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럼프의 MAGA,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토스증권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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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GA는 트럼프가 만든 구호가 아니다

  • 바이든도 사실은 자국 우선주의였다

  • MAGA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반도체 :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 유효

  • 자동차 : 전통 제조사 단기 수혜 가능

  • 전기차 : 단기 둔화, 장기 성장 지속

  • 2차전지 : 한국 ·일본 기업 반사이익 주목

  • 에너지 : LNG 기업 중 선별 투자

  • 방위 : 미국도, 미국 외 기업도 긍정적

  • 워싱턴 D.C. 출장 기간 동안 백악관, 국회의사당, 허드슨 연구소 같은 싱크탱크까지 두루 돌아보고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곳곳에서 발견한 ‘미국 우선주의’의 흔적이었습니다. 실제로 백악관 근처 노점에는 America First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문구가 새겨진 모자와 티셔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죠.

    이 문구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슬로건인데요.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 높은 관세, 제조업 부흥 등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정책들이 시행됐고, 이는 상반기 주식시장을 크게 흔든 요인이 되었습니다.

    백악관 주변 노점상에서 판매 중인 MAGA 기념품 / 사진: 로이터

    MAGA는 트럼프가 만든 구호가 아니다

    ‘MAGA’와 ‘America First’ 같은 구호는 트럼프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가 처음 만든 말은 아닙니다.

    워싱턴 D.C.에 있는 국회의사당 돔 천장과 벽화에는 독립선언, 서부 개척, 남북전쟁 장면이 새겨져 있었고, 국립문서관과 의사당 도서관에는 미국 정치사의 중요한 순간들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기록들을 읽어보니, 건국 초기부터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반복해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고별사에서 “외국과의 영속적 동맹을 경계하라”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공표한 ‘먼로 독트린’에는 “외국의 체제 확장 시도는 우리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문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자국 우선주의를 외교 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못 박은 것이죠.

    미국의 주요 역사, 정치 서적 등이 있는 국회의사당 도서관 / 사진: 토스증권

    이후 ‘America First’는 시대마다 되살아났습니다. 1930~40년대 대공황 시기에는 은행 파산과 중산층 붕괴 속에서 미국우선위원회(America First Committee, AFC)가 결성돼 전국적 운동을 벌였고, 정부의 2차 세계대전 유럽 지원을 막아내기도 했습니다.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면서 미국우선위원회는 해체되었지만, 반공주의나 이민 제한, 방위비 감축 등의 정책 기조로 이어졌습니다.

    1970년대 후반, 베트남전에서 사실상 패배하고,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며 자신감을 잃은 미국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내세운 슬로건이 바로 ‘MAGA’였습니다.

    트럼프의 MAGA는 새로 등장한 구호가 아니라, 위기 때마다 반복돼 온 ‘미국 우선주의’ 전통의 최신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우선위원회 로고와 레이건 MAGA 캠페인 로고

    바이든도 사실은 자국 우선주의였다

    민주당 출신으로 국제 협력과 동맹 복원을 강조해 온 바이든 정부조차, 실제로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핵심은 보조금과 투자 인센티브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인 것이었습니다.

    특히 제조업 기반을 회복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뚜렷했습니다. 중국이 희토류와 반도체 같은 핵심 자원을 무역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IRA*와 CHIPS법**으로 새로운 무역 장벽을 세운 것이죠. * 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미국산 부품 사용과 현지 생산을 의무화,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 유도 ** 반도체 지원법: 중국 내 첨단 반도체 투자를 제한하며, 미국과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

    이 때문에 워싱턴 현지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바이든 버전의 MAGA’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겉으로는 동맹과 협력을 내세웠지만, 실제 정책은 미국 산업과 기술 주권 강화를 지향했고, 트럼프 정부의 노선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MAGA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의 MAGA는 새롭게 등장한 구호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미국 우선주의’의 현대적 반복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도 미국은 위기 속에 있습니다. 중국의 추격, 기업들의 해외 이전, 줄어드는 제조업 일자리, 높아진 물가, 불안정한 공급망, 격화되는 기술 패권 경쟁. 이러한 환경은 다시금 자국 우선주의 전략을 강화하는 배경이 되고 있죠.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정치사의 오랜 전통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강도가 잠시 완화될 수는 있어도, 언제든 다시 강화될 수 있죠. 따라서 투자자라면 중장기 전략을 세울 때 반드시 이 흐름을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 우선주의는 글로벌 산업 전반을 흔들고, 결국 주식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정책 흐름을 염두에 두고 산업별 민감도를 미리 파악해본다면 유망한 산업을 미리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전략 산업은 미국의 정책에 따라 국가간, 기업간 성과가 더 뚜렷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등 6가지 핵심 전략 산업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가져올 변화와, 투자 대응 전략을 알아보겠습니다.

    반도체 :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 유효

    미국의 대표 전략 산업이자 글로벌 기술 패권의 핵심입니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 및 세제 혜택, 자국산 구매 우대 정책 등을 통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기업, 혹은 미국 내 생산· 판매 비중이 높은 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 수혜 가능 기업: 인텔(INTC),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
    • 리스크 요인: 엔비디아, AMD 등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기업은 규제 강화로 중국 매출 일부를 미국 정부에 납부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동차 : 전통 제조사 단기 수혜 가능

    미국의 제조업 보호 및 육성 정책에 따라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수혜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연비 규제와 전기차 전환 관련 정책이 완화되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단기적으로는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 수혜 가능 기업: 포드(F), GM(GM)
    • 투자 포인트: 미국 내 내수 비중이 높고,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한 부품업체에 주목하세요. 내연기관 및 트럭* 판매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유리합니다. * 수출보다 미국 내수 시장 판매를 위한 차량
    • 리스크 요인: 미국 외 지역의 생산 시설 비중이 큰 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전기차 : 단기 둔화, 장기 성장 지속

    보조금 축소와 인프라 예산 삭감으로 전기차 산업의 단기 성장은 둔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전기차는 높은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울 전망입니다.

    다만, 대표적인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을 것으로 보입니다. 판매처를 전 세계 곳곳에 다양하게 두고 있어 미국 정책 영향을 덜 받기도 하고, 관세로 인해 미국 수입차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이익 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전기차 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뚜렷합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흐름은 피할 수 없는 변화이니까요. 경쟁력 있는 기업 중심의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합니다.

    2차전지 : 한국 ·일본 기업 반사이익 주목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면 배터리 출하량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2차전지 산업 전반의 성장세 역시 한동안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투자처입니다.

    아래 두 가지 포인트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 중국산 배터리에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면, 한국 및 일본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 테슬라가 배터리 외부 조달 비중을 줄이고 내재화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관련 업체에도 주목할 만합니다.

    에너지 : LNG 기업 중 선별 투자

    미국은 자국의 에너지 공급 확대와 수출 확대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LNG를 비롯한 전통 에너지 기업들이 수혜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아래 두 가지 유형에 속한 기업들이 주목할 만합니다.

    • 수직계열화된 에너지 기업: 석유 채굴부터 정제, 유통까지 모두 담당하는 기업입니다. 이들은 에너지 가격 변동에 취약한 일부 업체(예: 생산 전문 기업)와 달리, 여러 사업 부문의 균형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 에너지 인프라 기업: 파이프라인, LNG 터미널 등 생산 및 수출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마찬가지로 에너지 가격의 영향을 덜 받고, 거래량이 늘면 이득을 보게 되는 구조입니다.

    방위 : 미국도, 미국 외 기업도 긍정적

    방위산업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수혜 산업입니다. 특히 미국뿐 아니라 미국 외 경쟁력 있는 기업들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자국의 힘을 키우기 위해 국방 예산을 늘리는 동시에, 동맹국 지원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동맹국들의 방위 자립 수요가 늘어나며, 글로벌 전반의 국방 예산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동맹국들이 미국과의 불확실한 관계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산 전투기, 한국산 전차 등 ‘미국이 아닌’ 대안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사이버 보안, 드론 등 확장된 범위의 방위 기업도 주목할 만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우선주의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고, 이 흐름에 따른 투자 포인트를 짚어봤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정책 기조 앞에서 투자자가 할 일은 단순합니다. 정책의 방향을 읽고, 그 속에서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죠. 미국 우선주의가 불러올 새로운 경제 질서 속에서 적응해 나갈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선별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Writer 이영곤 애널리스트 Edit 기명균 이준혁 윤동해 Graphic 고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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