초콜릿으로는 국내 유일이라고 할 수 있지! 다른 생초콜릿들은 이미 가공된 커버처(초콜릿 매스)를 녹여서 쓰지만, 나는 카카오빈 공장 태생이지. 카카오빈을 로스터로 직접 볶고, 콘칭기(맷돌의 원리로 젓고 치대는 기계)로 사흘 갈아내면 처음엔 알갱이 상태이던 카카오가 완전히 액체가 돼. 아마 초콜릿 하면 달콤하거나 쓴맛만 상상할 텐데, 원래 카카오는 과일인 거 알지? 발효를 거치면 바나나나 망고 같은 시큼한 산미가 나. 시판 초콜릿의 경우 화학처리 공정에서 산미가 지워져. 카카오 본연의 향과 산미를 느끼고 싶다면, 나를 선택해줘. 더 이상 초콜릿을 뻔한 디저트로 볼 수 없게 될 거야.
베이커스 스토리
기성 초콜릿과 다른 방식으로 만든다고 해도, 사실 초콜릿이 어떤 성분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르는 소비자가 많아요.
대부분의 초콜릿 브랜드는 이미 완성돼 있는 초콜릿 매스(커버처)를 사서 써요. 단순히 녹여서 재성형을 하는 것이니 편리하죠. 커버처들은 알칼리 화학처리를 거친 뒤 유통되는데, 이 과정에서 카카오 영양소의 70% 정도는 소실된다고 봐야 해요. 그때 카카오 특유의 시큼하고 그윽한 산미도 사라지죠. 물론 늘 일정하고 균일한 맛을 낸다는 것은 강점이기도 해요. 반면 저희는 카카오빈 자체를 수입해 와서 공장에서 직접 로스팅하고, 카카오를 콘칭기로 3일 동안 갈아서 액화된 초콜릿을 몰드에 부어 템퍼링해서 만든 빈투바 방식으로 초콜릿을 만듭니다. 카카오는 본래 과일의 씨앗인 만큼, 산지별로 다양하게 발효해서 고유한 특색을 지녀요. 저희는 이러한 풍미를 보존한 리얼 초콜릿을 만든다고 설명드릴 수 있겠네요.
설명을 들으니 제가 가지고 있던 초콜릿의 스펙트럼이 전보다 확장된 느낌이에요.
맞아요. 같은 다크 초콜릿이라도 산지별로 고유한 산미가 있기 때문에 꼭 직접 맛보고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메이커스초콜릿에서도 다채로운 초콜릿의 맛을 경험하기 좋은 시리즈를 70% 카카오 바 시리즈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페루 · 코스타리카 · 에콰도르 · 탄자니아, 네 나라의 빈 각각에서 고유한 향을 느끼실 수 있어요. 배합 비율은 같더라도, 토양, 기후, 발효방식, 건조방식이 다르거든요. 이를테면 페루산 빈투바에는 깊고 묵직한 향, 호박엿을 닮은 바디감이 있는 반면, 탄자니아산 빈투바는 베리류의 그윽한 산미, 상대적으로 연한 초콜릿향, 가벼운 바디감이 특징적이죠.
초콜릿공장이라고 하면 만화영화 같은 이미지도 떠오르는데요. 실제 공장이 가지는 의미는 어떤 건가요?
공장을 갖추지 않은 많은 업체들은 외주생산을 통해 초콜릿을 판매해요. 저희처럼 직접 초콜릿공장을 운영하며 제품을 만드는 방식에는 많은 유리함이 따르죠. 신제품만 해도 그래요. 어떤 아이디어가 문득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볼 수 있잖아요? 초콜릿이란 섬세한 디저트는 결국 배합에 승부처가 있으니까, 그 자리에서 여러 가지 배합을 실행하고 바로 맛보며 조정해나갈 수 있죠. 그래서 식품을 다루는 공장이란, 한편으로는 LAB(연구실)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해외여행이나 출장으로 초콜릿공장을 방문하기도 해요. 빈투바 매장을 보면 어떤 방식으로 초콜릿이 생산되고 디자인되는지 한눈에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견학 겸 여행을 가면 한 매장에서 100만 원 넘는 초콜릿을 사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답니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초콜릿은, 레시피를 추론해보면서 비슷하게 구현하거나, 반대로 어떤 부분을 다르게 만들어보거나 하면서 공장에서 여러 가지 실험들을 해요.

단순히 ‘메이커스’의 초콜릿만이 아니라 진짜 초콜릿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인터뷰인 것 같아요.
정확히 보셨어요. 사실 저는 메이커스초콜릿의 가치만 올라가기 원하지 않아요. ‘진짜 초콜릿’의 국내 기준을 올려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거든요. 지금 우리가 쉽게 맛볼 수 있는 초콜릿들은 가공유지, 팜유, 각종 첨가물 성분이 높은데요. 유화제 없이 가능한 한 깨끗한 재료로 만든 빈투바 초콜릿이 새로운 보통의 기준이 되는 시대를 꿈꾸고 있어요. 연중 기온차가 큰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농장까지 다루며(국내에서 실내 재배시스템을 만든다거나 해외까지 영역을 넓힌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거예요) 트리투바(Tree to Bar) 시스템까지도 구현해보고 싶답니다.
공장에 들르면 쇼룸에서 초콜릿을 맛보고 이런 이야기들도 직접 들을 수 있나요?
비공식적인 공장 내부 견학까지도 환영입니다! 실제로 손님들을 만나 초콜릿 생산의 이런 내력들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사실 공장에 딸린 쇼룸을 찾아주실 정도면 초콜릿에 일가견 있는 분들인 경우가 많아요. 그중에는 다른 빈투바 매장을 가보셨던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제가 오히려 배울 때도 많답니다. 가끔은 이런 공장을 김포에서 운영해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받기도 하는데 정말 행복한 순간이죠. 제가 그간 해온 유통업이란 것은 누군가 만든 제품을 단순히 많이 팔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것이었어요. 결코 무의미하다곤 볼 수는 없지만, 자체 브랜드에서 건강한 철학을 담아 만든 초콜릿을 파는 보람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유통업이란 어떤 분야인가요? 공동으로 계신 조성락 대표님도 일하면서 알게 된 사이신가요?
함께하는 조성락 대표님은 벼룩시장 시절 중고 컴퓨터 등의 IT기기 유통 1세대였고, 저는 중고 휴대폰을 B2C 유통으로 시작한 1.5세대쯤 되어요. 마블링이라는 알뜰폰사업자도 운영하고 있고요. 조 대표님과는 동종업계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즈니스파트너가 되었어요. 벤처회사를 잘 키우시고 매각한 조 대표님은 동일업종 겸업 금지기간이라는 일종의 안식년이 생기자 여기저기 견문을 넓히고 계셨어요. 그러다 해외에서 맛본 산미 있는 초콜릿에 꽂힌 거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자주 연락하며 지내던 저한테도 그런 초콜릿의 세계를 소개해주셨는데, 위스키나 커피만이 아니라 초콜릿에 있어서도 맛의 스펙트럼이 무궁무진하다는 건 충격 그 자체였어요. B2C 판매경험이 있는 제게 조 대표님이 맛있고 건강한 초콜릿을 만들어 팔아보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망설임 없이 판매뿐 아니라 생산까지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답니다. 대표님의 빈 건물이 마침 제격의 장소였죠. 둘 다 추진력이 강하다 보니, 초콜릿 생산에 필요한 설비들이 공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HACCP 설비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어렵지 않게 인증까지 마쳤습니다. 그 뒤로는 저희 회사의 마케팅팀이 자연스럽게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두 대표님의 케미스트리가 보통이 아닌데요!
추진력이나 실행력 면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는 기업가지만, 파고들자면 본질적인 캐릭터는 정반대예요. 공장 설립자인 성락 대표님은 정통의 빈투바 방식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입장이고, 판매현장의 중심에 있는 저는 시장의 반응에 예민한 편이에요. 저는 상품군을 다양하게 만들면서 반응들을 점검하고, 유연한 시도와 결정을 내리자고 설득하는 입장이에요. 이렇게 다른 두 대표가 매일 얘기하며 절충점에서 만나다 보면 아이디어가 상품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디어 상태로 소멸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렇게 다른 스타일이 서로 상보적이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건 인격적인 존중에 바탕한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믿어요.
메이커스초콜릿
전현준의 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카카오라는 과일을 발효하는 과정에서는 자연히 유산균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좋은 세균도 결국 세균이잖아요? 현재 식약처 기준으로 균수를 컨트롤하게 되면, 좋은 발효균도 죽여야 해요. 커버처 초콜릿을 사용하지 않고 싶어도 일정 부분은 섞어야만 유통 가능한 초콜릿 기준을 충족하게끔 되는 거죠. 그럼에도 최대한 저희 초콜릿의 농도를 높여 고유한 산미를 살리고 싶어, 정말 많은 개수의 배합 샘플로 세균검사를 받던 검사 지옥 구간이 있었어요. 현 기준을 충족하는 한에서는 가장 풍부한 맛을 내는 초콜릿이라고 자부해요. 다만 제도적인 부분이 개선되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초콜릿을 선보일 자신이 있거든요. 세균수 제한 없이 저희 초콜릿으로만 일군 축복의 맛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Sweet moment
공장설립을 성락 대표님이 맡았다면, 제품의 판매와 홍보는 대체로 제 임무였어요. 자신 있게 시작했지만 초반에는 월 매출이 200만 원대였어요(월 수익 아님 주의)! 함께 뛰는 사람만 여섯인데, 수치를 보니 막막함이 든 게 사실이에요. 그러다 수능 시즌과 빼빼로데이가 겹친 한 달 매출만 6,0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데요. ‘우리가 고집하는 이 방식이 시장하고도 연결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차오른 순간이었어요. 갑작스럽게 일 800개 이상으로 폭발하는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던 것 역시 ‘초콜릿 공장을 만들어 운영해보자’는 초기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거잖아요? 그동안의 모든 준비와 인프라까지 총체적으로 인정받은 느낌이라, 뭉클한 기분을 팀원 모두가 느끼던 순간이었답니다.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