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내리면 물가와 주식은 어떻게 움직일까?
2025년 9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는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좀 진정되고 있다고 본 거죠. 그런데 물가가 안정되면 중앙은행은 왜 금리를 내릴까요? 물가와 금리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요?
간단히 말해 금리는 물가를 조절하는 도구 역할을 합니다. 중앙은행은 물가가 너무 오르면 금리를 올려 돈의 흐름을 억제하고,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를 내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요. 이를 통화정책이라고 합니다. 물가와 금리의 관계를 이해하면 투자나 재테크에서 한발 앞선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가 상승률과 통화정책이 어떻게 맞물려 작동하는지 좀 더 깊이 들어가 볼까요?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률. 소비자물가지수(CPI)나 생산자물가지수(PPI)로 측정되며, 보통 전년 대비 연 2% 정도 상승하면 적정 수준으로 여긴다.
물가 상승률이란?
물가 상승률은 돈의 가치가 줄어드는 속도를 나타냅니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점점 줄어들어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지는 현상으로 체감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작년에 1만 5,000원 하던 치킨이 올해 1만 6,500원이 됐다면 물가 상승률은 10%가 된 셈입니다. 우리가 쓰는 돈의 가치가 얼마나 빠르게 줄어드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죠.
기준금리, 돈의 흐름을 조절하는 열쇠
이처럼 물가가 계속 변하는 것을 다스리기 위해 활용하는 게 바로 금리예요. 금리는 돈을 빌리거나 예금했을 때 붙는 이자율을 말합니다. 대출금리, 예금금리, 채권금리, 기준금리 등 다양한 종류의 금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물가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건 기준금리입니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단기적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예치받을 때 적용하는 이자입니다. 즉, 기준금리는 시장 전체 금리의 기준이 되고, 대출 및 예금 금리 등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쳐 물가에 직접적인 파급 효과를 주게 돼요. 그래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건 경제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으로 작용합니다.
어떤 원리로 통화정책이 적용되는 걸까
① 물가가 상승하면 금리 인상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립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돈 빌리는 데 이자 부담이 높아져서 사람들이 집을 사거나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걸 주저하게 돼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물가가 안정됩니다. 2022-2023년처럼 코로나19가 끝나고 물가가 급등했을 때 연준은 금리를 연속적으로 올려 경제 과열을 진정시켰어요. 이를 '긴축적 통화정책'이라고 부르며, 물가를 잡기 위한 대표적인 조치였습니다.
②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 인하
반대로 물가가 안정되거나 경기가 둔화되면 금리를 내립니다. 돈 빌리기가 쉬워지면서 사람들은 더 많이 소비하고, 기업도 투자를 늘리면서 경제가 활성화되죠. 2025년 9월 연준의 금리 인하가 바로 이런 경우예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대로 안정되면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4.00%-4.25%로 낮췄습니다. 이를 '완화적 통화정책'이라 하며, 경기 침체를 막으려는 전략이었습니다.
③ 금리와 물가의 순환 고리
이처럼 금리와 물가는 서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계예요. 금리 인상 → 소비·투자 감소 → 물가 하락 → 경기 둔화 → 금리 인하 → 소비·투자 증가 → 물가 상승으로 순환이 이어집니다. 여기에 글로벌 요인도 영향을 미쳐요. 예를 들어, 유가가 오르거나 반도체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물가는 치솟죠.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달러 강세도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습니다.
물가와 금리에 대해 궁금한 5가지
Q1. 한국은행 금리와 미국 연준의 금리는 어떤 관계인가요?
한국은행이 금리를 정할 때는 우리 경제 상황(성장률, 물가, 가계부채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만, 미국의 움직임도 눈여겨봅니다. 왜냐하면 한·미 금리 차가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한 돈을 팔고 달러로 바꿔 떠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수입 물가는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어요. 한국은행은 독립적으로 판단하며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연준의 금리 변화에 일정 부분 발맞출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Q2. 물가가 안정됐다는데, 왜 생활 물가는 여전히 비싸게만 느껴질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물가 수준(level)’과 ‘물가 상승률(rate)’의 차이입니다. 물가 상승률이 5%에서 2%로 낮아졌다는 건, 가격이 계속 오르긴 하지만 오르는 속도가 줄었다는 뜻이에요. 물가 자체가 내려갔다는 것과 다르죠. 예를 들어 라면값이 1,000원에서 1년 새 1,100원으로 오르고, 그다음 해에 1,122원이 된다면 물가 상승률은 10%에서 2%로 훅 떨어졌지만, 가격 자체는 1,100원보다 비싸진 1,122원이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가 안정됐다는 말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Q3. 금리가 내려가면 무조건 주식이 오르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금리 인하는 보통 경기 둔화가 우려될 때 이뤄집니다. 따라서 금리 인하 초기에는 “경기가 나빠지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으로 주식 시장이 하락하기도 합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확대가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주식 시장은 반등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금리 인하로 인한 단기 충격과 장기 상승을 구분해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Q4. 금리가 내려가면 곧장 대출을 받아도 괜찮을까요?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대출 이자가 낮아지니 대출 부담이 줄어드는 게 사실입니다. 변동금리 대출을 가진 사람은 이자 비용이 줄어들 수 있죠. 하지만 새로 대출을 계획한다면 신중해야 해요. 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으니,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비교해 보세요. 고정금리는 금리가 다시 오를 때 부담을 줄여주지만, 변동금리는 지금처럼 금리가 낮을 때 유리할 수 있습니다.
Q5. 금리 변화에 따른 환율과 달러 자산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금리 변화는 환율과 달러 자산에도 영향을 줍니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달러가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 반대로 금리 차가 좁혀지면 달러 약세(원·달러 환율 하락) 현상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달러 자산에 투자할 때는 환율 변동을 고려해야 하죠. 다만 일반 투자자가 환율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으므로 한 번에 큰 금액을 투자하기보다 적립식으로 나눠 투자하는 게 필수입니다. 달러 자산 비중을 늘리고 싶다면 달러 예금이나 미국 ETF 등으로 분산 투자가 필요하고요.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핵심 전략이라는 것 꼭 기억하세요.
내 금융 생활에 금리 신호 잘 활용하는 법
(1) 금리 변화에 따라 리밸런싱하기
금리가 꺾이는 구간에서는 ‘예금→채권·주식’으로 돈의 흐름도 바뀝니다. 예금 이자는 점점 낮아지고, 대신 채권이나 주식 같은 자산의 매력이 커지기 때문이죠. 특히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채권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국공채 ETF 같은 상품이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주식 쪽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큰 테크 기업이나 꾸준히 배당을 주는 배당주 ETF에 나눠서 투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금리가 낮아질 때 유동성 기대로 시장이 과열될 수 있으니 투자 시점을 분산해 위험을 줄이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금리가 오를 때는 높은 이자를 주는 예금 상품이 유리합니다. 이처럼 금리 흐름을 보면서 예금, 채권, 주식, 해외 자산 등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세요.
(2)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에 투자하기
물가가 오를 조짐이 보일 때는 금이나 원자재 ETF 같은 자산이 힘을 발휘합니다. ISA 계좌나 연금 계좌에서도 투자할 수 있는 국내 투자운용사의 금현물 ETF 등은 투자가 쉬우면서 인플레이션 방어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3) 대출금 상환 우선순위 설정하기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이자가 줄어들어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부채가 많다면 우선 갚는 게 최선입니다. 특히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상환은 최우선순위로 둬야 하고요. 금리가 오를 때는 변동금리 대출의 부담이 커지므로, 저금리 시기에 미리 갚거나 고정금리로 바꿔두는 게 안전합니다. 매달 일정 비율을 정해 꾸준히 상환하고, 보너스나 여윳돈이 생기면 추가로 갚아나가면 부채 관리가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어요.
물가와 금리는 서로 맞물리며 경제의 큰 균형을 만들어 갑니다. 금리가 오르고 내리는 과정은 결국 과열을 식히고, 또 침체를 막으며 경제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흐름이 반복되는 거예요. 그 안에서 우리는 때론 불안에 떨고, 때론 기회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투자자로서 이 파도 같은 변동성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길게 보는 안목과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자산을 분산 투자하고, 주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며 시장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금리와 물가의 파동 속에서도 자산을 지켜내고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경제는 늘 변하지만, 물가와 금리가 가리키는 신호를 이해하면 변동성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기회의 신호입니다. 우리가 경제를 공부하는 건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내 자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Edit 주소은 Graphic 이은호, 이제현
누구나 경제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경제 교육 기업 래빗스쿨을 창업했다. 일상 재테커를 위한 안내서 '래빗노트'를 발행하고, 핵심과 맥락을 이어주는 '신문읽기특훈'을 진행하고 있다. 철학과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며 성실과 노력은 ‘운’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삶을 믿는다. 『나의 꿈 부자 할머니』 『60일 완성 무조건 모이는 돈 버는 습관』 『어려웠던 경제기사가 술술 읽힙니다』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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