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흔드는 반(反)이민 정책
이민자 관련 시위로 시끄러운 미국
6월 14일, 워싱턴 D.C.를 떠나 텍사스에 도착했을 때는 미국 전역에서 2,000여 건의 시위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군사 퍼레이드가 열린 날이기도 했는데, 약 5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No Kings!”를 외치며 그의 권위주의적 행보를 비판했습니다.
이번 시위를 촉발한 핵심 원인 중 하나는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 정책이었습니다.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경찰을 동원해서라도 이민자 추방을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5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미국에서 이민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왜 양쪽으로 갈라져 있을까요?

이민자를 향한 엇갈린 시선
텍사스는 오랫동안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발전해온 지역입니다. 과거엔 노예 제도가 있었고, 제도가 폐지된 뒤에는 멕시코를 비롯한 주변국 이민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습니다.
농지가 넓고 석유, 항만 산업이 발달한 텍사스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민자들은 지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민자가 일자리를 빼앗고, 치안을 위협하며, 세금을 축낸다는 시선도 함께 존재합니다. 미국에서 이민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꼭 필요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내쫓아야 할 대상으로 취급되곤 합니다. 이런 이중적인 인식이 지금의 갈등을 만든 배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기대와 현실
이민자가 줄면 미국인 일자리가 늘어날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크죠. 이민자가 빠지면 소비와 생산이 동시에 감소하고, 결국 기업은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임금은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곧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임금 상승 → 생산비 증가 → 제품 가격 상승 → 인플레이션 압력)
“이민자는 세금을 축낸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민자 2세는 평균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으며, 이민자가 줄어들면 오히려 연방정부의 세수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이민자가 사라지면 집값이 안정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건설업 인력이 줄어들면 주택 공급이 지연되고, 오히려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먼저 온 미래 :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이 세 지역은 이민자 비율이 높고,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이 가장 먼저 적용된 곳입니다. 이곳의 상황을 통해 강경한 이민자 단속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 플로리다: 서류 미비 이민자들이 대거 떠나면서 공사 현장과 농장에 인력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숙박·식당업 역시 인력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텍사스: 수확철 직전에 불법 이민자 단속이 이뤄지자 노동자의 75%가 출근하지 않았고, 과일과 면화 수확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 캘리포니아: 대규모 체포 작전 이후 일부 농장에서는 노동력이 최대 70%까지 줄었으며, 농산물 가격은 5~1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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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자 추방’ 외치는 트럼프의 속내
경제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반이민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바로 정치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그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중산층과 노동계급은 이민자를 일자리 경쟁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럼프는 이러한 불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해 지지층을 결집하고자 하는 거죠.
실제로 선거 과정에서도 그는 ‘강경한 이민자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되었습니다. 이를 뒤집을 경우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더 유리한 선택을 고수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이민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
텍사스뿐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은 이민자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대거 이탈한다면 필수 산업 전반에서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입니다. 특히 노동 강도가 높아 미국인들이 기피하는 분야일수록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 농업: 미국 농장 노동자의 60% 이상이 이민자로, 그중 절반 이상은 비합법 체류자로 추정됩니다. 노동력이 줄면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는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건설업: 건설업 종사자의 약 30%가 이민자입니다. 인력이 줄어들면 주택 공급 속도가 늦어지고,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 물류: 이민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분야 중 하나가 트럭 운송입니다. 추방과 신규 유입 차단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운송 인력이 10만 명 이상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물류비 상승과 공급 차질을 초래하며,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 기타: 청소, 세탁, 경비, 요양보조 등 이민자 의존도가 높은 노동집약적 서비스 업종에서는 인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민자 추방으로 인해 수혜가 기대되는 분야도 있습니다. 바로 로봇과 자동화·무인화 산업입니다.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임금은 상승합니다. 기업은 생산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로봇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로봇 제작 비용이 낮아지고 있어 도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민자 정책이 지지층 결속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한, 강경한 반이민 기조는 트럼프 집권 기간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민자 배척 정책이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칠 부담을 인지하는 동시에, 이민자 추방이 산업별로 초래할 변화를 중요한 변수로 고려해야 합니다.
Writer 이영곤 애널리스트 Edit 기명균 윤동해 Graphic 고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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