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S와 손흥민

손흥민과 메시는 왜 미국 MLS로 갔을까?

이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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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공동체’로 묶인 MLS

  • MLS의 성장에 함께한 사커 맘, 히스패닉, NFL

  • MLS의 경영 철학은 연봉 지출 최소화

  • 스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MLS가 도입한 제도

  • EPL 견제를 위해 MLS가 선택한 메시

  • 펜션 리그 꼬리표를 떼줄 선수, 손흥민

  • MLS가 북중미 월드컵에 거는 기대

  • 1996년에 창설된 MLS(미국 메이저리그 사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프로 스포츠 리그입니다. 출범 당시 10개 팀이었던 MLS 팀 수는 30년이 지난 현재 30개로 늘어났습니다. MLS 원년 관중은 278만 명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1,100만 명을 넘어서며 세 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매출 규모도 1996년 대비 15배 가까이 불어나 약 3조 원을 기록했죠. 문자 그대로 폭풍 성장입니다.

    축구 불모지였던 미국에서 MLS는 놀라운 성장을 이어가며 베테랑급 세계적 스타를 데려와 세계 축구의 ‘핫 플레이스’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이 중심에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와 손흥민(LAFC)이 있습니다. MLS는 왜 몸값이 비싼 스타 선수 영입에 집중하는 걸까요?

    ‘경제공동체’로 묶인 MLS

    MLS의 구조는 일반적인 유럽 리그와 다릅니다. 30개 구단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동시에 MLS라는 기업의 지분을 가진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MLS 전체의 적자가 곧 구단의 적자가 되기 때문에 30개 구단은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묶여 있는 셈이죠.

    이 때문에 구단이 벌어들이는 입장 수입의 30%와 선수 이적료 수입의 25%는 MLS가 가져갑니다. 반대로 MLS가 확보한 전국 방송 중계권료와 리그 스폰서십 수익은 다시 구단에 배분됩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MLS는 ‘싱글 엔터티(Single Entity)’라는 독특한 운영 모델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상징하는 지표가 바로 신규 구단 창단 가입금(Expansion Fee)입니다. 신규 구단이 MLS의 ‘주주’가 되기 위해 내야 하는 금액인데, 이 금액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2005년 104억 원 수준이던 가입금은 2023년 샌디에이고 FC 창단 당시 6,929억 원에 달했습니다. 18년 사이에 무려 70배 가까이 오른 것이죠. 이는 투자처로서 MLS의 가치가 얼마나 올라갔는지를 보여줍니다.

    MLS의 성장에 함께한 사커 맘, 히스패닉, NFL

    MLS의 성장에는 리그 구조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배경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후반 ‘사커 맘’ 열풍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축구는 흔하지 않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스포츠였지만, 교외에 살던 중산층 어머니들은 자녀 교육과 또래 교류를 위해 축구를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축구와 MLS에 친숙해졌습니다.

    히스패닉 팬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재 MLS 팬의 약 30%는 히스패닉입니다. 축구 강국 출신 이민자들은 MLS의 주요 팬층으로 자리 잡았고, MLS도 이들을 겨냥해 플로리다·캘리포니아 등 히스패닉 밀집 지역에 구단을 세웠습니다.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와 손흥민의 LAFC가 대표적이죠. 더 나아가 MLS의 마케팅 자회사 SUM은 멕시코 대표팀의 미국 내 중계권과 스폰서십 권리까지 확보하며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했습니다.

    NFL과의 협력도 중요했습니다. MLS 상위 구단 대부분이 NFL 팀과 경기장을 공유합니다. 평균 관중 46,831명으로 MLS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모으는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의 경우, NFL 구단 애틀랜타 팰컨스와 같은 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NFL은 시즌당 홈 경기가 8회뿐이어서 경기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MLS와 협력하는 것이 유리했습니다. 반대로 MLS는 새로운 축구 전용 경기장을 짓지 않고 NFL 경기장을 활용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었죠.

    애틀랜타 팰컨스와 애틀랜타 유나이티드가 함께 사용하는 Mercedes-Benz Stadium / 사진: Sipa USA

    MLS의 경영 철학은 연봉 지출 최소화

    MLS는 리그 사업권과 선수 계약권을 직접 소유하고 있습니다. 구단은 단지 그 권리를 위임받아 운영할 뿐이죠. 그래서 모든 구단은 리그가 정한 규칙 안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MLS 소속 선수들이 똑같이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MLS는 철저히 비용 통제를 이어왔습니다. 대표적인 장치가 샐러리 캡(Salary Cap)*입니다. 2025년 기준으로 MLS 한 팀이 쓸 수 있는 연봉 총액은 약 83억 원. 미국 4대 프로스포츠(NFL, NBA, MLB, NHL)와 비교하면 확연히 낮은 수준입니다. * 팀이 선수 연봉에 쓸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

    짠물 경영은 구단 운영 안정성에는 도움이 됐지만, 미국 축구의 저변 확대에는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운동 능력이 뛰어난 유망주들이 더 많은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야구·농구·미식축구 대신 굳이 축구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자유계약(FA) 제도마저 없어 연봉 대박을 노릴 기회도 없으니, MLS는 재능 있는 인재들을 끌어들이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대표팀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MLS의 낮은 연봉 정책은 도마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리그는 쉽게 방향을 틀 수 없었습니다. 1968년부터 1984년까지 운영되던 북미사커리그(NASL)가 과도한 연봉 지출로 몰락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NASL은 펠레, 베켄바워, 크루이프 같은 슈퍼스타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쓰다 결국 도산했죠.

    스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MLS가 도입한 제도

    MLS는 오랫동안 샐러리 캡을 무기로 선수 인건비를 억제해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리그는 스타 파워 부족이라는 고민에 직면했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를 데려오려면 이적료뿐 아니라 고액 연봉이 필수인데, 샐러리 캡 안에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2007년, 데이비드 베컴이 LA 갤럭시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바로 ‘지정 선수 제도(일명 베컴 룰)’입니다. 한 팀에서 최대 3명까지는 연봉을 샐러리 캡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여기에 MLS는 일반 할당금(General Allocation Money)과 목표 할당금(Targeted Allocation Money)이라는 장치도 추가했습니다. 몸값이 비싼 스타 선수를 데려올 때 MLS가 이적료와 연봉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2025년 기준으로 모든 구단은 연간 약 40억 원의 일반 할당금과 30억 원의 목표 할당금을 배정받습니다. 이 제도 덕분에 제라드, 램파드, 루니, 앙리, 즐라탄 같은 유럽의 빅스타들이 차례로 MLS로 건너왔습니다. 미국 팬들에게는 친숙한 얼굴들이었고, 이는 곧 MLS의 대중적 인지도와 팬덤 확장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리그가 은퇴 직전의 베테랑들을 끌어모으면서 MLS는 펜션 리그(Pension League)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습니다. 전성기를 지난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연금을 챙기는 무대라는 비아냥이었죠. 그만큼 젊은 유망주 육성은 뒷전이 됐고, 리그가 미국 축구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수익 극대화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EPL 견제를 위해 MLS가 선택한 메시

    미국 4대 프로 스포츠*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과 산업 규모를 갖추고 있어 해외 리그를 경쟁 상대로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MLS는 다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 축구 리그가 유럽에 있고, 그중에서도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은 이미 미국 시장에서 막강한 팬덤을 확보했습니다. NBC가 EPL 중계권에 매년 6,238억 원을 지불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애플TV가 MLS 중계권에 지불하는 금액(3,466억 원)의 거의 두 배죠. * NFL(미식축구), NBA(농구), MLB(야구), NHL(아이스하키)

    EPL의 영향력이 커지자 MLS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했고, 답은 명확했습니다. 당장 펜션 리그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스타 선수 영입에 더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기력이나 상품성에서 당장 유럽 리그를 능가할 수는 없지만, EPL이 미국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아이콘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죠.

    FC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인터 마이애미 / 사진: Action Images

    그 선택은 리오넬 메시였습니다. 2023년, 살아 있는 전설,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2025년 그의 연봉은 약 278억 원. MLS에서 이 숫자는 사실상 천문학적인 수준입니다. 메시 한 명의 연봉보다 팀 전체 연봉이 낮은 구단이 무려 21개에 달합니다. 아디다스 후원 계약과 MLS 중계 파트너 애플TV의 수익 공유까지 포함하면, 그의 연간 수입은 4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메시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애플TV의 MLS 중계 구독자 수는 두 배로 늘었고, 리그 스폰서십 수익은 13% 증가했습니다. 홈과 원정 경기를 가리지 않고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고, 메시가 이끄는 인터 마이애미는 2024년 정규리그 우승(서포터스 쉴드)을 차지했습니다. 동시에 MLS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수입(약 2,501억 원)과 영업이익(695억 원)을 기록하며, ‘스타 한 명이 리그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죠.

    펜션 리그 꼬리표를 떼줄 선수, 손흥민

    2025년, 손흥민이 MLS 역대 최고 이적료인 367억 원을 기록하며 LAFC에 합류했습니다. 이 영입은 세계 축구의 중심을 노리는 MLS의 전략과, 리그 최고 클럽을 지향하는 LAFC의 야심이 맞아떨어진 결과였습니다.

    38세로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든 메시와 달리 손흥민은 아직 33세입니다. 앞으로 2~3년은 정상급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죠. 미국 내에서도 손흥민은 여전히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로 평가받습니다. 손흥민의 합류는 MLS가 오랫동안 따라붙은 ‘펜션 리그’ 이미지를 희석할 수 있는 카드였습니다.

    LAFC 역시 손흥민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EPL 득점왕 출신인 손흥민은 ‘젊은 베테랑’으로서 여전히 월드 클래스 스타입니다. 계약 연장 옵션을 포함하면 2029년까지 활약할 수 있어, 명문 구단을 꿈꾸는 LAFC의 비전에 정확히 부합하는 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성적과 구단 가치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018년 MLS에 참가한 LAFC는 정규리그 우승 2회(2019, 2022), MLS 컵 우승 1회(2022)를 기록하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왔습니다. 2024년 기준 구단 가치는 1조 7,366억 원으로 MLS 전체 1위. 두터운 팬층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메시 합류 전까지 관중 수 최하위였던 인터 마이애미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LA가 약 23만 명으로 추산되는 한인 교민 사회라는 점도 매력적인 이유죠.

    미국에서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보이는 손흥민 / 사진: ZUMA Press Wire

    MLS가 북중미 월드컵에 거는 기대

    MLS는 수익 확대 측면에서는 분명 성공한 리그입니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리그 하부 구조를 튼튼히 하려면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젊은 유망주들이 MLS에서 활약하면서 리그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낮은 평균 연봉입니다. 지금처럼 연봉이 낮다면, 재능 있는 인재들이 다른 종목으로 빠져나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1994년 미국 월드컵은 MLS 창설의 출발점이었습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MLS가 크게 도약할 기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그에서 활약하는 월드컵 스타들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합니다. MLS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주목받는다면, 리그의 위상은 물론 선수들의 몸값과 연봉 수준까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LA에서 열리고, 손흥민이 그 무대에서 대활약을 펼친다면 어떨까요. 그는 LAFC를 넘어 MLS 전체의 롤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손흥민이 MLS 이적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 쌓아온 그의 여정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해피엔딩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Edit 윤동해 Graphic 이은호 이제현

    이종성 에디터 이미지
    이종성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 스포츠 기자로 일하던 중, 스포츠가 사회문화 현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늦은 나이에 영국 DMU(드몽포트) 대학에서 남북한 축구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야구의 나라》, 《스포츠문화사》, 《세계사를 바꾼 월드컵》과 《A History of Football in North and South Korea: c. 1910~200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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