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실패하고, 3년 만에 세상에 나온 독립영화 미니앱 - 앱인토스

3번 실패하고, 3년 만에 세상에 나온 독립영화 미니앱

3번 실패하고, 3년 만에 세상에 나온 독립영화 미니앱

낮에는 에듀테크 회사에서 애니메이션과 모션그래픽을 만들고, 저녁에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상과 AI를 가르쳐요. 그리고 앱인토스 미니앱 ‘무디’의 메이커기도 하죠. 6년 차 모션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프리랜서 PD, 김영원 님의 이야기예요.

영원 님이 앱인토스에 출시한 독립영화 OTT 미니앱 무디는 사실 2023년에 시작된 프로젝트예요. 개발이 세 번이나 멈췄고, 그때마다 이유는 같았어요.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그걸 실현해 줄 사람이 없었죠. 3년 동안 서랍 속에 있던 무디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됐는지, 영원 님을 만나 들어봤어요.

Q. 영원 님, 안녕하세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올해로 6년 차 애니메이터이자 모션그래픽 디자이너예요. 에듀테크 회사에서 애니메이션과 모션그래픽 작업을 하고 있고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방과 후 강사로 영상 편집이랑 생성형 AI 워크플로우 수업도 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캡스톤 디자인 과목 강사로도 선정돼서, 고등학생들과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본업에 수업까지, 정말 바쁘게 사시네요.

바쁘게 살고 싶어 합니다.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있고, 무언가 일을 하는 과정 자체를 되게 좋아해요. 전역하고 나서 한동안 본업 말고는 일이 없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심심함이랑 공허함을 많이 느꼈거든요. 그 이후로는 일이 주어지면 웬만하면 맡아서 하려고 해요.

진짜로 쓰이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

Q. 독립영화 앱, 무디는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예요?

2023년에 만든 연합 디자인 동아리에서 시작했어요. 야간 대학을 다닐 땐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학교 가면 밤 11시, 12시에 집에 오니까 다른 활동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졸업하고 나니까 못 해봤던 동아리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공고를 올려서 사람을 모았어요. 동아리 이름이 '유즈(USE)'였는데, 유저블한(사용하기에 적합한) 디자인을 만들자는 뜻이에요.

디자인 프로젝트를 하면 가상의 브랜드, 가상의 UX/UI를 목업 형태로 만들고 끝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게 사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확실하게 완성해서,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내놓는 프로젝트를 하자. 그렇게 9명을 모아 세 개 조로 나눠서 진행했는데, 저희 조가 만든 게 무디였어요.

Q. 독립영화를 주제로 서비스를 만드신 게 신기했어요.

아이디어를 리스트업하다가 팀원 한 분이 독립영화 이야기를 꺼냈어요. 저도 지인 중에 독립영화 감독님이 있어서 이쪽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요. 그래서 독립영화 시장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직접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상영회에 가서 감독님들과 이야기해 보고,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대표님과도 연락해 보면서 문제를 하나씩 리스트업했죠.

Q. 어떤 문제를 발견하셨어요?

가장 큰 문제는 '상영할 곳이 없다'였어요.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거든요. 보통은 팬이 있는 감독이 볼 사람을 모으고, 모금해서 상영관을 빌리고, 딱 한 번 상영하고 끝나는 식이에요. 저희가 실제로 극장에서 접할 수 있는 독립영화는 독립영화 씬에서는 아주 대중적이고 관객 기반이 있는 작품들인 거죠.

관계자분들 말로는 상영을 아예 못 하는 비율이 80%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한 편 만들 때마다 사비로 천만 원 이상씩 들어가는데, 영화제들에 출품을 시도해보고 떨어지면 관객을 만날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독립영화를 모아서 보여주는 OTT를 만들자, 그게 무디의 시작이었어요.

세 번 시도했고, 세 번 멈췄어요

Q. 그때가 2023년이죠? 첫 번째 시도는 어떻게 진행됐어요?

일단 Adobe XD를 무작정 열어서 유저 인터페이스를 그렸어요. 서비스 디자인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겁없이 시작했던 것 같아요. 3주 만에 디자인을 끝내고 4주 만에 개발을 끝내자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목표를 세웠죠. 개발자는 디스콰이엇이라는 사이트에서 프로필을 보고 메일을 하나씩 돌려서 구했어요. 도와주겠다는 대학생 개발자분이 나타나서 같이 작업을 시작했고요.

그런데 프론트엔드를 만드는 데만 두 달 넘게 걸렸고, 백엔드 쪽은 그분도 어려워하셨어요. 그러다 그분이 취업을 하게 됐고, 저도 군대에 가게 되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됐어요.

처음 그렸던 무디의 와이어프레임

Q. 그런데 군대에서 무디가 다시 살아났다고요?

상병쯤 됐을 때 해군 창업경진대회 공고가 눈에 띄었어요. 원래는 다른 아이템을 준비했는데 제출 하루 전에 성립이 안 되는 아이템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망했네, 하다가 무디 기획서가 완전히 정리된 상태로 있다는 게 생각난 거예요. 그걸 제출했더니 놀랍게도 합격됐어요.

그런데 독립영화 OTT라고 하면 수익성 면에서 부족해 보이잖아요. 부족해 보이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실제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프레이머로 무디를 구현해서 발표 마지막 장에 QR을 띄웠어요. 유료 결제까지 해서 워터마크 배지를 없애고, 실제 도메인을 연결하고, 영상은 파이어베이스에 올려서 진짜로 스트리밍이 되게 만들었죠. 다른 팀은 다 아이디어 단계였는데 저희는 완성돼 보이니까, 우수상을 받고 상금 200만 원을 탔어요.

Q. 그 상금으로 개발을 다시 시작하신 거군요.

상금 절반은 도와준 팀원들에게 나누고, 나머지 100만 원은 온전히 개발비로 쓰기로 했어요. 어떻게든 완성하고 말겠다는 마음으로 외주 개발자를 구했죠. 외주 개발자분과 견적 협의를 하는데 처음엔 30~50만 원 수준의 견적이었는데 7~8개월쯤 지나니까 200만 원 정도 들었더라고요. 우여곡절 끝에 완성은 됐는데, 사이트에 한번 접속하는 데 10초, 20초가 걸리는 거예요. 개발비도 바닥났고, 이대로는 런칭할 수 없겠다 싶었죠. 상심이 커서 또 잠정 중단이 됐어요.

Q. 세 번째 시도도 있었죠?

복직하고 나서, 이번엔 진짜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디스콰이엇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 두 명, 백엔드 한 명, PM, 프로덕트 디자이너까지 구해서 팀을 꾸렸어요. 개발 환경도 처음부터 다시 엎었고요. 그런데 다들 사이드 프로젝트니까 올인할 수가 없잖아요. 역시 개발 과정이 점점 지연되고, 침체되고. 그렇게 또 멈췄어요. 무디는 계속 미완성인 채로, 세상에 빛을 못 본 상태였던 거죠.

앱인토스라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Q. 앱인토스는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사실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어요. 앱인토스가 정식으로 오픈하기 전, 클로즈 베타 테스터를 모집할 때 PDF 소개서를 받아봤거든요. 그때는 큰 감흥이 없었어요. 개발 인력이 있는 팀들이 토스에 자기 앱을 올리는 형태라고 생각해서, 이건 나랑 안 맞겠네 싶었죠.

그러다 스레드에서 바이브 코딩 붐이 일었잖아요. 어느 순간부터 "바이브 코딩으로 앱인토스 앱 만들었어"라는 글이 슬슬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바이브 코딩이라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저는 비개발자고 UX를 정식으로 배운 사람도 아니지만, 구조나 인프라에 대한 관심은 많았으니까요. 그날 앱인토스 콘솔에 계정을 만들었어요.

3년만에 앱인토스에서 빛을 보게 된 무디

Q. 바로 잘 됐나요?

아니오. (웃음) 앱 정보 심사에서 세 번 탈락했어요. 뭔가 정보를 잘못 입력했었나 봐요. 그래도 통과하고 개발자센터를 딱 보니까 SDK나 API 가이드가 되게 잘 돼 있는 거예요. 요거 진짜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는 아직 앱인토스 MCP가 없던 시절이라, 개발자센터 문서를 페이지별로 마크다운으로 전부 다운받았어요. 브라우저를 조작하는 AI한테 "이 모든 페이지를 하나씩 클릭해서 마크다운으로 저장해 줘"라고 시켰더니 알아서 다 받아주더라고요. 그걸 통째로 프로젝트에 넣고, "일단 다 읽어라, 파악해라" 하고 무작정 시작한 거죠.

Q. 3년 전에 만들었던 디자인을 그대로 쓰셨어요?

아니오, 다 버렸어요. 세 번째 팀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분이 만든 시안이 있었는데, 그대로 개발하기엔 굉장히 복잡해 보였거든요. 토스 환경에 맞게 심플한 기능만 남기기로 하고, 모든 화면을 새로 그렸어요. 방식은 간단해요. 화면 가안을 빠르게 잡아서 이미지로 캡처해 AI 코딩 툴에 넣고, 세부 조정은 텍스트로 하는 거예요. "라운딩 값을 더 줘라", "폰트 크기 2포인트 키워라" 이런 식으로요.

Q. 그 과정에서 어려웠던 건 없었어요?

초반에는 AI가 앱인토스 구조를 이해 못 하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내비게이션 바는 토스 SDK에 포함된 공통 요소라서 만들 필요가 없는데, 어느새 보면 화면에 내비게이션이 하나 더 생겨 있는 거예요. 그거 이해시키는 데 한참 걸렸어요.

배포 버전 개념을 이해 못 해서 새 버전을 올려도 같은 버전이라며 테스트가 막힌 적도 있고요. 그때 스레드에 한탄하는 글을 올렸는데, 앱인토스 팀에서 답글을 달아주신 게 기억나요. 무디는 스트리밍 서비스라 백엔드도 직접 구축해야 했는데, 허용 IP 설정 문제로 영상이 안 나온다든지, 개발자만 알 수 있는 문제들도 있었죠. 그래도 MCP가 나온 뒤로는 안 되면 "MCP로 해결해 줘" 하면 거의 다 해결됐어요. 그렇게 본업과 병행하면서 3개월 만에 무디가 완성됐어요.

영원 님이 스레드에 남긴 한탄

Q. 출시 버튼을 누를 때의 감정, 기억나세요?

검수가 완료되면 파란색 출시 버튼을 누르잖아요. 그걸 누르는데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2023년에 시작한 게 3년 만에 나온 거니까요.

웹에 올렸다면, 구글 검색 결과 900페이지 어딘가에 있었을 거예요

Q. 원래는 웹 서비스로 런칭하려고 하셨잖아요. 앱인토스는 뭐가 달랐어요?

웹에서는 신경 쓸 게 너무 많았어요. 호스팅도 그렇고 보안도 그렇고요. 토스 앱 안에 있으니까 그런 부담이 확실히 덜해요. 로그인도 그래요. K사나 G사 같은 데서 제공하는 SNS 로그인은 하나하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토스 로그인은 콘솔에서 키를 받으면 바로 테스트할 수 있으니까 흐름이 굉장히 좋았어요.

제일 큰 건 내 서비스가 발견되는 경험이에요. 웹 프로젝트를 링크만 올려놓고 런칭했다고 하기엔 좀 그렇잖아요? 정작 서비스는 구글 검색 결과 900페이지 어딘가에 있을 거고, 아무도 모를 테니까요. 앱인토스는 미니앱 사이에 내 것을 놔두는 거니까, 미니앱을 찾으러 온 사람들에게 발견될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데 훨씬 유리하죠.

Q. 무디 안의 독립영화들은 어떻게 모으셨어요?

메일을 엄청 돌렸어요. 필름메이커스 같은 커뮤니티도 있고, 유튜브에도 독립영화가 사실 많거든요. 문제는 사람들이 유튜브에 독립영화를 보러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검색해야만 나오는, 조회수 100회, 200회 정도 나오는 독립영화들이 엄청 많아요. 그런 영화를 만든 감독님들께 연락을 드렸는데 대부분 호의적이셨어요. 기꺼이 올리겠다고 해주시고, 서비스 개선을 위한 인터뷰 요청에도 흔쾌히 응해주셨고요.

Q. 무디 업데이트 계획도 있으시죠?

스마트발송을 시도해보니 접속률이 확실히 늘었어요. 다만 무디는 미니앱에서 즐기기엔 살짝 무거운 앱이잖아요. 들어온 분들이 유지되는 폭이 아직 넓지는 않아서, 방안을 더 찾아보려고 해요. 사용자들이 롱폼 영화를 보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서, 재밌는 부분을 하이라이트로 먼저 보여주고 흥미가 생기면 전체를 보게 하는 기능을 추가해 지표를 개선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어요.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요

Q. 무디를 완성하고 나서 달라진 게 있나요?

바이브 코딩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잠재력이 큰 툴이라는 걸 실감했어요. 무디를 완성한 이후 바이브 코딩을 공부하는데 훨씬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자하게 됐어요. 본업에서도 애니메이션 파일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렌더링하는 과정을 자동화해 보고 있고, 고등학생들 캡스톤 수업에도 바이브 코딩을 도입하고 있어요.

내가 할 수 없던 일을 하게 해주는 거니까, 상상력이 확장된다고 할까요? 무언가를 바이브 코딩으로 완결해 본 경험은 앱인토스가 처음이고, 그 경험이 저에겐 정말 큰 계기가 됐어요.

Q. 3년 전 함께 시작했던 팀원들도 출시 소식을 아시나요?

출시하고 팀원들에게 연락을 다 돌렸어요. 시작은 모두가 함께한 건데, 저 혼자 만들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오랜만에 연락한 사람도 있으니까 "이걸 지금까지 이어왔냐"며 놀라기도 하고, 완성된 걸 보니 뿌듯하다는 반응이었어요.

처음 무디를 같이 만들었던 팀원들. 허지원 님(왼쪽), 박세령 님(가운데), 김영원 님(오른쪽)

Q. 미니앱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망설이는 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돌아보면 처음 시작할 때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과정은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즐겁다기 보다는 괴로웠어요. 그런데 일단, 만드는 과정에 접어들면 굉장히 즐거워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든, 그냥 해보고 싶어서든, 일단 시작해 보면 이 과정이 즐겁게 느껴질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저처럼 출시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요?


Editor's Note

인터뷰 내내 가장 인상 깊었던 건, 3년 동안 무디의 아이디어는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문제 정의도, 기획서도 그대로였죠. 멈췄던 이유는 늘 하나였어요. 만들어 줄 사람을 구하는 일. 동아리에서 만난 개발자의 취업, 외주 개발의 한계, 사이드 프로젝트 팀의 침체까지, 세 번의 중단은 모두 아이디어 바깥의 문제였어요.

그리고 세 번째 멈춤과 네 번째 시작 사이에,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달라졌어요. 영원 님은 스레드에서 "바이브 코딩으로 앱인토스 앱 만들었어"라는 문장을 보고 그날 앱인토스 콘솔에 가입했고, 3개월 뒤 3년 묵은 기획서가 마침내 토스 미니앱이 됐어요.

어쩌면 지금 서랍 속에 완성하지 못한 기획서를 가진 분들이 많을 거예요. 무디와 영원 님이 말해주는 건 분명해요. 좋은 아이디어는 유통기한이 없고, 그걸 세상에 내놓는 데 필요한 것들은 3년 전보다 훨씬 가벼워졌다는 것. 영원 님의 말처럼, 제일 어려운 건 시작할 때뿐일지도 몰라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메이커가 되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