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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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천동 운화빵

드라이브스루 가능한 국화 없는 국화빵

국천동 운화빵. 충북 청주 운천동 골목의 3인 SPC 체제 로컬 카페 노리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 노점. 메뉴 다양성보다 체험 기대를 높이는 콘텐츠 중심 브랜드로서, 완벽보다는 미완성의 귀여움을 추구하며, 9-23시까지의 운영시간(및 체력)을 자랑한다.

시그니처 디저트

국천동 운화빵

국천동 운화빵

나는 운천동 국화빵, 아니 국천동 운화빵 두바이야. 길바닥에서 태어나 오늘도 골목에서 구워지지. 팥이나 슈크림 정도를 생각하고 왔다면 오산이야. 초코빛 갈색 반죽으로 구운 꽃 모양 뚜껑 두 장 사이에 피스타치오 초콜릿이 꽉 채워져 있거든. 한 입 맛보면 기분은 물론, 혈당 스파이크로 기절할지도 몰라. 그래도 1인 1개, 일일 소량 한정인 나를 차지해보고 싶지 않아? 건국이 형이 합판으로 대충 만든 노점 프레임 위에서, 할머니 조끼 걸친 시훈이 형이 구워주는 나. 메뉴판이 뭐가 필요해? 릴스 보고 얼른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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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시훈 대표, 건국 디렉터, 정원 마케터)이 인터뷰에 참여해주신다고 해서 놀랐어요. 이 멤버 조합은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시훈: 정원과 저는 야구선수 출신으로 운동할 때 만났고, 건국 형은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제 경우 오래 체육을 해오다가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던 기간에 창업을 마음먹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두 사람을 끌어들인 셈이에요. 노리라는 이름의 카페를 열면서, 말 그대로 우리랑 같이 놀자고 손님을 초대하고 있어요. 그 옆에 운영하는 노점이 국천동 운화빵이고요. 저는 메뉴 비롯한 기획을, 건국 형은 목공 등 하드웨어를, 정원은 콘텐츠(릴스와 사진)를 잡고, 각자 잘 던질 수 있는 구종을 계속 던지는 느낌으로 브랜드를 운영해나가고 있어요. 소자본으로 시작했지만, 오래 시즌을 이어가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국천동 운화빵의 모회사 ‘노리’는 이름답게 놀이터가 떠오르는 분위기예요.

정원: 노리와 국천동 운화빵은 청주 운천동, 흔히 말하는 운리단길 골목 안에 위치해 있어요. 운천동이라는 동네 자체가 적벽돌 주택을 많이 만나볼 수 있어서 시각적으로 참 따스한 지역인데요. 우리 공간 역시 빨간 벽돌 주택을 개조한 곳이죠. 노리 내부에는 놀이터다운 곡선을 실내 바닥과 벤치 라인에 그대로 가져와서, 들어서자마자 동심과 향수가 유발되는 따뜻한 활기가 있는 카페예요. 그런 모회사를 두고 있으니 국천동 운화빵 같은 서브 노점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나올 수 있던 거겠죠.

국천동 운화빵이 태어나는 노점 / 사진제공: 국천동 운화빵
국천동 운화빵이 태어나는 노점 / 사진제공: 국천동 운화빵

운천동 국화빵, 아니 국천동 운화빵은 어떻게 생겨난 프로젝트인가요?

건국: 노리 앞 골목에서 국화빵을 굽는 노점을 운영하게 된 건요. 레트로한 국화빵, 붕어빵 같은 겨울 간식을 요즘 세대 입맛으로 바꿔보자는 시도에서 출발했어요. 다른 두 친구와 다르게 기계공학을 전공한 제가 이곳의 목공 프레임이나 가구, 노점 구조 같은 하드웨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노점 프레임도 일부러 좀 엉성하고 대충, 정감 가게 만들었어요. 직접 국화빵을 굽는 것도 제 몫인데요. 엄청난 업무시간을 겪고 나면 아침보다 밤에 키가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답니다. 어릴 때 엄마 손잡고 사 먹던 국화빵의 감성은 살리되, 팥이랑 슈크림만이 아니라 초코, 옥수수, 밤 잼 같은 요즘 입맛의 속을 채워넣고, 위아래 꽃 모양 틀을 덮어서 마카롱처럼 두툼하게 만든 두바이 버전도 만들고 있어요. 반죽 비율, 굽는 시간, 속의 수분감, 이 모든 걸 매일 조금씩 바꿔보면서 계속 진화해나갈 수 있다는 게 풀빵의 매력인 것 같아요.

드라이브스루로 싸가는 골목의 운화빵 아이디어도 재미있지만, 고양이 모양 푸딩인 ‘푸냥이’도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디저트예요. GS25와의 협업까지 이루셨다고 들었어요.

시훈: 푸냥이는 노리의 간판 디저트 중 하나예요. 귀여운 고양이 모양 푸딩인데, 손님들이 테이블에서 흔들어보고, 동영상 찍어서 올리는 재미가 있는 디저트죠. 그 영상들이 SNS에서 많이 회자되면서, 나중에는 GS25하고도 협업해서 편의점 상품으로도 나가게 됐어요. 지역 디저트를 전국으로 소개하는 해당 프로젝트의 두 번째 제휴처가 노리가 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푸냥이는 원래 노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였는데, 편의점이라는 전국 무대에 진출한 셈이죠. 물론 편의점 버전은 매장의 온도까지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청주의 한 골목에서 시작된 디저트를 많은 분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데서 저희로서는 큰 동기부여를 받았어요. 사실 계란프라이는 아무렇게나 부치면 반찬이잖아요? 그런데 계란의 모양을 특이하게 잡는다면 하나의 그럴듯한 메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화빵도 푸냥이도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재료와 방식인데, 그걸 어떤 형태로, 어떤 경험으로 묶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줄 수 있게 되는 듯합니다.

엘리트 체육인에게 요식업은 어떤 경험인지 궁금해요. 운동이 도움이 된 부분도 있고, 운동과는 다른 도전을 느낀 부분도 있으실 것 같아요.

정원: 일단 체력과 멘털은 자신이 있었어요. 아침에 반죽 시작하면 거의 하루 종일 굽는 게 국화빵이잖아요. 카페 운영도 오픈부터 마감까지 손님을 계속 상대해야 하고요. 체력과 정신력 없이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구현하기 힘들다고 봐요. 다만 어린 시절부터 운동만 해왔기에, 사람 대하는 데는 자신이 없었어요. 워낙 소극적인 성격이었고요. 카페를 운영하면서 이런 성격적인 부분도 많이 발전시키게 된 것 같습니다.

운영하시는 계정의 릴스가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콘텐츠의 반응은 즉각적인 편인가요?

정원: 운천동 골목은 길이 좁아서, 차를 대고 바로 국화빵 받아가면 드라이브스루처럼 느껴지는 포인트가 있거든요. 그 장면을 찍어서 릴스로 올리니까 꽤 재미있는 콘텐츠가 되더라고요. 물론 저희 차림새도 한몫했고요. 그 게시물이 알고리즘을 타면서 멀리서 찾아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잘 키운 콘텐츠 하나가 디저트의 명망, 아니 저희의 명망을 달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세 분의 유쾌한 케미가 전해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참하고 싶어진 걸 거예요. 세 분의 다음 이닝은 어떤 모습일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정원: 저희가 그리는 그림은 롤플레이어랑은 거리가 멀어요. 하나의 디저트 전문점이 아니라,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안에서 1차, 2차, 3차까지 경험이 가능하게끔 꾸리고 싶어요. 국화빵 노점과 카페, 그 옆에 준비 중인 새로운 공간까지 합쳐서, 낮에는 커피와 디저트, 저녁에는 맥주 한 잔, 그 사이 노점에서 국화빵과 간단한 안주 하는 식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코스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아직은 설계 단계에 가깝지만, 저희의 실행력이라면, 곧 눈으로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국천동 운화빵

이시훈, 박건국, 김정원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눈 떠보면, 세금 고지서가 떡하니 와 있는 순간이랄까요. 운동하던 시절엔 몸이 고되고, 훈련 공정이 빡세고, 불합리한 상황도 많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수로서의 피로였죠. 정해져 있는 틀 안에서 소화하면 되는 정도의. 근데 가게 운영이란 건 제 몸 하나의 컨트롤이 아니에요. 재룟값, 날씨, 경기라는 저보다 훨씬 큰 것들이 움직이니까요. 그래서 더욱더 서류상의 계획 같은 건 세우지 않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실행하고, 즉각 시작하는 게 저희의 생존 루틴이라고 생각이 됐거든요.

Sweet moment

손님 한 분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까지 운천동 살다가 서울 성수동으로 이사 가셨다는 분인데요. 저희 릴스에서 국화빵을 보고, “내가 이 동네 살 때는 왜 없었던 거야!”라고 타이밍을 탓하면서, 장거리운전해서 운천동을 들러주셨어요. 그렇게 멀리서 와주신 정성을 맛보면 달콤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달콤보다는 달큰이란 낱말이 어울리는 순간도 있어요. 이 동네에 오래 사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국화빵 오랜만에 본다고, 추운데 고생한다면서, 먹고살려고 열심인 게 보기 좋다고 하시면요. 그 모든 말씀이 정말 맞으니까, 감사한 마음도 들고 초심도 환기하게 돼요. 어설픈 프레임 노점에 할머니 조끼 입고 14시간 동안 국화빵을 굽는 저희들을 제대로 보신 거거든요. 저희들 매일 온몸으로 외치고 있답니다. “제발 살려주십쇼!”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