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가 굽는 꿈, 다 이루어질지니
운호두. 2025년 6월 경기 군포 산본동에 문을 연 작은 호두과자점으로, 고소하고 쫀득한 반죽과 바삭한 껍질을 자랑한다. 팥과 커스터드를 필두로, 누텔라, 레몬, 몽블랑 등 속재료로 다채로운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시그니처 디저트
몽블랑 호두과자

안녕, 몽블랑 호두과자야. 딱 보면 알겠지만, 귀엽고 예쁘고 고급스러고 혼자 다 하지! 몽블랑도 호두과자도 흔하지만, 두 가지가 결합된 나는 처음 만날걸? 호두과자 좋아하시던 할머니를 추억하며 베이킹을 하는 사장님은 내 속에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한가득 담았어. 부드럽고 묵직하게 감기는 밤의 첫맛과 잔잔하게 밀려오는 호두의 끝맛…… 내일 또 오겠다고?
베이커스 스토리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몇 년 전, 할머니께서 췌장암으로 투병하셨어요.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시던 때였죠. 하루는, 할머니께서 갑자기 호두과자가 먹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평소에 손주가 돈 쓰는 것도 싫어하고, 부탁조차 어려워하던 분이었는데 말이에요. 주변에서 맛있다는 호두과자는 모두 수소문해서 사다드렸는데, 너무 맛있다고 하셨어요. 그 기쁨이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이틀 뒤, 할머니는 돌아가셨어요. 더 건강하고 정성스러운 호두과자를 직접 만들어드리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어요. 할머니에게 선물하고 싶은 호두과자를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운호두의 출발점입니다.
이야기를 들으니, 가족이 먹을 간식을 만든다는 사장님의 마음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좋은 재료에 정성을 들여서 먹는 사람의 속이 편한 디저트를 만들자. 아주 단순하고 정직하게 정한 기준이에요. ‘내 가족이 먹는다면?’이라는 상을 머릿속에 간직하고 만들면, 재료값 같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은 손님에게도 가닿기 마련이지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가족이니까요.
맞아요. 손님들부터가 먼저 재료가 너무 좋은데 남는 게 있냐면서, 건강간식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많이들 응원해주세요. 운호두에 오는 손님분들 한 분 한 분 다 소중하고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한 분이 해주신 말씀이 무척 기억에 많이 남아요. “작은 동네에 이런 디저트 가게가 생겨서 너무 고맙고 또 고마워요.”라고 거듭 고맙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단순한 말에서 전해지는 건 깊은 진심이었죠. 말씀해주신 분이에요. 저희에겐 정말로 이 공간을 꾸려나가는 힘이 되어주는 말이었어요.
대표님이 두 분이신데요. 어떻게 만나서 일을 도모하신 건지 궁금해요.
몇 년 전부터 일을 해온 동업자 사이예요. 동업관계는 틀어지기 마련이라는데, 주변에서 질투할 정도로 친언니 친동생처럼 마음 맞는 사이에요. 일할 때는 물론 휴무 때도 같이 취미생활을 하고 여행을 다녀요. 둘 다 성실하고 긍정적이고 솔직한 편이라, 기본적인 틀이 잘 맞기 때문에 하나 같은 둘로서 잘 헤쳐나가고 있어요.

말씀하신 쉼에 대해서도 더 듣고 싶습니다.
저는 일 년에도 여러 번 디저트 투어를 다녀요. 빵집, 카페, 디저트숍을 다니며 제가 느낀 것들을 사진과 메모로 남겨요. 이건 어떻게 맛있었고, 이 재료 조합은 참신했다, 이 식감이 아쉽긴 했지만, 저 재료를 섞으면 보완이 될 것 같다…… 이렇게 기록하는 거죠. 휴식을 이야기한다고 하면서 또 일 얘기를 해버렸네요. ‘내일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야지! 소파에 누워서 넷플릭스만 하루 종일 봐야지!’ 그렇게 다짐하고 전날 퇴근하거든요. 그런데 말씀드렸듯 저희가 좀 노력형 타입이에요. 그래서 쉬는 날 = 새로운 디저트 테스트 날이 될 때가 많아요. 새로 산 재료 꺼내서, 레시피 조금 바꿔보고, 아예 오븐 돌려서 디저트 한가득 구워보기도 해요. 혼자 할 때도 있고 만나서 할 때도 있고요. 이게 (듣는 입장에서는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에게는 일상이자 취미가 돼버렸습니다. 몸보다 마음이 편해지는 일인 데다가, 이 결과물을 좋아해줄 사람들 표정을 떠올리면 설레는 포인트도 있어요.
이왕 일이 쉼이라고 주장하신 김에, 하루 일과 속에서 에너지 차오르는 순간을 소개해주시면 어떨까요. 마음을 열고 설득당해보겠습니다.
일과 삶을 명확히 분리해서 다른 장면을 살기보다, 일 사이사이 혹은 일의 전후에 쉼표들을 많이 만들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유로 저는 아침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출근 이후 치러질 전쟁은 제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거니까, 약간의 잠을 포기하더라도 아침을 오전히 저의 것으로 쓰고 싶어지는 거예요. 일어나서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고, 커피를 내리면서 약간 깨나오고, 빵순이답게 부담스럽지 않은 그날의 빵을 나에게 선물하죠. 기분 좋은 노래도 틀고요. 그런 평화로운 시간에, 오늘 하루 해야 할 일들을 쭉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는답니다. 저를 아껴주고 저를 알아가는 시간이에요.
운호두
김다슬, 윤채운의 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지치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아직은 운영하고 있지 못한 SNS도 실은 체력 문제이고요. 온종일 반죽과 앙금을 짜다 보니 손가락이 항상 붓고, 종일 서 있어서 체력이 바닥나는 날이 많아요. 아침에 일어날 때 손가락 통증도 있고요. 그래도 오픈 4~5개월 지난 지금은 전보다 나아졌어요. 간혹 인스타그램으로 소식을 알려주셨으면 좋겠다는 손님들이 계셔서 SNS 마케팅을 시작해야겠다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떤 느낌으로 소개할지, 어떤 사진과 분위기로 업로드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Sweet moment
얼마 전 2025 전국쌀베이킹 콘테스트에 나가서 우승했을 때예요. 바로 그 자리에서 제가 평소 흠모하던 디저트 브랜드로부터 협업제안을 받기까지 했거든요. 그때는 눈물이 날 뻔했어요. 피도 눈물도 없는 T성향으로 저를 알고 있었는데, 우승도 우승인데 그 제안 앞에서는…… 우리가 반년 동안 진짜 열심히 했구나, 이렇게 알아주시다니! 생각하니 너무 벅찼어요. 이 벅참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