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E를 알면 시장이 보인다
DOGE 얘기부터 꺼내는 기업 관계자들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는 트럼프 정부가 신설한 공식 기관으로, ‘정부효율부’라는 뜻입니다. 이름 자체도 그렇고, 공동 수장으로 일론 머스크가 임명됐다는 사실도 ‘이슈 메이킹’에 초점이 맞춰진 듯해 처음엔 다소 농담처럼 여겨졌습니다. 한국 언론 역시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의 긴밀한 관계’에 주목하는 기사를 쏟아냈죠.
그런데 현장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우리가 만난 기업 경영진들은 DOGE를 ‘정책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었어요. 부동산, IT, 방위산업, 정책 분석 플랫폼 등 전혀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우리가 묻기도 전에 DOGE를 먼저 언급하며 대응 전략을 설명했습니다.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이미 여러 차례 DOGE 관련 질문을 받아본 듯한 느낌이었죠. 실제로 어닝콜*에서 DOGE를 언급하는 기업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 기업의 경영진이 실적 발표와 함께 향후 전망을 설명하고 투자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행사

재정적자의 해결책?
미국 정부가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만성적인 재정적자 때문입니다. 이는 한두 해 예산 삭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아예 전담 조직을 만들어 장기적인 플랜으로 재정 구조를 개혁하려는 것이죠. 미국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듯, DOGE는 이미 재정적자 축소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과감한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DOGE가 하는 일을 한 줄로 요약하면, ‘연방정부의 손익계산서를 면밀히 검토해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DOGE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자산 매각, 계약 취소 및 재협상, 사기성 지출 정리, 보조금 축소, 이자 비용 감축, 규제 완화, 인력 감축 등을 통해 총 2,050억 달러의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습니다. 절감 항목과 규모는 매주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AI로 ‘효율화의 효율’ 높이기
DOGE가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분야는 비국방·비긴급 예산입니다. 미국 연방정부 전체 예산 6.75조 달러 중 약 14%를 차지하는 항목인데요. DOGE는 2026년까지 이 영역에서만 1,630억 달러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DOGE는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광범위한 예산 속 비효율을 빠르게 찾아내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여기에 AI가 쓰이고 있는 겁니다.
출범 초기, 일론 머스크와 함께 테슬라 출신 엔지니어들이 DOGE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들이 개발한 ‘규제 완화 결정 도구(DOGE AI Tool)’가 지금은 효율화 작업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출범 6개월, DOGE에 대한 현지 평가
긍정·부정 평가가 엇갈리긴 했지만, 정부 관계자·언론·싱크탱크·상하원 의원 등은 여전히 DOGE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관리처 수장 스콧 쿠포는 “DOGE의 방식이 다소 강압적이지만, 그러한 시도가 효율화 흐름을 촉발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포브스’와 ‘로이터’는 DOGE가 성공할 경우 정부가 국민을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든 평가가 긍정적인 건 아닙니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Brookings)는 DOGE가 여러 정부 부처에서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긴 점을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상원 의원 리처드 블루멘털(Richard Blumenthal)은 “세금 절감은커녕 오히려 세금 낭비를 키웠다”라는 비판적 논조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DOGE에서 얻을 수 있는 투자 인사이트
여기까지 읽고 “효율화든 구조조정이든, 그게 투자자에게 중요한가요?”라고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네, 정말 중요합니다. 실제로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몇 가지 투자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계약을 해지하고 사무실을 줄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D.C. 지역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 정부를 주요 고객으로 둔 중소형 협력사들은 더욱 타격이 큽니다. 효율을 중시하게 되면, 계약 하나로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맡길 수 있는 대형 기업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경험이 풍부하고 업무 역량도 넓어, 시장은 앞으로 이들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 국방·보안 기업은 DOGE의 영향에서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국가적으로 워낙 중요한 분야라 국방 예산은 DOGE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한다고 합니다.
- 디지털 전환, 사이버보안 기업에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효율화를 위해 IT 시스템 전반을 바꾸고 있어,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더 큰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와 갈등을 빚고 DOGE를 떠났다는 뉴스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DOGE가 이끌고 있는 구조적 변화입니다. DOGE는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큰 변화의 시작입니다. 실제로 수많은 기업이 DOGE의 예산 기준에 맞춰 사업 전략을 수정하고 있으며, 이 변화는 각 산업의 수요·수익·리스크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 DOGE를 이해하는 건, 앞으로 미국 정부가 어디에 돈을 쓰고 또 어디에 쓰지 않을지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건 기업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Writer 이지선 애널리스트 Edit 기명균 윤동해 Graphic 고영진 최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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