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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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쥬르

붕어빵 너머의 붕어빵

붕쥬르. 경기 고양 대화동의 프리미엄 붕어빵 전문점으로, 2024년 문을 열었다. 피자, 김치, 민트초코 등 개성 있는 속재료로 붕어빵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반죽과 속재료는 모두 당일 생산·당일 소진 원칙이다.

시그니처 디저트

모짜렐라 피자 붕어빵

모짜렐라 피자 붕어빵

나는 모짜렐라 피자 붕어빵이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쭉 늘어나는 모짜렐라치즈가 중심을 잡아주지. 토마토 소스와 허브 향이 은근한 붕어빵을 한 입 베어물면 짭조름함과 고소함, 바삭함이 동시에 터져나와. 고개를 갸우뚱하던 손님들도, 막상 맛보면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는데 그때 정말 뿌듯해. 달기만 한 붕어빵의 편견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붕쥬르의 첫 번째 캐릭터가 궁금하다면 어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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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붕어빵집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제가 쏟아낸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해 속상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일의 주도권도 늘 조직에 있었고요. 어느 시점엔가 내가 주체가 되어 움직이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습니다. 창업은 처음이라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으면서도, 제가 정말 좋아하고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해보고 싶은 아이템을 고민한 끝에서 선택한 것이 붕어빵입니다. 익숙하지만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한 메뉴라는 점도 매력적이고, 제가 만들고 싶은 맛과 브랜드를 담아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어요.

사실상 모든 붕어빵집은 붕어빵을 단일메뉴로 소개하는 전문점이잖아요. 프리미엄 붕어빵집은 어떻게 다른가요?

길거리 붕어빵은 원래 맛있어요. 친근하다는 장점도 있고요. 그런 붕어빵을 즐기던 제가, 붕어빵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만든 게 ‘붕쥬르’예요.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덧붙이면서 가장 신경 쓰는 영역은 신선함과 정성, 즐거움이에요. 손님이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따스함과 활기를 느끼셨으면 좋겠고(‘붕쥬르’라는 인사말이 어울리게요!) 친근하면서도 품질 높은 간식을 다채롭게 제공하고자 해요. 김치치즈, 부추, 민트초코 등 시중 붕어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재료를 시도하고 있죠!

‘좋은 하루’라는 프랑스 인사(Bonjour)에 ‘붕어’가 들어가니 귀여운 이름이 탄생했어요.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이름이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재미있어해주시는데요. 반대로 ‘봉쥬르’와 너무 비슷해서 ‘붕쥬르’를 외우지 못하는 손님들도 간혹 계세요. 얼마 전에는 붕쥬르에서 모짜렐라 피자 붕어빵을 드시고 너무 맛있어서 전화 주문을 하시려던 손님이 아무리 ‘봉쥬르’로 검색해도 안 나오길래 매장까지 달려오셨어요. 이제 제대로 기억하시게 됐죠.

붕쥬르의 크리스마스 / 사진제공: 붕쥬르
붕쥬르의 크리스마스 / 사진제공: 붕쥬르

붕어빵에는 붕어는 없어도 되지만 앙금이 빠져서는 안 되잖아요? 팥앙금을 벗어난다는 것이 붕어빵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엄청난 시도라고 느꼈어요.

길거리 붕어빵의 좋은 점은 가져오되, 붕어빵의 고정관념을 깨려면 역시 속재료를 다양화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어요. 물론 이러한 도전이 긍정적인 것으로 자리 잡으려면 결국 ‘맛’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안정적으로 껴안을 수 있도록 반죽의 퀄리티, 재료의 신선함, 최적의 굽기 등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독특한 붕어빵 속재료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찾으시나요? 메뉴 개발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재료를 무턱대고 실험해보기도 해요. 한번은 ‘젤리 붕어빵’ 실험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구워지는 동안 질감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고, 붕어빵과 어울리지 않아 완전히 실패했어요. 서글프지만, 재료 조합 감각을 넓혀준 경험이었어요. 성공의 사례인 김치치즈붕어빵은 직감에서 출발했어요. 비 오는 날 떠오르는 김치전의 짭짤한 풍미와 붕어빵 반죽의 담백함이 잘 맞겠다고 느꼈고, 테스트해보니 정말 고민할 필요 없을 만큼 궁합이 좋았어요. 초반엔 우중 한정 메뉴로 시작했지만, 고객 반응이 뜨거워 정규 메뉴로 편입했답니다.

손님에게는 보이지 않는 주방에서 완성된 요리가 테이블에 탁 올려질 때의 놀라움도 좋지만, 붕어빵의 ‘즉각적’인 매력도 참 좋더라고요. 굽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음식의 완성을 한자리에서 함께할 수 있잖아요!

정말 그래요. 요리사와 손님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친숙함이 붕어빵의 힘이죠. 저도 붕쥬르에서 일하는 하루에는 말 그대로 오감이 다 깨어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반죽을 치대면서 밀가루와 설탕, 찹쌀가루 향을 맡고, 철판 위 붕어빵이 구워지는 소리를 손님과 함께 듣고, 갓 나온 붕어빵의 따끈함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주고, 받고서 금방 맛보고 채워지는 포만감의 표정까지도 바라볼 수 있죠. 설렘과 뿌듯함을 나눌 수 있는 압축적인 과정, 매 순간 작은 완성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작업입니다.

붕쥬르

박소은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여름철에는 손님 발길이 확 줄어들어요. 아무래도 더운 날씨에 붕어빵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여름 신메뉴를 개발해도 확실히 더운 여름철에는 붕어빵의 한계가 있다고 느낄 때 기운이 빠지더라고요. 그래도 이왕 주어지는 이 여유를 잘 이용해서 새 메뉴를 실험하거나 레시피를 다듬는 기간으로 삼는답니다. 반대로 정신없이 바쁜 겨울철 장사 때는 놓치기 쉬운 세부사항들을 미리 점검하고 개선할 기회가 됩니다.

Sweet moment

손님이 방금 산 붕어빵을 한 입 먹고 ‘정말 맛있다’며 가족들에게 주려고 다시 매장으로 발걸음해주실 때예요. 그렇게 손님의 작은 행복에 기여했다고 느낄 때 제 행복도 덩달아 차오릅니다. 방문보다는 재방문해주시는 손님, 또 누군가를 데려와 소개해주시는 손님을 볼 때, 우리가 목표하는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구나 확신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은 붕어빵 하나로도 즐거움과 특별함을 선물할 수 있다는 걸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언젠가는 ‘붕쥬르’가 행복의 다른 말이 되지 않을까요?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