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어떻게 브랜드와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을까?

“개취 존중 부탁드립니다”
한 때 이 말이 시대 언어일 때가 있었습니다. 개인의 취향(개취)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달라는 의미였죠. 줄여서 ‘취존’이라 불렀고요. 이 말이 인기를 끈 이유는 2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본격적인 ‘취향 중심 사회’로 탈바꿈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중문화와 대형 유행 중심의 소비에서 틈새 문화와 개별화된 소비로 소비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었죠. 그래서 ‘취향’이라는 단어의 중요성과 빈도는 점점 커졌습니다.
둘째는 각자의 취향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독특한 취향을 즐기는 사람을 ‘튀는 사람’, ‘별난 사람’으로 깎아내리지 않고, 개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외침이었죠. 그 결과, ‘취존’을 외치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취향의 시대는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으니까요.
우리는 매일 취향을 누립니다. 취향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을 의미합니다. 결국 우리가 하는 것,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취향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실 때, 운동을 할 때, 일을 할 때, 밥을 먹을 때, 모임을 가질 때, 책을 읽을 때, OTT를 볼 때 모두 ‘취향’이 반영되죠.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선택은 취향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취향의 향유는 자연스럽게 소비를 촉진합니다. 소비는 시장의 공급자인 브랜드를 움직이고, 브랜드는 소비자의 취향 소비를 위한 제품을 선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시장은 확대되고, 새로운 경제 질서가 싹트게 되죠. 개인의 취향, 가치관, 개성이 소비를 결정하며 경제 전반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바야흐로 ‘취향 경제 시대’에 도래한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취향은 브랜드를 어떻게 움직였고, 어떤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는지 5개 파트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취향이 경제 질서가 된 이 시대에 브랜드는 어떤 생존 전략을 펼치는지 알아봤습니다. 취향을 토대로 삼은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톺아보고, 더 나아가 '취향 경제'에서의 생존과 성장의 조건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① 취향은 곧 이념: 가치관이 소비를 결정하다
취향은 ‘나’를 대변합니다. 나의 정체성·의식·이념이 취향에 반영되죠. 취향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와도 밀접한 관계성을 갖습니다. 시대마다 요구하는 ‘코드’가 있고 우리는 그 코드 안에서 취향을 발견하고 발전시킵니다. 우리가 선택하는 브랜드는 결국 ‘나와 가장 잘 맞는 브랜드’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됩니다.
최근 수년간 건강·환경·동물 복지·지속 가능성 등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었습니다. '성장 우선주의'의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간과해온 가치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죠. 인류가 훼손한 환경과 동물의 존엄성, 미래 세대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발전에 대한 반성과 저항 문화가 생긴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비즈니스 모델로 정립한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친환경 유기농을 내세운 식품 기업 ‘홀푸드(Whole Foods)’,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파타고니아(Patagonia)’,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고 탄소 발자국을 공개하는 신발 브랜드 ‘올버즈(Allbirds)’, 동물 실험 반대와 최소 포장을 강력하게 내세우는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 등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행위를 통해 소비자는 자신의 가치관을 보여주게 됐습니다. 본격적인 ‘가치 소비’가 시작된 것이죠.

간편하고 지속 가능한 스니커즈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6년에 설립된 올버즈 ⓒAllbirds

동물 실험을 배격하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원료를 사용하는 러시 ⓒLush
여기서 중요한 점은 브랜드의 ‘진정성’과 ‘전문성’입니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행보가 '포장'인지 아닌지 놀랍도록 잘 구분합니다. ‘그린 워싱’을 가려내 불매 운동까지 번지는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브랜드가 공감 가능한 가치 자체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그리고 전문성과 결합해 신뢰 가능한 브랜드인지가 중요해졌습니다.
결국, 소비자가 선택하는 브랜드는 '내가 지향하는 세상'을 실현하는 도구가 됩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브랜드가 더 확산시켜 주기를 기대하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미래가 되길 희망합니다. 우리는 지갑을 열 때마다 ‘소비’라는 투표용지를 던짐으로써, 그 가치가 시장의 주류가 되도록 힘을 실어줍니다. 미래의 시장은 진정성과 전문성이라는 진심과 실력을 기반으로 소비자의 ‘가치 투표권’을 획득하는 브랜드가 끌어나갈 것입니다.
② 취향의 민주화: ‘인디 브랜드’가 떠오르다
취향 경제에서 주목해야 할 흐름은 ‘인디 브랜드’의 확대입니다. 그동안은 대기업 중심의 대형 브랜드가 소비 시장을 선도했습니다. 주류 문화가 탄생하고 보편화된 소비문화가 시장을 이끌었죠. 하지만 개인의 문화 자본이 경제 자본으로 전환되고, 취향의 세분화로 ‘틈새 니즈’가 발생하며 1인 기업, 인플루언서, 장인형 소상공인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이 인디 브랜드가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인디 브랜드의 확대는 디지털을 통해 나의 취향을 스트리밍할 수 있게 된 덕분이 큽니다. 사회학자 유승호는 《취향의 경제》 에서 지식과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됐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이른바 ‘대중 자아 기술’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기회가 일반 대중에게도 열렸다고 말했죠. 기록과 채집이 취향을 증명했고, 경제 자본으로 전환되며 사회적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취향은 이제 생계 수단으로도 확고히 자리매김했습니다. 시장 개척자의 지위, 동일 취향인과의 네트워크 효과, 그리고 팬과의 끈끈한 관계 덕분에 이들은 평균 이상의 높은 수익을 획득할 수 있게 됐죠. 그 결과, 취향을 기반으로 한 인디 브랜드도 충분히 자본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우리는 이를 ‘덕업일치’에 성공했다고 부릅니다. 좋아하는 ‘취향’이 곧 ‘직업’이 된 것입니다.
인디 브랜드의 ‘연대’와 ‘협업’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핫플레이스나 플랫폼은 다양한 인디 브랜드가 모여 뚜렷한 정체성을 획득한 곳이 많습니다. 인디 브랜드가 공동체를 만들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주목도를 높이며 지속 가능성을 획득할 수 있죠. 앞으로 인디 브랜드의 성장과 더불어 인디 브랜드 간 ‘합종연횡’ 연대도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③ 취향을 틔우는 경험: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다
경험은 취향을 발생시키고 발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직접 겪어보면서 ‘호불호’를 판단하고, 취향으로 삼을지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브랜드는 ‘차별화된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 중입니다. 경험이야말로 내 브랜드를 ‘취향’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에게 경험을 파는 방향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이뤄집니다.
- 차별화된 경험
- 희소한 경험
- 소유 경험
차별화된 경험은 경쟁 브랜드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 됩니다. 특히, 이 경험이 소비자에게 감동이나 깊은 만족감, 또는 소속감을 선사할 때, 단순한 제품 소비를 넘어 '나만의 브랜드'라는 애착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취향으로 받아들인 소비자는 단순한 고객을 넘어 ‘팬’이 되죠. 팬은 자발적인 ‘확산자(Evangelist)’가 되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결국, 브랜드가 개인의 취향이 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경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두 번째는 희소한 경험을 파는 것입니다. 한정판 아이템이 대표적인데요. 모두에게 허락되지 않은 희소성은 ‘브랜드 경험’의 가치를 극대화합니다. 상품에 응모 뒤 당첨된 사람만 구매할 수 있는 ‘래플(Raffle)’과 ‘드로우(Draw)’ 문화, 그리고 정가에 프리미엄을 얹어 거래가 발생하는 리셀(Resell) 마켓이 급성장한 이유가 바로 희소성에 있습니다.
마지막은 소유 효과를 활용한 경험입니다.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는 단순히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대상에 대해 더 우호적이고 애착 관계가 생기는 심리 현상입니다. 굿즈가 대표적입니다. 브랜드 굿즈를 소유하고 있으면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충성이 커지죠. 브랜드가 팝업 스토어나 플래그십 스토어 등 오프라인 공간에 적극적인 것 역시, 이 소유 효과를 활용하기 위함입니다. 소비자는 이 공간에서 제품을 직접 만지고, 사용하고,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를 통해 '잠재적인 소유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브랜드에 심리적인 애착이 생기게 하는 중요한 기제가 됩니다.
경험을 파는 브랜드는 앞으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취향 경제에서 브랜드 자체가 취향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이 바로 '경험'이기 때문이죠. 차별화되고 희소하며 소유 효과를 갖는 경험을 지속 가능하게 제공하는 브랜드가 결국 살아 남는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④ ‘같이’의 힘: 커뮤니티와 팬덤을 구축하다
‘백지장도 맞들며 낫다’ 속담은 취향에도 적용됩니다. 혼자 즐기는 취향보다 ‘같이’ 즐기는 취향이 더 재밌고 즐겁죠. 취향 시대로 진입하면서 같은 취향과 관심사를 지닌 사람끼리 모인 ‘커뮤니티’가 공동체의 조직 원리로 작동했습니다. 우리의 공동체가 ‘취향’ 중심으로 바뀌게 된 것이죠.
브랜드는 브랜드를 취향 삼은 소비자를 공동체로 묶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Z세대의 인기 문구 브랜드 ‘모트모트(Motemote)’는 문구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열공러’를 위한 강력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한 사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모트모트는 ‘모트모트 로켓단’을 만들어 서로 공부를 인증하고 격려하는 환경을 조성해 온라인에서 함께 공부하는 연대감을 형성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실시간 독서실’라이브 방송으로 수많은 시청자가 함께 공부하고,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주기도 했죠. 그 결과 소비자를 ‘열공 공동체’로서 묶어내며 ‘동기 부여’라는 강력한 가치를 만들었습니다.

‘열공러’를 위한 강력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 모트모트 ⓒmotemote
커뮤니티 구축 노력은 이제 업종을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출판사는 함께 책 읽는 사람들을 위한 북클럽을 만들었습니다. 경제 인플루언서는 투자 지식을 함께 나누는 네이버 카페를 선보였죠. 스포츠 브랜드는 러닝 클럽을 만들었고, 아웃도어 브랜드는 산을 함께 오르는 등산 클럽을 오픈했습니다. 기존에 연령·성별 기준으로 바라보던 ‘타깃 소비자’ 프레임이 ‘취향 소비자’로 바뀌었고, 같은 취향인을 모으기 위한 커뮤니티가 많아졌습니다.
조심스럽게 예측해 보면, 커뮤니티를 가진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 간의 간극은 더 벌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 간의 ‘연결’이 시장성을 만드는 규칙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커뮤니티를 가진 브랜드는 이를 ‘팬덤’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커뮤니티에 어떤 지속적인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공동체 일원이 브랜드에 자부심과 충성심을 가질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하죠.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과 레이코 스콧은 『팬덤 경제학』에서 무엇이 팬덤을 구축하게 하는지를 알면, 소비자의 열정(passion)을 구매력(buying power)으로 전환하기 위한 로드맵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의 열정을 연결하여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가 팬덤이 되며, 팬덤이 브랜드 구매력을 만드는 로드맵이 모든 브랜드에 필요해졌습니다.
⑤ 취향의 세계화: 틈새가 주류가 되다
제가 뽑은 취향 경제의 마지막 브랜드 키워드는 ‘글로벌’입니다. 취향은 ‘틈새 니즈’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소수의 독특한 취향은 대중 상품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는 틈새시장을 만드는 핵심 동력이 되죠. 이런 취향이 처음 탄생할 때 시장성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취향은 취미 성격이 짙은 소수 문화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문화 자본이 경제 자본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성이 필요합니다. 그 시장성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글로벌’입니다.
특정 취향을 즐기는 국내 인구가 1%라면 타깃 소비자는 50만 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로 확장되었을 때의 1%는 8천만 명에 달하죠. 아무리 작은 취향이라도 글로벌로 나아가면 큰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취향 산업은 글로벌 진출이 필수입니다. 우리가 즐기는 음악·영화·뷰티·향수·패션 등 취향이 돋보이는 카테고리에서 글로벌 브랜드가 유독 많은 이유이기도 하죠.
콘텐츠의 글로벌화도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전에는 잠재 관객 수가 적을 것으로 보이는 장르나 소재는 콘텐츠로 제작이 어려웠습니다.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된 것이죠. 하지만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달라졌습니다. 한 국가에서만의 공개가 아닌, 전 세계 공개가 가능해지면서 시장성을 확보하게 되었고, 그 결과 콘텐츠는 다양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는 취향의 시대를 더 가속화했죠.
취향 시대의 브랜드는 ‘글로벌’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생각해야 합니다. 더욱이 틈새 시장(Niche Market)을 겨냥하는 브랜드라면 말이죠.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이 강력한 로켓이 되어줄 것입니다. 크리스 앤더슨은 『롱테일 경제학』에서 우리는 롱테일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으며, 수많은 비인기 상품의 수요가 주류 상품의 수요를 능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롱테일은 지리적 한계가 없는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했죠.
앞으로도 디지털을 통해 ‘글로벌 취향인’을 만나는 브랜드는 수요와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곧,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뜻이고 브랜드가 생명력을 가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진출은 취향 경제 시대 속 또 다른 생존 공식입니다.
소비자·기술·문화: 앞으로 취향 경제를 이끌 키워드
‘취향 중심’으로 삶의 양상이 바뀐 소비자는 막강한 소비 권력으로 브랜드와 시장을 변화시켰습니다. 브랜드의 역할, 상품 구조, 마케팅, 유통 패러다임 등을 크게 뒤바꿨죠. 이제 ‘취향 경제’를 이해하지 않는 브랜드는 살아남기 어려워졌습니다.
위의 5가지 키워드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결국 ‘소비자’입니다. 소비자의 변화를 읽는 일과 소비자를 이해하는 일에 집중하면 이 키워드들은 자연스럽게 도출됩니다. 나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소비, 내 취향에 맞으면 브랜드 규모는 상관없는 소비, 특별한 경험이 매력적인 소비,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과의 소통, 전 세계 시장에 쉽게 닿는 소비는 결국 ‘소비자의 변화’에서 기인합니다. ‘소비자는 무엇을 원할까?’부터 ‘소비자의 소비는 어떻게 변할까?’를 생각해 보는 자세가 브랜드에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더불어 ‘기술’과의 접목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꾼 변화는 기술에서 시작했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 모바일의 등장, 그리고 AI의 등장까지 말이죠. 기술이 소비자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력인만큼, 기술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기술을 브랜드에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한 피자 스타트업이 AI 기술을 통해 ‘나만을 위한 피자’를 만들 수 있는 공정 설계를 시작한 것처럼 말이죠. 취향 산업 전반에 기술이 가미될 것이고, 취향 경제는 더 급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브랜드’로의 자세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브랜드 자체를 취향으로 삼기 위해서는 ‘문화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모든 취향은 문화에서 시작됐습니다. 문화를 즐기는 소수에서 취향이 만들어지고 확대됐습니다. 소비자는 앞으로 더 까다로워질 것이고 취향의 심도는 깊어질 것입니다. 취향은 더 세분화되고 더 빨라지는 ‘비선형적 취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따라가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브랜드가 취향이 되어, 브랜드를 추종하는 취향인을 양산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할리데이비슨, 룰루레몬, 애플 등은 '문화'를 만들어 브랜드 자체가 취향이 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들처럼 문화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취향 경제 시대의 생존 전략일 수 있습니다. 소비자를 이해하고, 기술을 접목하며, 브랜드 자체가 문화가 되는 것. 이는 앞으로 더 확장될 취향 경제 시대에 브랜드를 움직이고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정석’이 될 것입니다.
Edit 이지영 Graphic 조수희
브랜드와 트렌드를 분석하는 서비스 기획자. 블로그 '생각노트'를 비롯해 뉴스레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27만 명에게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차별화를 만든 사소한 차이에 관한 관찰 기록을 모은 《디테일의 발견》을 비롯해 4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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