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라 함께 AI 공부에 뛰어든 이유는?

토스 안정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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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조만간 일자리까지 대체될 거라는 불안은 직무를 가리지 않아요. 그중에서도 디자이너, 마케터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 불안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관련 연구에서도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실질적인 고용 감소가 관측됐을 정도니까요*

*스탠퍼드 경제학자 브린욜프슨·찬다르·첸 연구(2025):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초기 경력자(22~25세) 고용이 2022년 말~2025년 9월 사이 절대 수치 기준 6% 감소, 동기간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약 20% 급감

이런 직군이 모여 있는 토스 팀원들에게는 세 가지 길이 있었어요. 도망치거나, 거부하거나, 정면으로 마주하거나요. 도망치자니 같은 변화가 시장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어서 갈 곳이 없고, 한번 시작된 변화는 거부해도 멈추지 않아요. 그래서 토스 팀원들은 세 번째 길을 택했어요. 거대한 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 아예 파도에 올라타 보자고요. 

혹시 비슷한 불안을 느낀다면, AI를 피하지 않고 매주 금요일마다 직접 부딪쳐 본 토스 팀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토스 팀원들이 거대한 AI 파도를 어떻게 마주하는지, AI 서프데이의 설계와 운영을 맡은 데브렐(DevRel)* 매니저 신유라님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Developer Relations(개발자 관계)의 줄임말로, 개발자가 성장할 수 있는 업무 환경과 생태계를 만드는 직무를 의미해요.

매주 금요일을 통째로 비워둔 이유?

유라님은 올해 초, 사내의 AI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미션을 가지고서 여러 팀을 찾아다녔어요. 직접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잘 아는 팀끼리 연결해 주기도 했죠. 하지만 곧 한계가 드러났어요. 팀마다 하는 일이 다르니 필요한 것도 제각각인데, 모든 직무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으니 정확한 해답을 주기 어려웠거든요. 게다가 AI 이해도가 서로 달라, 단순히 스킬을 알려주는 것이 근본적인 답은 아니라고 느꼈죠.

고민 끝에 먼저 팀원들의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미니 세미나를 열어봤어요. 자칭타칭 사내 AI 전문가인 팀원이 동료들에게 도구 사용법을 알려주는, 간단한 실습과 Q&A를 곁들인 평범한 온·오프라인 세션을요.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미니 세미나 공지 글

반응은 예상 밖이었어요. 참여 인원이 몰려 화상 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의 수용 인원 설정을 늘려야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한 번으로 끝내기엔 아쉬워 유라님은 이를 정규 프로그램으로 만들지 고민도 했지만, 팀원들이 진짜 원하는 건 강의가 아니었어요.

신유라(이하 유라) “결국 ‘좋은 건 알겠는데 내 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가장 궁금해하더라고요. 클로드든 지피티든 다들 한 번씩은 써봤으니까, 일방향 강의보다 진짜 만들어볼 시간이 필요했어요.”

유라님은 팀원들이 스스로 AI에 몰두할 만한 환경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고, 그렇게 나온 게 ‘AI 서프데이’예요.

토스 팀이 급변하는 AI 파도에 올라타는 법, ‘AI 서프데이(AI Surf Day)’

AI 서프데이는 AI로 직접 만들어보고 토론하는 ‘서프클럽’과, 팀원들의 활용 경험담을 듣는 ‘서프위클리’ 두 프로그램으로 구성돼요. 계열사 구분 없이 전 팀원을 대상으로 진행되죠. 금요일 오후는 클럽, 오전은 위클리로 운영되죠. 그리고 이 프로그램들이 잘 돌아가도록 돕는 에반젤리스트도 있어요. 메인 프로그램인 클럽부터 소개해 드릴게요. 

① 내 방식대로 올라타 보는 파도, AI 서프클럽(AI Surf Club)

서프데이의 메인 프로그램이에요. 토스 팀원이라면 누구나 클럽을 열 수 있어요. 해결하고 싶은 문제와 클럽의 목적을 사내 메신저 채널에 간단히 올리고, 관심 있는 팀원이 신청하면 끝이에요.

주제에는 제한이 없어요. 업무와 관련된 것부터 단순한 흥밋거리까지 무엇이든 다룰 수 있고, 결과물을 회사에 보고할 의무도 없죠. 참여도 누구나 마음껏 할 수 있고요. 그저 내가 원하는 만큼 AI에 몰입하면 돼요. 

실제로 열린 클럽 몇 개만 봐도 분위기가 짐작될 거예요. AI 도구 설치나 깃헙(Github) 사용처럼 시작 전 기술적인 문턱에서 멈칫한 사람들을 위한 ‘0단계’ 모임이 있는가 하면,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업무에 치여 시도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모여 4주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만들어보는’ 클럽도 있어요. 한 마케팅 팀은 각자 역할을 나눠 AI 활용 자산을 만들고 공유하던 ‘워크숍’을 클럽으로 옮겨와 팀 단위로 이어가고 있고요. 출발점이 어디든, 각자에게 맞는 클럽이 하나쯤은 있는 셈이에요. 

*AI 서프데이 클럽 주제 예시

이렇게 문턱을 낮춘 결과는 숫자로도 드러나요. 비개발자도 자유롭게 클럽을 여는 분위기 속에, 시작하자마자 200개가 넘는 클럽이 만들어졌거든요.

② 시행착오를 꺼내놓는 모래밭, AI 서프위클리(AI Surf Weekly)

*AI 서프위클리 오프라인 현장 

예를 들어, 한 제품 디자이너가 디자인부터 개발, 실험까지 자동으로 처리하는 에이전트를 한 달 만에 만든 경험을 공유했어요. 대화하듯 자연어로 요청하면 내부 디자인 툴에 화면이 그려지고, 개발로 이어진 뒤, 어떤 화면이 유저에게 더 좋은지 가려내는 A/B 최적화 실험까지 알아서 돌리는 식이었죠. 

공유는 듣는 데서 끝나지 않아요. 한번은 세일즈 팀이 풀고 싶던 문제를, 인사 팀이 이미 만들어둔 자동화 프로그램이 해결한 일도 있었어요. 채널에 올라온 어려움과 해결책을 동시에 보고 AI 서프데이 운영진이 두 팀을 연결한 결과였죠. 

중요한 것은 잘된 결과만이 아니라 저마다 실패한 시도도 나눈다는 거예요. AI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봤다면, 생각보다 원하는 결과가 단번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 공감할 텐데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다시 시도한 과정을 들으면, 실질적인 팁을 얻는 것은 물론 '이 좌절이 나만 겪는 일이 아니구나' 하는 공감대도 만들어져요. 덕분에 서프데이 안에서만큼은 실패담을 먼저 꺼내도 괜찮다는 안정감이 생기는 거죠. 

*AI 서프위클리 실제 주제

③ 파도 곁의 안전요원, AI 서프 에반젤리스트(AI Surf Evangelist)

끝으로, 좋은 건 꼭 나눠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죠. AI 에반젤리스트는 기술 트렌드부터 새로운 도구 활용법, 전사 활용 사례 등을 팀 내에 공유하며 AI 업무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이들을 선정한 과정도 독특해요. 팀마다 한 명씩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 채널에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올린 게 전부였는데, 추천이 쏟아졌거든요. 흥미롭게도, 추천된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임명만 되지 않았을 뿐 이미 팀 안에서 그 역할을 하던 경우가 많았어요.

이들은 단순히 ‘AI를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걸 발견하면 옆 사람에게 건네고 '이거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안정감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죠.

이렇게 선정된 인원은 총 142명으로, 이들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예요. 좋은 사례를 찾아 채널에 알리고, 본인이 속한 조직을 위한 오프라인 모임을 한 번 이상 여는 것. 그렇게 찾아낸 이야기들은 위클리를 거쳐 전사에 퍼져요.

부담은 덜고 시도를 더해준 두 가지 결정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보상 없는 자발적 모임을 꾸준히 이어가기는 어렵죠. 보통 이런 모임은 스스로 열고 자료까지 만들어야 하는데, 그 시간은 대개 업무가 끝난 뒤의 자기 시간이거든요. 쓸 만한 AI 도구는 상당수가 유료라 제대로 써보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죠. 열의만으로 버티기엔 시간과 비용이 매번 걸림돌이었어요.

(유라)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판을 더 깔아주고, 더 인정하고, 계속해서 명분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프데이를 기획할 때 토스가 내린 결정은 두 가지였어요. AI를 탐구하는 시간은 전부 업무 시간으로 인정하고, 필요한 도구의 비용은 회사가 지원하기로 한 거죠. 덕분에 퇴근 후 자유 시간이나 업무 시간을 쪼개지 않아도 되고, 비용 때문에 시도를 멈추는 일도 없었죠. 걸림돌이 사라지자,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해볼까?’라는 질문에 각자가 더 몰입하게 됐어요. 

파도 위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디자인부터 개발, A/B 실험까지 연결하는 에이전트를 한 달 만에 만든 제품 디자이너, 동료 팀의 문제까지 풀어낸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든 인사 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만들어보자'는 클럽에서 처음으로 결과물을 손에 쥔 팀원들까지. 모두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것들이에요.

(유라) “비개발 직군은 뭘 질문해야 할지조차 몰라서, 질문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허들이 확실히 낮아졌어요. 일단 해보면 ‘어, 이것도 되네?’ 하는 분들도 많고요.”

물론 갈 길이 남았어요. 서프데이는 여전히 파일럿이거든요. 지금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갈지, 다른 형태로 다듬어갈지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중이죠. ‘AI에 밀려나진 않을까’ 하던 처음의 불안도 말끔히 사라졌다고 장담하긴 이르고요. 다만 분명한 건, 그 불안이 더는 우리를 멈추지 못한다는 거예요. 무엇이든 일단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겨났으니까요.

(유라) “요즘 어디서든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많은데 토스에서마저 ‘너 AI 에이전트 만들어야 돼’라고 강제하면, 못 만드는 사람은 뒤처진다는 불안이 들잖아요. 그건 불안을 조장하는 거죠. 토스는 반대예요. 다 같이 불안한 시기에, 조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보자는 거예요.”


Interview·Edit 유서진 Photo 이욱영 Graphic 조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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