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스 스토리

베이커스 스토리

온고잉

지금, 여기 서촌의 숨결을 그대로 담아낸 카페

2022년 10월 서울 통인동에 문을 연 작은 카페로, 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운영한다. 서촌 토박이 사장님의 동네 사랑과 감성이 차곡차곡 스며들어 있는 공간에 주민도 여행객도 편안하게 스며든다.

시그니처 디저트

군고구마브륄레

군고구마브륄레

나는 겨울이란 계절을 그대로 껴안은 달콤함, 군고구마브륄레야. 정확한 온도와 시간으로 천천히 구워져야만 내 속살의 촉촉한 단맛이 완성돼. 머리 위에 살짝 그을린 설탕 코팅이 인기의 비결! 바삭하게 깨지는 순간, 퍼지는 카라멜 향이 나의 특별함을 말해주는 것만 같아. 사장님의 토종 한국인 입맛에서 태어난 나는 계절에 상관없이 여전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야. 따끈한 나와 시원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함께 맛보면, 한입에 겨울과 여름이 동시에 녹아드는 묘한 즐거움이 찾아와. 나는 오늘도 메뉴판 한가운데를 지키며 너에게 줄 ‘뜨끈한 달콤함’을 준비하고 있어.

베이커스 스토리

보통 창업이란 자립이나 독립, 기존에 있던 자리에서 떠나 새로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잖아요. 나고 자란 지역에서 토박이 정체성으로 공간을 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요.

제게 창업은 ‘새로운 시작’보다는 ‘이전까지의 삶을 나의 방식으로 연장하고 확장하는 것’에 가까워요. 요식업을 해오신 부모님 덕분에, 자연스럽게 맛있는 음식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꿈꾸며 자라왔는데요. 친언니가 먼저 카페를 운영하기도 해서, 언니의 카페를 돕는 동안 카페라는 공간의 매력과 가능성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그 마음을 실현할 장소로 서촌을 고른 것은 너무도 당연했어요. 나고 자란 곳일 뿐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사랑하는 동네니까요. 익숙하지만 질리지 않고 누구든 편안함을 느낄 만한 따뜻한 동네에서 온고잉이라는 이름으로 공간을 열었답니다. 이름에는 지금 여기의 진행형인 공간이 되고 싶다는 뜻을 담았어요.

요식업 선배들이 가득한 가족이라 든든하셨겠는데요. 온고잉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떤가요?

그럼요. 오픈 초기에는 아버지가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온고잉에 자연스럽게 가족적인 분위기가 자리 잡았죠. 이후 함께하게 된 팀원들과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입니다. 일할 때 집중해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쉴 때는 마음 편히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리듬을 존중하고, 작은 것도 따뜻하게 챙겨줄 수 있는 팀이 되고자 합니다. 함께 일하는 시간이 더 즐거워야 그 에너지가 결국 손님들에게도 전달된다고 믿고 있어요.

손님도 친구거나 이웃이 많으시겠어요.

맞아요. 오픈 초기에 두 달 동안 매일 찾아주신 손님도 서촌이 고향인 분이었어요. 어렸을 때 줄곧 서촌에서 자라다가 호주로 이민을 간 분이었는데, 오랜만에 한국에 머무는 동안 우연히 온고잉을 발견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서촌에 지금 거주하는 분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서촌이라는 고향을 마음속에 품고 계셨던 분인지라, 이웃 이상의 존재감으로 제가 응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매번 진심 어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는데, 오픈 초반의 흔들리기 쉬운 시기의 저에게는 정말로 큰 힘이 되었어요. “잘될 거예요, 이름처럼 계속 가요.”라는 말 한마디가 기억에 남아요. 지금도 그분을 떠올리면 온고잉을 시작한 이유와 초심이 자연스럽게 환기됩니다.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초기 공간에, 매일 들러 힘이 되는 메시지를 주시다니 산신령 같은 손님이네요! 단골손님이 많은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온고잉은 단골손님 비중이 높고, 감사하게도 그 수가 꾸준히 늘어가고 있어요. 숫자로 보이는 매출보다, 다시 찾아주시는 얼굴이 많아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이곳의 분위기와 맛, 경험이 그분들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새삼 뭉클해져요. 단골손님에게 좋은 서비스란, 기복이 없는 것이지 않을까 해요. 항상 같은 온도로 손님을 환대하고자 노력하죠. 작은 카페일수록 이런 기본이 흐트러지면 분위기도 금세 흔들리기에, ‘유지’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에 가장 신경 쓰는 편이에요. 결국 온고잉이라는 이름을 지켜가려면, 하루하루의 작고 세부적인 사항들을 놓치지 않고 챙겨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서촌 카페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나요?

하루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공간과 재료의 온기입니다. 서촌의 아침은 시끄럽지는 않지만 생기 있어요. 평일 7시 30분에 문을 열면, 카페 안에 퍼지는 커피 향, 갓 구운 디저트의 따뜻함, 그리고 손님이 들어올 때 들리는 발걸음과 웃음소리 같은 작은 소리들이 기분 좋은 자극이 됩니다. 이런 순간들은 늘 제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오늘 하루도 잘 이어가고 있다’는 안도감과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메뉴를 개발하기까지, 어떤 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전해나가시는 편인가요?

계절의 재료가 아이디어 그 자체인 것 같아요. 나무와 골목이 많은 서촌은 사계절의 색감이 선명한 동네이기도 해서, 골목에서 만난 제철 과일, 아침 장보기를 통해 디저트로 발전시킬 만한 재료를 고르죠. 어울리는 레시피가 떠오르면 노트에 기록하고, 만들어보고, 레시피를 수정하고, 만들기를 반복하며, 메뉴를 점점 다듬어나가요. 평소 좋아하는 음료와 디저트를 손님들과 나누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서, 제 취향을 기반으로 메뉴를 개발하기도 해요.

온고잉하기 위해서 어떻게 자신을 돌보시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충분한 수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휴무 날에는 먼저 푹 쉬고 난 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편하게 풀어냅니다. 이런 소소하기 그지없는 일상이 저에게는 진짜로 큰 힐링이 되거든요. 또 새로운 카페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걸 정말 좋아해요. 다른 공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맛, 서비스는 저에게 영감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일로 접근하기보다는 순수한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게 먼저입니다.

가장 오래 단풍을 보여주는 온고잉 맞은편의 은행나무 / 사진제공: 온고잉
가장 오래 단풍을 보여주는 온고잉 맞은편의 은행나무 / 사진제공: 온고잉

온고잉

조영경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카페 일을 하다 보면 모든 순간이 순조로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에요. 어려운 순간도 결국 배우는 과정이라 여기고, 차분히 다음에 나은 선택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현재의 어려움이라면, 작은 공간의 한계로, 매장을 찾아주시는 모든 손님들을 충분히 맞이하지 못하는 것이에요. 길게는 서촌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온고잉의 따뜻한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Sweet moment

2년여 일주일에 네 번 이상 찾아주시는 옆 동네 단골 할아버님이 계세요. 늘 따뜻한 말씀과 꾸준한 방문으로 제게 큰 힘을 주시는 분인데요. 최근, 매장 앞 은행나무 길 중 한 그루의 나무만 은행잎이 오래 남은 모습을 보시고는 할아버님께서 “온고잉을 마주 보고 있는 저 나무만 단단히 남아 있네요.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 덕분이에요.”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제가 만든 공간과 제가 하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응원해주시는 손님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며 큰 감동과 행복을 느꼈답니다.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