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있는 아버지의 꿀 떨어지는 시골집
경기 고양 선유동의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꿀 가게로, 프랑스 농원에 와 있는 듯한 아늑한 휴식을 제공한다. ‘고집 센 아빠’라는 뜻의 프랑스어 이름에는 40년여 양봉업에 종사한 아버지를 향한 응원을 담았다.
시그니처 디저트
사과무화과 파이

안녕, 난 사과무화과 파이로, 파트 브리제(pate brisee)에서 시작되는 디저트야. 버터를 듬뿍 품었지만, 무겁게 눌리지 않는 바삭함을 내도록 태어난 반죽이지. 그 위에 올라가는 아몬드 크림은 사과랑 무화과를 부드럽게 감싸안는 조연이 돼. 속에는 달콤한 사과와 쫀득한 무화과, 무화과 씨앗에서 터지는 잔향까지 그대로 데려왔어. 아빠처럼 고집있게 재료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손질하여 만든 멋진 파이야. 만나서 반가워.
베이커스 스토리
시골집 같은 아늑한 공간이 참 따뜻하게 느껴져요. 실제 가족과 살아오신 공간인가요?
맞아요. 가족이 함께 살아온 이 공간은, 저에겐 안식처같은 느낌이었어요.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자리한 이 시골집은 저희 가족뿐 아니라, 다른 어떤 분이 방문해도 감동할 거라는 자신이 있었어요. 계절이 피부로 느껴지는 녹음 우거진 풍광은 도시에서 만나기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이 공간을 아버지의 꿀과 함께 하는 멋진 공간으로 탄생시키기로 결정했어요. 카페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 곳을 통해 아버지의 양봉 인생을 응원하고 기념하고 싶었답니다.
집이란 생활하는 사람의 동선에 맞게 짜여진 곳이잖아요? 그렇기에 집을 기초로 만들어진 카페라고 하면, 구획에 따라 저마다의 분위기와 역할이 생긴다는 강점이 있겠어요.
확실히 그래요. 공간을 준비하면서 사실 신경 쓴 건 인테리어 소품보다는, 공간마다의 역할과 그것들의 어울림이었어요. 앙떼떼페레는 1층, 2층, 별관, 야외 잔디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1층은 커다란 자연의 액자를 눈높이 그대로 들여오는 대화와 책이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되고, 2층은 널찍이 내려다볼 수 있는 파노라마 같은 뷰로 확장되고 자유로운 감각을 누릴 수 있어요. 야외 잔디공간에는 볕이 좋으면 피크닉을 할 수 있도록 앉을자리도 제공해드리고 있고요.


집 같은 회사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모든 직업인들의 꿈이잖아요. 앙떼떼페레라는 집에서 일하는 동안 어떤 정서를 느끼시나요.
공간 바깥에도 엄청난 자연이 있지만, 매일 아침 저희 공간 내부에서 식물들과 시간을 가질 때 정서적으로 따뜻함을 많이 느끼게 돼요. 저희 공간은 해가 참 잘 드는데 식물들이랑 함께 저도 광합성을 할 때면 기분이 참 좋아요. 거기다 아침마다 구워지는 베이커리 냄새도 한몫하죠. 엄마의 따스함을 냄새로 만들면 빵 굽는 냄새가 아닐까요.
앙떼떼페레를 함께 꾸려가는 팀의 분위기는 역시 ‘가족’이란 키워드로 설명될 것 같아요.
실제로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정원을 가꾸는 일은 손이 참 많이 가는 일이에요. 아버지와 아들은 나무와 잔디를 관리하고 어머니와 며느리는 잡초를 제거하고 화단에 꽃을 심으면서 근사한 포토존이 생기기도 하고요. 가족 외에 함께하는 멤버들과도 가족 또는 친구 같은 분위기로 편하고 즐겁게 일하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커피와 빵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꾸려진 팀이니까요. 다만 이러한 정서적인 기대를 요구하는 건 때로 일방적이거나 지나칠 수 있기에 경계하는 편이에요. 제가 해야 할 부분을 명확히 하여,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고 본분을 잊지는 않으려고 주의합니다.
아버지의 꿀은 단순히 재료가 아니라 앙떼떼페레의 ‘심벌’ 같아요.
그럼요. 저희는 꿀을 직접 팔기도 하고, 허니크림라떼, 허니젤라또, 단호박허니치즈케이크 같은 꿀이 메인이 되는 디저트를 주로 소개해요. 천연벌꿀을 직접 올려 먹는 디저트는 설탕의 단맛 보다 그 부드러움과 달콤쌉쌀함이 차원이 다르거든요. 이건 어쩌면 앙떼떼페레의 시작이 꿀벌과 자연, 천연벌꿀의 가치를 지키고 알리기 위함 이었기때문에 굉장히 자연스러운 결과였어요. 아버지는 지금도 여전히 땀을 흘리며 벌들을 살피고 꿀을 채밀하는 양봉일을 하고 계세요, 실은 저희 때문에 공간 돌보는 일까지 추가되었는데요. 앙떼떼페레가 큰 성공한다고 해도 아버지의 삶은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때에도 아버지는 허리를 굽히고 불편한 자세로 벌들을 돌보시겠지요, '고집 센 아빠' 이니까요. 그런 아빠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 그것이 앙떼떼페레가 존재하는 이유예요.
아빠가 농사한 꿀을 곁들여 먹는다니, 생각만으로도 달콤합니다. 휴무일이 일주일에 하루뿐이라 여가활동을 즐길 여유는 없으실 것 같아요.
사실 저의 취미는 꽃꽂이와 운동이에요. 휴무가 적어서 취미생활을 못 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카페 운영이 곧 취미생활이기도 한 아이러니가 있죠. 꽃과 식물을 가꾸는 일을 이곳에서 굉장히 많이 하고있으니까요. 지난 가을에는 코스모스를 키우고 이식하느라 우리 가족 모두 고생을 했는데요, 쌀쌀한 날씨까지 예쁘게 반짝이던 코스모스를 보면서 엄청난 보람을 느꼈어요. 화단을 가꾸는 일은 엄청난 운동량이 필요하니까 운동이 많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계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환경이다보니, 조금 더 돋보이게끔 하는 노력들이 손님들은 물론 저까지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앙떼떼페레
최한나의 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오픈부터 함께하던 직원분이 두 달 전쯤 그만두게 되었는데요. 아직도 그 자리가 비어 있어요. 하루이틀 일하고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람이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지칠 때가 있어요. 다만 그런 상황을 함께해주는, 다른 직원분들을 통해 또 고마움을 느끼고요.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되는 걸 보면, 어떤 곳이든 어떤 일이든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귀하구나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Sweet moment
왠지 다른 사장님들도 공감하실 것 같은데, 이 일을 하면서 달콤한 순간들은 보통 손님에게서 선물 받을 때인 것 같아요. 멀리서 일부러 찾아 오셔서 꿀을 구매해주시고, 계절마다 우리의 변화를 함께 즐겨주시는 분들이 적지 않거든요. 그래서 공간에 더욱더 정성을 들이게 됩니다. 최근에는 오픈 초기에 와주시던 손님이 오랜만에 들러주셔서, 처음과 똑같다고. 한결같이 관리가 잘되어 있는 변함없는 모습이 좋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이 큰 울림을 주더라고요.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고, 알아채기 힘든 부분이라도 신경 썼던 제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서, 정말로 감사하고 힘이 났어요. 그렇게 좋은 기운을 받을 때면 ‘전생에 내가 뭔 큰 일을 했을까나' 싶고,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계절의 꽃을 몇 송이씩 포장해 선물로 드리기도 해요.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