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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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근찹쌀떡

진짜 ‘백년가게’를 향해 달려가는 오십 년 찹쌀떡

이낙근찹쌀떡. 1974년 제빵계에 입문하여 2005년 본인 이름의 베이커리를 오픈하기까지 한국 제과의 정중앙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장인의 브랜드로 서울 오금동에 위치한다. 지금은 2대가 제조·경영을 나누어 맡고 있다.

시그니처 디저트

이낙근찹쌀떡

이낙근찹쌀떡

안녕하신가? 내, 이낙근찹쌀떡이라네. 1974년 남대문에서 났지만 좀 동안인 편이지. 손바닥에 딱 올라가는 동그란 얼굴에 귀한 상황버섯 쌀가루 분을 묻혀서, 보송한 화장 탓에 내 나이론 안 보인다고. 겉은 보송, 속은 쫀득, 직접 말하긴 그렇지만 반세기가 지나도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모르더군. 이제껏 많은 이들이 내 끈기를 빌려 수많은 인생의 테스트들에 ‘합격’하곤 했지. 찹쌀, 팥, 꿀, 우리 재료 100%로 매일 아침 갓 빚어져서 전국으로 날아가니까 자네도 아직이라면 알현 좀 해보게나. 내 아주 쫀득하게 찾아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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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딸이 운영하는 빵집이라니요!

애기 때 사진들 보면 전 항상 빵을 물고 있어요. 당연히 아빠가 만들어준 빵이죠! 자연스럽게 진로를 정하고, 요리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조금 일찍 결혼해서 아이들을 20대에 낳았어요. 30대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와 남편과 함께 브랜드를 일구게 되었답니다. 처음에는 돕는다는 가벼운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소명’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니, 맛도 맛이지만 건강에 좋은 것만 내놓아야겠다, 나와 내 가족, 아이들이 먹고 행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 하는 가치관이 자리 잡았고요. 해를 넘겨오면서 주변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부터는 송파복지관 아이들에게도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어요.

찹쌀떡은 맛 없기가 더 어렵잖아요! 그중에서도 매일 품절되는 이낙근표 찹쌀떡은 어떻게 다른가요?

백옥 찹쌀, 제주 해풍쑥, 저가당 국산 팥, 고창 복분자, 국산 밤, 국산 천일염…… 전국 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순수한 재료란 건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수입산과 섞어 쓰거나, 밀을 섞어 쓰면 전혀 다른 맛이 나니까요. 좋은 재료에 바탕하기 때문에 세월에도 유행에도 끄떡 않고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반세기 명장 아무나 하는 거 아니잖아요! 기본 흰앙금떡 외에도,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의 은은하고 싱그러운 풍미가 일품인 제주 쑥찹쌀떡과 쑥인절미, 새콤달콤 붉은 고창 복분자로 만든 찹쌀떡, 씹을수록 고소함이 퍼지는 진한 흑임자로 만든 흑담찹쌀떡을 소개하고 있어요. 아, 그러고 보니 ‘크기’도 한몫해요. 50g 이하가 대부분인 시중 찹쌀떡과 비교하면 한 알 100g을 상회하는 묵직함이 압도적이죠. 여기 아빠의 인심을 담겨 있달까요.

찹쌀떡 외에 다른 베이커리도 맛있다고 들었어요.

달콤한 건과일을 넣어 이스트 없이 발효한 든든한 이탈리아 전통빵은 ‘몽촌토성’(지금 매장이 자리한 송파의 가장 상징적인 유적)이란 이름으로, 밀 함량을 대폭 줄여(옥수수 90% + 밀 10%) 만든 추억의 옥수수빵은 ‘1968년’이란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아버지 어린 시절부터 먹던 추억의 맛 그대로죠. 그 외에도 국민간식 단팥빵, 호방부제 무첨가물의 호두강정도 인기 품목이랍니다.

당일 판매, 국산 재료, 일자 날인 등 몇 가지 약속을 만드셨어요. 이런 규칙들을 고수하는 이유는 어떤 건가요.

찹쌀떡은 ‘끈기’의 상징이잖아요? 우리가 만든 최소한의 기준을, 설령 지키기 어려운 시점이 와도 타협 없이 지켜나가야 한다고 믿어요. 국내산 재료 100%, 당일 생산·당일 판매, 생산일자 날인은 품질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대내외로 약속한다는 건 브랜드로서는 하나의 서명이 될 거라고 보았습니다. 만드는 사람의 편의보다는 고객 입장의 신뢰를 더 중요시한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거든요. 매일 이른 오후 품절되는 환경에서도 생산량을 갑작스레 늘리지 않는 것은 품질 기준을 꼼꼼히 지키고 싶어서입니다. 제품력이 곧 브랜딩이 되는 영역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자 합니다.

어떤 과정으로 빌딩된 팀인지, 팀원들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떤 팀 분위기를 추구하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제조이사인 남편은 찹쌀떡 생산, 품질 수비를 담당하고, 2대 대표인 저는 고객 소통, 패키지, 주문 등을 총괄합니다. 사실 저희 두 사람은 백업 플레이어고, 우리 브랜드의 얼굴은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죠. 고객들께 친절하고 행복한 직원들의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작은 실수가 있더라도 서로 북돋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근하기 싫은 곳이 되지 않도록 무진 애쓰고 있답니다. 고객분들의 반응에서 우리의 방향성을 정비할 많은 단서를 얻곤 해요. 새로운 패키지에 대한 피드백도 그렇고요. 좋은 말씀을 해주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변하지 않는 맛”을 언급해주세요. 그래서 재료수급이나 비용인상 등 변수가 생겨도 타협 없이 일관성을 지키게 되는 것 같아요.

딸인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엄마로서의 사장님 모습은 어떤가요?

맞아요. 저는 엄마입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부터가 하루 일과의 시작이죠.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학교 공부라는 과제도 꽤 버거울 거예요.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 저는 매장에서 외부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맛보며 우리 제과점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겠고요. 기초체력이 엄청나게 요구되는 엄마이자 사장님으로서는 수영과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편입니다.

다른 많은 브랜드들에게는 다음 스텝, 즉 몇 년 안에 이룰 수 있는 작은 꿈들을 여쭤보곤 했는데요. 이낙근찹쌀떡에는 다음 50년을 여쭤봐야 옳을 것 같네요.

반세기 뒤를 궁금해해주셔서 감사해요! 아이들과, 가족과, 친구와 쫀득하게 나눌 수 있는 ‘복’과 같은 디저트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함께해서 주어지는 행복을 모티프로 메뉴를 개발하는 건, 앞으로도 오래가고 싶어서예요. 유행에 휘둘리며 몇 년 새 사라지는 브랜드가 아니라, 오랜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가치, 즉 가족과 벗과 함께한다는 행복을 믿고 만드는 건강한 간식으로 진짜 ‘백년가게’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딸이 정성과 마음을 다해 운영하는 이낙근찹쌀떡 / 사진제공: 이낙근찹쌀떡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딸이 정성과 마음을 다해 운영하는 이낙근찹쌀떡 / 사진제공: 이낙근찹쌀떡

이낙근찹쌀떡

이정표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제조 파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업무를 제가 총괄하기 때문에, 특수철이 되면 몸이 세 개라도 모자라다 느껴요. 그럴 때마다 ‘이 또한 지나가리’ 스스로 달래며, 결국은 손을 더 빠르게, 눈을 더 크게 뜨고 일할 수밖에 없죠. 코로나로 거리두기와 영업 제한이 있던 해,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한 업체에서 떡이 도착하지 않았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확인해보니 그곳뿐 아니라 100곳 넘는 배송요청 건이 접수누락되었더라고요. 정신이 까마득했어요. 허겁지겁 수습을 했지만요. 그때를 너그럽게 이해해주신 거래처들이 지금까지도 찾아주고 계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 가지 교훈이라면, 그 뒤로 한결 더 꼼꼼한 사람이 되었다는 겁니다.

Sweet moment

다들 어렵다고 하는 요즘인데도, 주문이 많이 들어오니 감사한 순간이 많아요. 특히 수능 시즌에는 수험생 한 집에서도 여러 가지의 선물을 주문합니다. 작년에 잘한 만큼 올해 주문량이 바뀌고, 올해 잘하면 내년의 기대가 커지는 일이에요. 한번 먹어보고 마음에 들면 자주 찾아주시는 게 찹쌀떡이거든요. 의대 붙은 찹쌀떡이라고 얘기해주셨던 손님도 기억에 남고, 연예인 중에는 전지현 님도 ‘별에서 온 그대’찍기 전에 친구와 매장에 들러주었는데요. 제가 원래도 좋아하는 배우라 사심 가득 달콤한 순간을 즐겼던 기억입니다.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