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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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더커피바

오너보다는 플레이어로 남고 싶은 바리스타의 커피집

분더커피바. 2019년 8월, 경기 부천 역곡동에 본점을 시작한 커피바로, 현재 신촌과 송도에서도 분점을 운영한다. 사장님이 있을 때는 그의 비장의 무기 라떼아트를 선물받을 수 있다.

시그니처 디저트

과일산도

과일산도

나는 분더커피바의 과일산도야. 동물성 생크림의 부드러운 고소함에 과일이 가진 산뜻함! 그런데 과일의 산미와 묵직한 지방 중간에 놓인 치즈가 신의 한 수더라고. 내 심장에는 크림치즈가 한 조각 숨겨져 있어. 딸기, 베리, 청포도, 무화과 같은 제철과일의 산미를 튀지 않게 감싸주거든. 깔끔한 식빵 샌드 속에서 크림과 과일, 치즈를 한데 만나보고 싶지 않니? 출출해서 라떼를 시킨 손님들은 아름다운 라떼아트를 망가뜨리기 싫어서 홀짝이다가, 고민 끝에 나를 주문하더라고. 하지만 고민할 필요, 1도 없었다는 거 모두 인정할 거야.

베이커스 스토리

카페에 들어서면 챔피언십(8회 한국팀바리스타, KTBC) 상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요. 커피를 주제로 대회에 출전하고 도전하는 선수로 산다는 건 어떤 건가요?

커피를 업으로 삼을 결심을 했을 때, 저는 커피 인생 끝까지, 일선에서 물러나는 경영자보다는 필드를 뛰는 현역 플레이어로 살 것을 다짐했어요. 기회만 닿는다면 되도록 대회에 나가려고 했고, 대회라는 특별한 이벤트가 주는 설렘, 그전까지의 강도 높은 개인훈련, 중요한 순간에 쏟아붓는 승부사적인 집중력, 이런 요소 모두를 즐기는 편입니다. 지금 매장을 열기 전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6년여 다녔는데요. 지원을 잘해준다기보다는 이런 개인적인 활동이나 연습 같은 것에 제재를 가하지 않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시절이었어요.

대회에 출전하는 바리스타로서의 삶과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병행하던 중에 본인만의 매장을 차리게 된 건 어떤 맥락에서였나요?

첫 매장은 8평이었어요. 사는 데 근처였고, 구도심이었고, 상권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곳이었죠. 근데 어느 날 그 공실이 눈에 들어오더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거예요. 홀린 듯 계약을 했더랬죠. 이 정도 공간이면 내가 꾸릴 수 있겠다, 자신이 들었어요. 아늑한 공간이다 보니 눈이 마주치는 자리에서 손님에게 라떼아트를 직접 보여주고 손님은 커피를 맛으로도 눈으로도 즐길 수 있었어요. 직장 다니며 베이킹하는 취미가 있던 누나에게 정식으로 제안하면서, 누나는 다쿠아즈를 전문으로 만드는 파티시에로 함께해줬어요.

처음에는 아늑하게 느껴지던 공간이 좁게 느껴진 순간이 찾아오지는 않았나요?

그럼요. 손님이 늘면서, 눈, 코, 손 다 바쁜 매장이 됐는데, 공간이 저절로 늘어날 리는 없고, 중요시하는 디저트를 포기할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 들여놓았던 로스터를 처분하고 남는 공간을 베이킹 영역으로 삼았고, 그 뒤로도 테이블 둘 곳이 마땅찮아서 옆 가게가 비면 확장하는 식으로, 처음 8평에서 24평까지 늘려나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넓은 평수에서 시작하자, 최소한 몇 개 지점은 내야지, 이런 야심이 없었기 때문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확장할 수 있던 게 아닐까 해요.

카페가 아닌 ‘커피바’라는 명칭, 선수로서의 정체성을 보면 분명 분더의 에센스는 ‘커피’지만, 디저트로도 이름 높은 곳인데요. 그중에서도 처음 생긴 분더가토에 대한 소개를 들려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배달이라는 개념이 지금만큼 익숙지는 않던 코로나19 초기 시절이었어요. 손님이 없어서 서글픈 시기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생각하고 고민할 여유가 무한하게 주어진 기간이었죠. 그때 우연히 ‘호지차’에 빠지게 됐어요. 말차의 떫고 여린 맛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같은 찻잎을 덖은 호지차는 구수하니 정이 가더라고요. 이런 호지의 맛을 디저트로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아이스크림을 떠올렸어요. 기흥 산골짜기에 있는 아이스크림 기계 설비공장에 찾아가서 테스트를 몇 번 해보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렌탈 계약을 마쳤죠. 단단하고 꾸덕한 아이스크림의 모양새와 진한 라떼의 목넘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중간지점까지 미친 듯이 실험한 결과물이 지금의 분더커피바를 있게 해준 셈입니다.

세 개 지점까지 오는 도정에 있어서 팀워크는 빼놓을 수 없었을 텐데요. 분더커피바를 지탱해주는 팀원들이 궁금합니다.

지금 저까지 분더커피바에서 일하는 멤버들은 총 9명입니다. 바리스타는 커피만, 파티시에는 디저트만, 서버는 매장만 맡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멀티플레이어로, 다재다능하고 유연하죠. 그중에서도 본점을 담당하는 매니저님은 그야말로 신의 손입니다! 최근에도 제가 과일산도를 제안드렸더니 얼마 안 돼서 뚝딱 만들어내셨는데, 비주얼은 물론 그 맛이 기가 막히더군요. 사실 한두 사람에게 너무 기대면 위험하다 경계하면서도 오래 함께해주고 계신 분들께는 불가항력적으로 의존하게 됩니다. 그런 애정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지금 저에게는 중요한 과제겠죠.

분더커피바를 운영하는 김길영 대표 / 사진제공: 분더커피바
분더커피바를 운영하는 김길영 대표 / 사진제공: 분더커피바

어느덧 6년차를 맞으셨어요. 그간 일군 ‘성취’의 지점으로 소개해줄 만한 것이 있으시다면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확신일 거예요. 그래도 나와 타인의 눈에 동시에 보이는 마일스톤이란 건 무시할 수 없다고 봐요. 우선 몇 개 지점을 운영하는가 하는 숫자도 당연히 무시 못 할 거고요. 하지만 제 피부로 느낄 정도로 컸던 건 현대백화점 입점이었어요. 한시적인 팝업이 아니라, 송도 현대백화점 아울렛 입주를 제안받았을 때, ‘그래도 우리가 나름 잘하고 있긴 하구나’ 하는 실감이 따랐어요. 그게 올 8월이었는데요. 창업이나 자영업에 대해 걱정이 많은 제 주변인들도 현대 입점 후에는 “자리 잡았구나, 대단하다” 같은 축하를 많이들 건네주더라고요. 다만 제가 먼저 어느 기업에 들어가야지, 몇 년 안에 어떤 성취를 이루어야지 사업적으로 목표하지는 않아요. 8평에서 자연스레 24평 규모로 확장했던 것처럼, 이러한 마일스톤들도 자연스러운 흐름 안에서 획득될 때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많은 창업자들이 번아웃을 맞는 가장 큰 까닭이 바로 자신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험이 거듭되기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번아웃은 아직이고,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 같은데…… 잘 보았나요?

제가 에너지 텐션이 엄청나게 높지는 않지만, 일을 즐기는 건 맞아요. 쉬는 날에도 카페 가는 게 가장 설레고 마음이 편하거든요. 다른 데는 어떻게 하는지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사먹는 커피도 여전히 맛있어요. 물론 제가 직접 드립 내리는 시간도 좋아하고요. 생각해보면 하루 중 가장 평온하고 행복할 때가 커피를 내리는 그 몇 분간인 것 같습니다. 라떼아트는 막상 엄청나게 집중하면서 하는 편이라 힐링이랑은 거리가 멀고요. 커피를 내리는 순간에는 소음도 잊히고 몸도 적당한 긴장 속에 놓이는 기분이에요.

분더커피바

김길영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홀린 듯이 창업을 한 케이스잖아요? 어떻게 보면 경영자로서 전혀 준비되지 않았고, 지금도 본격적으로 공부를 한다거나 오너십을 자신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해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우리 직원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커요. 그럼에도 오픈부터 6년간 스쳐지나간 직원들, 지금껏 함께해준 직원들을 생각하면,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요. 쉽게 해결되지 않는 한계를 안고 리허설 없이 매일 실전을 치르는 환경에서, 연차가 쌓이는 직원들이 각자의 이력과 실력을 확인하지 못하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깝습니다. 그분들이 자신의 공간을 가지게 될 때까지 각자에게 있는 특별한 능력을 찾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안타까움도 느끼는 거지요. 커피바이니 커피가 핵심인 것은 맡지만, 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장 중요함을 실감합니다.

Sweet moment

2018년의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 기억이에요. 카페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자고 도전한 것은 아니지만, 손님들이 막상 성과를 보면서 관심을 가져주기도 하고, 이러한 경력으로 인해 특강 기회를 많이 얻게 되면서 제자들도 생겼어요. 그중 두 명은 지금 팀원이 되어 일해주고 있고요(물론 그렇게 팬으로 시작한 친구들은 자연스레 ‘탈덕’하고 직원으로서의 새 삶을 살고 있죠……). 사실 대회 우승자가 사장님이 되는 경우는 있어도, 상을 탄 사장님이 다시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현재진행형 ‘커피 선수’로서 커피바를 운영한다는 자부심이 제게는 가장 달콤한 포인트입니다.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