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가상자산 거래소, 금융 데이터 플랫폼, 대형 게임사의 사내 서비스까지. 20년 동안 복잡한 정보를 사용자가 쉽게 쓰도록 다듬어 온 디자이너가 있어요. 지금은 1인 기업 아르코아(ARCOA)를 운영하며, 일상 가까이에서 발견한 불편을 미니앱으로 만드는 박지안 님이에요.
퇴직 후 재취업의 문을 두드리던 지안 님은,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대신 혼자 서비스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거창한 성공담은 아니에요. 다만 앱인토스와 함께 작게 시작해서 조금씩 나아가는 이야기가, 커리어의 다음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안 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20년 차 디자이너이자, 1인 기업 아르코아의 파운더 겸 리드 디자이너 박지안이에요. 에듀테크, 가상자산, 금융 데이터, 게임까지 꽤 다른 산업을 지나왔는데, 매번 제가 맡은 일은 같았어요. 복잡한 정보를 사용자가 쉽게 이해하고 편하게 쓰도록 만드는 일이었어요.
아르코아는 그런 저의 경험을 살려, 복잡함을 덜고 사용자가 자신의 감정을 더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고 싶어 시작한 1인 기업이에요. 기록(Archive)과 평온(Calm)에서 출발한 이름이고, 슬로건은 'Archive of Calm - 마음이 쉬는 곳'으로 정했어요.
원대한 꿈이 있어서 회사를 박차고 나온 건 전혀 아니에요. 사실 저도 재취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더라고요. 여러 산업에서 쌓은 경험은 분명 강점이었지만, 새로운 조직에서는 제 경력과 역할의 무게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회사에 속해 서비스를 함께 만드는 일을 넘어, 제가 가장 잘 이해하는 문제를 직접 서비스로 검증해보기로 했어요.
2025년 여름으로 기억해요. 그때 바이브코딩 트렌드가 시작되었잖아요. 관련한 웨비나를 엄청 많이 들으면서 보니, 혼자서도 되겠다는 견적이 나오는 거예요. 옛날엔 앱 하나 런칭하려면 아무리 못해도 5~6명은 있어야 했는데, 이제 혼자할 수 있잖아요. 결국 내 시간과 기본적인 운영 비용 정도만 들인다면, 유료 구독자를 어느 정도 모으면 지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의 스타트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가 만든 서비스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서비스를 정말 좋아하는 딱 100명만 모아도 먹고 살겠는데, 이런 생각이었죠. 전국에서 100명을 못 모을까? 글로벌에서라도 100명을 못 모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업자를 내고,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원래 제일 하고 싶던 건 타로 셀프케어 앱 ‘아르코이’였어요. 타로를 아마추어로 17년 동안 했거든요. 예쁜 타로카드를 좋아해서 50종이 넘는 카드를 소장하고 있어요. 저에게 있어 타로는 단순히 점을 보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매개였어요. 타로카드로 저의 내면을 바라보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타로를 봐주며 카드가 건네는 이야기를 함께 풀어보기도 했어요.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런 마음을 돌보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때 떠오른 것이 제가 좋아하는 타로였어요. 마음돌봄을 위해 앱에 내 기분이 어땠는지 일일이 기록하거나 말하지 않아도, 타로를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서비스가 아르코이의 컨셉이에요.
앱인토스에 미니앱 만드는 분들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에요. 리워드 앱이 돈 된다더라, 이게 힙하다더라, 그런 것 말고요.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 중에서 하나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정말 나만의 것이 나오거든요. 내가 오랫동안 좋아해 온 것으로 만들면, 그건 누가 뭐라해도 분명히 경쟁력이 있을 거예요.

아르코이는 타로 마스터 캐릭터가 5명이나 있고, 타로 카드도 전부 그려야 해서 할 일이 정말 많았어요. 이렇게 여러 경험이 유기적으로 엮인 서비스를 혼자 처음부터 만들긴 부담스러웠죠. 그래서 아르코이를 제대로 만들려면, 먼저 더 단순한 걸로 혼자 출시하고 운영하는 전 과정을 연습해보자 싶었어요.
마침 제 생활에서 발견한 불편이 있었어요. 마트에서 할인되는 카드가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서 다른 카드로 결제했다가, 집에 와서 보니 5천 원 더 손해 본 거예요. 그래서 ‘결제 전에 내 카드 혜택만 딱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해서 만든 앱이 피카예요.
처음엔 네이티브 앱으로 애플, 구글에 먼저 출시했어요. 앱인토스는 스레드에서 알게 됐는데, 웹앱으로 빠르게 출시할 수 있고 토스 사용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스토어에 앱을 올려두고 유입이 저조해 고민이었거든요.
올해 3월에 AI 기반 개발 플랫폼인 러버블에서 여성의 날에 하루 동안 서비스를 무료로 쓸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그때 기존에 만들어 두었던 피카를 앱인토스에 올릴 수 있도록 웹앱으로 만들었어요. 그렇게 피카를 먼저 냈고, 원래 하고 싶었던 아르코이도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처음엔 아르코이를 앱인토스에 낼 생각이 없었는데, 피카를 운영해보고 계획을 바꿨어요.

맞아요. 특히 데이터 구조와 운영 비용은 1인 사업자에게는 돈과 직결되는 문제더라고요. 피카 초기엔 데이터를 조회하는 구조를 효율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걸 몰라서, 사용자가 검색을 한 번 하면 데이터를 60번씩 읽었어요. 하루 1,000번만 검색돼도 6만 번을 읽는 비효율적인 구조로 설계를 한 거죠. 그게 다 비용이 되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차이가 없어도 구조에 따라 운영 비용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겁이 나긴 했지만, 결국 제가 늘 해오던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디자인 시안이 나오면 이 버튼을 눌렀을 때 뭘 불러오는지 시각적으로 표현하게 되잖아요. 그 불러오는 요소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서 정리하면, 그게 데이터 구조가 되더라고요.
‘사용자가 어떤 질문을 먼저 하는가’를 기준으로 다시 설계했어요. 꼭 필요한 정보 값만 불러오도록요. 검색 한 번당 읽는 양이 크게 줄고, 예상 활성 사용자 규모도 약 1,000명에서 약 7,000명 수준으로 넓어졌어요. 백엔드, 서버, 데이터, 스키마 같은 용어가 낯설 뿐이지, 결국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것과 같은 문제를 푸는 일이었어요.

아르코이의 경우도, 처음에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사용자가 가치를 느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오히려 선택지가 다양해지니 헷갈려하고 이탈하더라고요. 광고도 마찬가지에요. 광고로 사용 흐름이 끊기면, 사용자가 느끼는 서비스 경험과 브랜드의 인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기능을 덜 보여주더라도 선택 부담을 줄이고, 광고 노출도 사용자 입장에서 예상할 수 있도록 고쳤더니, 활성 사용자 흐름이 우상향하는 초기 신호가 보이더라고요. 아르코이 같은 서비스는 특히 사용자가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드는 게 중요한데, 그 이유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서 나온다고 느껴요. 데이터도 그렇게 말해주고요.
저는 사용자가 앱을 만나는 첫 접점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피카 미니앱 이름을 여러 번 바꿨어요.
최초 이름은 ‘피카: 가장 유리한 카드?’였는데, 사람들이 다 신규 카드 추천 앱으로 오해하는 거예요. 지인한테 리서치할 때도 앱 이름만 듣고는 "언니, 내 카드 추천 좀 해줘." 이러니까요. 그래서 ‘피카: 결제 전 5초 검색’으로 바꿨는데, 이번엔 어떤 개발자분이 스레드에서 ‘광고가 10초 동안 나오는데 5초는 무슨 5초냐’고 팩폭을 하시더라고요. (웃음)
그러다 사용자가 실제로 떠올릴 질문으로 바꿨어요. ‘피카: 내 카드 할인돼?’로요. 그랬더니 앱인토스 콘솔에서 검색 유입이 평균 2.2배 늘었어요. 키워드는 그대로였는데도요. 똑같은 검색어로 들어오더라도, 미니앱의 제목에 사용자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바로 보이니까 선택 받는 빈도가 늘어난 거죠.

랜딩페이지는 무조건 있어야 해요. 특히 미니앱은 들어오면 바로 써보게 되잖아요. 그렇다고 무작정 튜토리얼을 많이 넣을 수도 없고요. 근데 랜딩페이지는 사용자가 공감하는 문제부터 환기하고 시작할 수 있어요. ‘이런 거 힘드시죠?’ 하면 ‘내 얘기네’ 하고 앱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그렇게 랜딩 페이지를 열고, 검색 사이트와 스레드 프로필 링크에 등록했더니 유입이 랜딩페이지를 만들기 전보다 약 8.4배 늘었어요.
결과만 보여주면 제가 모든 답을 아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잖아요. 근데 저도 계속 배우는 초보 사업가예요. 시행착오를 기록하고 공개하면 제 판단을 다시 정리하게 되고, 다른 메이커들의 피드백으로 저도 배우게 되고요. 아르코아는 일방적으로 답을 주는 권위적인 회사가 되기보다, 사용자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나란히 걸어가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결과물 자체보다 ‘혼자서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에 공감해 주신 분들이요. 저는 AI가 모든 걸 대신해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자신이 잘 아는 사용자의 문제와 서비스에 대해 고민해 온 사람이라면, AI를 활용해 자기 기획을 직접 검증해볼 수 있다고는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 공감하며 자기 경험을 나눠주실 때 특히 반가웠어요.

출시와 사용자 유입의 문턱이 낮고 빠르다는 거예요. 실제로 피카는 출시 10일 만에, 구글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양쪽에서 약 3개월 동안 모은 유입 규모에 도달했어요. AI 덕분에 서비스를 만드는 건 쉬워졌지만, 출시 뒤에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발견하지 못하면 쓰일 기회조차 없는 훨씬 높은 벽이 있거든요.
물론 앱인토스가 서비스를 대신 만들어주진 않지만, 기존 앱스토어에 각각 출시할 때보다 출시와 사용자 발견의 문턱을 낮춰주는 환경이에요. 저는 앱인토스가 '1인 메이커가 서비스를 세상에 내보낼 수 있도록 버스를 태워준다’고 생각해요.
0에서 1을 만드는 게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1에서 100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고들 하고요. 처음에는 ‘내가 앱인토스에서 할 수 있나?’ 했는데, 해보니까 ‘이게 되네’ 싶은 거예요. 되네, 또 할 수 있겠다, 또 되네. 이렇게 반복하는 거죠. 저도 짧은 기간에 미니앱을 두 개나 만들었어요. 잘 되고 말고를 떠나서,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 끝까지 돌아가게 해봤다는 경험 자체가 엄청 용기를 주더라고요.
제 나이 또래, 특히 디자이너 후배들이 많이 떠올라요. 앞으로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을 거거든요. 근데 꼭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돼요. 누구든 자기가 오래 해온 일이나 일상에서 느낀 불편,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그 사람만이 아는 진짜가 나오거든요. 꼭 저처럼 회사를 나올 필요도 없어요. 반응이 없어도 한두 달 기다릴 수 있고, 안 되면 다른 걸 해보면 되니까요. 저는 첫 미니앱을 주말에 만들었어요.

거창하게 시작하려고 하지 말고, 핵심 하나만 남겨보세요. 딱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핵심 기능만 돌아가는 MVP*를 올려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세요. 그러면 다음에 뭘 만들고 뭘 고쳐야 할지 선명해져요. AI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들이 잔뜩 붙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AI를 적이 아니라 팀이라고 생각하고, 완벽하게 준비하기보다 작은 것부터 실행해봤으면 좋겠어요.
지안 님과의 대화는 이상하게도 자꾸 '미래'처럼 느껴졌어요. AI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이야기, 마흔이 지난 나이에 오는 커리어 불안, 회사가 언제까지 나를 필요로 할까 하는 물음. 우리가 곧 마주할 거라고 막연히 걱정하는 그 지점에, 지안 님은 이미 도착해 있었거든요. 그것도 불안이 아니라 '이게 되네'라는 담담한 태도로요.
지안 님은 1인 사업가로 아직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는 않았어요. 여전히 사용자를 모으고 수익으로 연결하는 게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말해요. 그런데도 이 인터뷰를 위한 대화가 오래 마음에 남았던 건, 그가 '만들었다'에서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카피 한 줄을 바꿔 반응을 보고, 데이터 구조를 다시 짜고, 사용자가 헷갈려하는 지점을 고치고. 출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을, 그는 화면 하나하나에서 증명하고 있었어요.
또 인상 깊었던 건, 그가 20년의 경험을 한 번도 손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여러 산업을 거친 경력도, 오래 좋아한 타로도, 채용 시장에서 한 번에 설명하기 쉽지 않았을 그 이력이, 혼자 서비스를 만드는 순간 전부 재료가 됐어요. 그래서 지안 님이 후배들에게 건네고 싶어 한 말도 결국 하나였어요. 남들이 좋다는 것 말고 오래 좋아해온 것에서 출발해, 작게 시작해보라고요.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자기 손으로 그걸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시대. 지안 님은 그 시대를 조금 먼저 살면서, 자기가 넘어진 자리를 스레드에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었어요. 그 기록이, 지금 첫 줄 앞에서 망설이는 누군가에게 ‘나도 작게 시작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되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