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들지만, 바이브 코딩은 아닙니다 - 앱인토스

AI로 만들지만, 바이브 코딩은 아닙니다

AI로 만들지만, 바이브 코딩은 아닙니다

앱인토스 파트너 권혁진 님은 오랫동안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로 바꾸는 일을 해왔어요. 90년대 컴퓨터 그래픽 회사 창업으로 시작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와 커머스 신규 서비스 등을 만들며 새로운 서비스를 실험했죠. 지금은 앱인토스에 출시한 야구 예측 미니앱 ‘핏치픽’을 운영을 중심으로, 실생활의 반복적인 문제를 서비스로 바꾸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핏치픽을 만든 과정과 함께, AI 시대에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먼저 해야 하는지 들어봤어요.

앱인토스 파트너 권혁진 님 (Threads: @kayakwon)

20년간 이어온 메이커의 길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앱인토스에서 KBO 야구 예측 미니앱 ‘핏치픽’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권혁진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계속 해왔어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처음 시작한 일은 일반적인 개발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1994년에는 미대 친구들과 컴퓨터 그래픽 회사를 만들었어요. 방송 프로그램의 로고나 오프닝 타이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이었죠. 그런데 그해 극장에서 토이 스토리를 보고 “이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하던 작업과 세계적인 기술 수준의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졌거든요. 이후에는 영화 특수효과 회사에서 CG 인력을 키우는 학원의 커리큘럼을 짜고 강의했어요. 그러다 직접 CG 학원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1999년에는 투자를 받아 동대문 시장 대상 B2B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었습니다. 해외 바이어가 동대문 물건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서비스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꽤 이른 시도였죠.그 뒤로는 웹에이전시, 위메프를 거치면서 계속 신규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Q. 오랫동안 서비스를 만들어오셨잖아요. 요즘 서비스를 만드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특히 AI와 바이브 코딩이 나오면서 아이디어를 서비스로 바꾸는 과정이 훨씬 짧아졌습니다. 예전에는 기획하고, 화면을 만들고, 개발하고, 테스트하고, 다시 고치고. 각 단계마다 사람들과 계속 맞춰야 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 과정이 많이 압축됐다고 느껴요. 혼자서도 훨씬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고, 예전 같으면 오래 걸렸을 일을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작은 팀이나 개인에게는 정말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Q. AI를 쓰면서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낀 건 무엇인가요?

머릿속에 있는 걸 말로 풀어내면 바로 구현해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제가 원래 그림도 그렸고, 기획도 했고, UX나 UI도 보고, 개발도 계속 봐왔거든요. 만들고 싶은 서비스의 구조가 머릿속에 어느 정도 그려져 있으니, 이제는 그걸 AI에게 설명하고 바로 결과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거죠.

흔히 이런 방식을 바이브 코딩이라고 부르지만, 저는 제가 하는 일이 그 말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AI가 알아서 만들어주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제가 방향을 정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지시하면서 계속 깎아내는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실제 작업 방식은 지휘자에 더 가까워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정하고, 결과를 보고, 다시 지시하고, 고치는 식이죠. AI가 모든 걸 알아서 완성해준다기보다, 제가 여러 역할을 조율하는 느낌입니다.

드릴 잘 쓰는 법을 연마하지 말고, 어떤 의자를 만들지 먼저 생각하세요

Q. AI로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이 혁진님을 많이 찾아오신다고 들었어요.

동네 당근 모임에 “4주 안에 앱인토스에서 서비스 만들기”를 올려둔 적이 있어요. 찾아오면 상담해드리고, 커피는 제가 사겠다고요. 의사, 학원 선생님처럼 다양한 분들이 오시는데, 저는 기술적인 걸 가르쳐드리기보다는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AI로 서비스를 만들려는 사람들을 보면 크게 두 부류가 있는 것 같아요. 개발을 해본 사람들은 로직이나 보안, 예외 케이스처럼 뒤에 숨어 있는 것들을 잘 알아요. 대신 서비스가 세상 밖에 나간 뒤 어떻게 유저를 만나야 하는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에는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반대로 자기 업이나 관심 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은 만들고 싶은 게 분명해요. 학원에서 어떤 일이 반복되는지, 식당에서 어떤 불편이 있는지, 야구를 볼 때 사람들이 언제 몰입하는지 같은 걸 잘 알죠. 다만 개발을 모르니까 구현 과정에서 빠뜨리는 구멍이 생길 수 있어요.

저는 이 차이도 오래가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도구는 계속 좋아질 거예요. 결국 더 중요해지는 건 “무엇을 만들 것인가”입니다.

Q. 도구보다 내가 만드는 서비스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네, 그래서 제가 항상 드리는 말이 있어요. “드릴 잘 쓰는 법을 연마하지 말고, 어떤 의자를 만들지 먼저 생각하세요.”

요즘은 도구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의자를 만들려면 먼저 누가 쓸 건지, 어떤 재질이어야 하는지, 어디에 놓일 건지,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하죠. 그게 정해지면 드릴은 그냥 도구일 뿐이에요.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그게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예요. AI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 전체를 보는 관점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잘 아는 분야에서 출발하기

Q. 앱인토스에서 운영 중인 ‘핏치픽’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핏치픽은 KBO 야구 경기를 보면서 다음 투구 결과나 득점 여부를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퀴즈 앱이에요. 야구 경기 중 이닝 브레이크마다 퀴즈가 자동으로 생성되고, 사용자는 경기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어요.

제가 2017년부터 퀴즈 이벤트를 쉽게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B2B SaaS를 운영해왔는데요. 퀴즈를 B2C로 가져가려면 한 가지 문제가 있더라고요. 문제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사람이 만들면 좋지만 너무 어렵고, 필요한 양도 많죠.

그런데 어느 날 아내와 야구장에 갔는데, 사람들이 이미 계속 예측을 하고 있었어요. “삼진 나와라”, “안타 쳐라”, “다음 이닝엔 점수 날 것 같다” 이런 식으로요. 그때 생각했어요. 정답이 미래에 있으면 문제를 무한히 낼 수 있겠구나. 야구는 이닝 브레이크가 계속 있어서 경기 내내 자연스럽게 참여할 타이밍도 있고, 유저도 많고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Q.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이었나요?

야구 데이터였어요. 처음에는 TV를 보면서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법무 검토를 해보니 대부분 안 되더라고요. 경기 데이터, 선수 이름, 선수 사진, 구단 로고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어요. 결국 공식 데이터를 제공받을 방법을 찾아야 했고, KBO 공식 기록업체를 수소문해서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받아보니 기대했던 것처럼 정제된 데이터가 아니었어요. 네이버에서 보는 것처럼 “지금 1루에 누가 있고, 2루에 누가 있다”가 정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날것의 이벤트 데이터가 내려오는 방식이었죠. 그러면 이전 타석에서 누가 아웃됐는지, 누가 진루했는지, 어떤 상황에서 병살이 됐는지를 전부 다시 계산해야 해요.

야구에는 예외가 너무 많거든요. 작년에는 그걸 제 머리로 하나씩 정리해서 로직을 만들었습니다. 올해는 LLM을 활용하면서 훨씬 수월해졌어요. 과거 경기 데이터를 불러와서 케이스를 판단하게 했더니 복잡한 상황을 처리할 수 있더라고요.

Q. 결국 핏치픽은 야구를 깊이 알아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였던 거네요.

맞아요. 실제로 야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아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예요. 게임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수들부터 관람자의 마음까지 알아야 하거든요. 이걸 겪고 나서 생각했어요. 서비스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보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구나. 같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도 야구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면 따라오기 어렵겠다고요.

별도 앱 대신 앱인토스를 선택한 이유

Q. 핏치픽을 앱인토스에서 출시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별도 앱으로 만들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앱스토어 심사, 로그인, 광고, 결제, 푸시까지 기능을 전부 직접 붙여야 하잖아요. 개발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출시와 운영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앱인토스에서는 그 시간을 줄이고 서비스의 핵심에 더 집중할 수 있어요. 26년 3월쯤 아예 앱인토스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옮기는 데는 3주 정도 걸렸습니다.

저는 앱의 시대가 바뀌고 있다고 봐요. 사람들이 새 앱을 잘 안 깔아요. 저도 새 앱을 거의 안 깐 지 오래됐습니다. 앞으로는 챗GPT나 클로드 같은 앱 하나, 혹은 토스 같은 슈퍼앱 안에서 여러 서비스를 쓰는 방식이 더 자연스러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Q. 핏치픽 외에도 준비 중인 다른 서비스가 있으신가요?

저는 온라인 안에서만 돌아가는 서비스보다, 실생활에서 반복되는 일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많아요. 아직 기술의 도움을 충분히 받지 못한 영역이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특정 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그 분야에 있는 사람이 “이런 게 필요하다”고 가져오면, 제가 그걸 실제 서비스로 만드는 식이에요.

Q. 마지막으로, 앱인토스 출시를 고민중인 예비 파트너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예전에는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소프트웨어가 사업이 되기 어려웠어요. 서비스를 하나 만들려면 개발자도 필요하고, 영업도 해야 하고, 운영 인력도 필요했잖아요. 그러다 보면 유지비가 커지고, 결국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비싸게 팔아야만 살아남는 구조가 됩니다.

그런데 바이브 코딩 시대에는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봐요. 만드는 비용과 유지 비용이 낮아지면, 아주 큰 시장이 아니어도 서비스가 될 수 있어요. 큰 회사가 보기엔 너무 작은 시장일 수 있지만, 1인 메이커나 작은 팀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장일 수 있습니다. 쓰는 사람이 100명이어도, 1,000명이어도 괜찮습니다.

저는 그런 곳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큰 회사가 보기에는 너무 작거나 비효율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그 일을 매일 겪는 사람에게는 분명한 불편이잖아요. AI가 만드는 속도를 높여주고, 앱인토스가 출시와 운영의 부담을 덜어주며 사용자와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작은 서비스도 빠르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습니다.


Editor’s Note

혁진님은 AI를 활용하던 초기, 원하는 대로 구현되지 않는 순간에도 “내일이면 해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실제로 다음 업데이트와 함께 막혔던 문제가 풀리는 경험을 여러 번 했고요. AI는 매일 좋아지고, 서비스를 만드는 환경도 계속 바뀌고 있어요.

그런 변화 속에서 우리가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붙들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혁진님과의 대화에서 오래 남은 건 도구의 가능성보다, 변하지 않는 본질을 계속 묻는 태도였어요. 이 서비스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사용자는 어떤 순간에 도움이나 즐거움을 느끼는가. 다시 돌아올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AI가 만드는 속도를 높여줄 수는 있지만, 이 질문을 끝까지 붙드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에요.

예전에는 이런 고민을 실제 서비스로 옮기려면 큰 투자와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도 큰 시장을 향하지 않으면 시작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어요. AI는 만드는 속도를 높여주고, 앱인토스는 출시와 운영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많지 않은 사람을 위한 서비스라도, 그들에게 분명한 가치가 있다면 더 작은 비용으로 시작해볼 수 있어요.

혁진님의 이야기는 그래서 “AI로 더 빨리 만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빠르게 변하는 도구를 쓰면서도, 끝까지 사용자가 느낄 가치를 묻고 서비스를 다듬어가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예요.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인터뷰에서 그 질문을 함께 시작해볼 수 있을 거예요.

앱인토스에서는 누구나 메이커가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