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는 ‘월급날 30분 루틴’은?
돈에 관한 불안은 대개 '모르는 상태'에서 온다. 내 자산이 지금 어디에, 어떤 흐름으로 있는지 안 보이면 불안이 커진다. 월급은 매달 스쳐 지나가고, 노후는 잘 모르겠고, 주식 창은 하루에도 몇 번씩 파랑과 빨강을 오간다. 단지 “덜 쓰고 더 모으겠다”는 마음가짐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걱정들을 우리는 반복해 겪고 있다.
경제 전문가 박곰희는 돈 걱정을 ‘루틴’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감과 촉으로 뛰어들었다 튕겨 나오길 거듭하는 대신 매일 아침, 월급날, 연초 딱 하루에 작은 반복을 세팅해두면 결국 자립하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증권사에서 자산가들의 투자를 대신하던 그가 ‘슴슴한 투자’를 전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좋은 루틴을 만들고 시간을 확보하면 자산 증식에 실패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월급이 스쳐 지나가기 전 통장에서 뭘 해야 하는지, 눈앞도 빠듯한 지금 '70대의 나'에게 생활비를 보내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어떤 계좌를 필수로 만들고 거기 넣어둔 돈은 또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 그의 당부를 구체적으로 따라 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돈 걱정은 왜 루틴이 생겨야 해소될까?
제일 먼저 궁금한 게 있어요. 투자를 꼭 해야 할까요? 안 건드리고 지키는 게 마음 편하고 안전한 거 아닐까요?
번 돈을 예적금에만 둔다는 건 변동성이 없다는 거고, 내 삶에 변동성을 조금도 안 넣고 행복하게 살겠다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실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급여만 받고 투자를 아예 안 하면 당장은 안전한 것 같지만, 돈은 가만히 두면 인플레이션 탓에 계속 썩거든요. 그래서 저는 “삶에 긍정적인 변동성을 넣으라”고 말해요.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확률을 품고 회사를 다녀야 오히려 안정감이 생겨요.
그 확률은 감이 아니라 루틴으로 심어둡니다. 기분 따라 사고파는 게 아니라, 월급날 정해진 만큼 넣고, 매년 내 자산이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확인하고… 그 반복이 쌓이면 불안이 앉을 자리가 줄어요. 저는 지금도 제 자산 그래프가 우상향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 안정감을 느낍니다.
여기서 말씀하시는 ‘루틴’은 어떤 건가요?
감정이나 감이 끼어들 틈을 없애고, 정해진 날에 정해진 행동만 반복하는 거예요. 투자에서 제일 위험한 게 “오늘 살까 말까”를 매번 새로 판단하는 거거든요. 그 판단 자체를 없애버리는 게 좋은 루틴이에요. 그래서 저는 주기를 정하고 움직여요. 매월 돈 들어오는 날 정해진 순서대로 계좌에 돈을 딱딱 보내고, 정해둔 비율대로 매수하고, 1년에 한 번 연초엔 전체를 되돌아보죠.
의지와 직감은 왜 믿으면 안 될까요?
직감으로 사고파는 게 위험한 건, 돈에 사람의 의지보다 훨씬 센 속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첫째, 자산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 오르는데 ‘언제, 뭐가 먼저 오를지’는 아무도 못 맞혀요. 2004년에는 짜장면을 3,300원 주고 사 먹었고, 코스피가 800선 안팎, 삼성전자가 (지금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당 1만 원, 애플이 (지금 기준으로 환산하면) 40센트, 금이 한 돈에 5만 8천 원이었어요. 지나고 나서 보면 다 올랐죠.
하지만 뭐가 언제 어떻게 오르거나 내릴지 타이밍을 맞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건 올 하반기, 내년으로 생각해도 마찬가지예요. 감으로 타이밍과 종목을 고르려는 순간, 내가 손대는 행동 자체가 오히려 수익률을 갉아먹어요. 그래서 골고루 분배해 사놓고 기다리는 게 오히려 똑똑한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둘째, 자산은 쌀 때, 그러니까 다들 무서워서 파는 순간에 사야 유리하잖아요. 그런데 사람은 그 공포를 못 이겨요. 전문가들이 아무리 “지금이 기회”라고 말해도, 모아둔 목돈이 있어도 못 사는 분이 대부분이에요. 이건 의지로는 못 넘는 벽이에요. 그러니 감이나 결심으로 이겨보려 하지 말고, 애초에 ‘내가 결정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매수되도록’ 만드는 게 답이에요.
‘규칙적인 적립식 투자’가 좋은 루틴의 정체군요.
넣는 리듬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반쪽이에요. 핵심은 그 돈을 넣어두면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곳, 즉 패시브 투자*에 넣어두는 거예요. 연금 계좌나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처럼요. 이 두 가지가 합쳐질 때 진짜 루틴이 돼요. 그렇게 돈 관리의 한쪽을 세팅해두면, 그때부터는 시간이 일해줘요.
게임에 비유하자면, 좋은 캐릭터는 지속 스킬(패시브)을 깔아놓고 필살기(액티브)를 쓰죠. 그런데 지속 스킬 하나 없이 매번 필살기만 믿고 전투에 나가면, 한 번 잘못돼서 나가떨어질 때 회생이 안 돼요. 감과 촉으로 뛰어드는 건 돈의 속성을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이에요.
월급날 내 통장에서 일어나야 하는 일
돈 관리를 시작할 때 기본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계좌는 뭐뭐 있나요?
처음엔 세 개면 충분해요. CMA, ISA, 연금저축펀드(이후 연금저축). CMA는 현금 보관용이고, ISA는 주식·ETF·자산배분을 다 굴리는 만능 투자·절세 계좌이고, 연금저축은 노후 대비용 세액공제 계좌예요. 연금저축과 목적이 같은 IRP(개인퇴직연금)는 소득이 조금씩 올라가면 세금을 아끼기 위해 추가로 열면 됩니다. 이 세 개(나중엔 네 개)가 자산 관리의 기본 그릇이에요.
이번 달 월급 들어왔을 때 통장에서 일어나야 하는 일을 순서대로 짚어주신다면요?
돈을 이 순서로 흐르게 하세요. ① 월급은 은행 계좌로 받고, ② 바로 다음 날 자동이체로 카드값·(있다면)주택청약·대출 상환 등 고정비가 쭉 빠지게 해둬요. ③ 남은 돈은 전부 CMA로 옮겨요. CMA를 현금 대기소로 쓰면서 경조사비나 부모님 생신 선물처럼 쓸 돈은 여기서 꺼내 쓰고요. ④ 그중 투자할 몫을 정해두고 각각 ISA, 연금저축으로 보냅니다.
ISA랑 연금저축에 각각 얼마씩 넣는 게 적당한가요?
소득과 여력에 따라 다르지만, 청년이라면 저는 ISA에 무게를 확 실으라고 해요. 예를 들어 월급에서 투자로 뗄 수 있는 돈이 120만 원이라면, ISA에 100만 원, 연금저축에 20만 원 정도로 잡는 거예요.
ISA에 더 많이 넣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3년 만기로 목돈을 만들어 찾아보는 경험을 주고, 필요하면 중간에 뺄 수도 있어서 유동성이 좋거든요. 반면 연금저축은 만 55세까지 기다렸다가 연금으로 받는 게 목표니까, 처음부터 크게 넣기보다 매해 세액공제가 필요해지는 만큼 늘려가며 넣는 게 좋아요. 연금저축을 절세 한도까지 넣고 더 모을 수 있다면 IRP를 시작하고요.
계좌에 돈을 넣으면 끝인가요? 정말 알아서 굴러가나요?
시간이 흐를수록 알아서 자산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그 ‘알아서’가 시작되려면 계좌에 넣은 돈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상품을 매수하는 일이 필요해요. 매수 시점은 이체시킨 날로 정해두는 것을 추천하고요. 여기까지가 ‘패시브 투자를 위한 세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체까지만 하고 멈추는 분이 생각보다 정말 많은데, ISA든 연금저축이든 계좌는 돈을 담는 바구니일 뿐이라 입금만 하고 매수를 안 하면 그 돈은 예수금(현금)으로 놀고 있어요.* 농사에 비유하면, 씨를 뿌려야 밭이 알아서 자라지 씨앗 자루를 밭 옆에 그냥 놔두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잖아요. 계좌 안에서 상품을 사는 그 ‘씨 뿌리기’까지 해야 그때부터 진짜 알아서 굴러갑니다. *ISA는 유형이 세 가지(중개형·신탁형·일임형)예요.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일임형(연 0.6~0.8% 수수료)도 있지만, 요즘 청년층은 내가 직접 주식·ETF를 사고파는 '중개형'을 더 선호해요. 계좌 유지 비용이 없고 원하는 걸 직접 담을 수 있거든요.
ISA 먼저 잘 굴려보라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요?
강연 같은 곳에서 청년들이 자산 관리 처음에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면 일단 다른 거 잠깐 접어두고 ISA를 열어서 딱 3년만 잡고 시작해 보라고 해요. 예를 들어 월급 탈 때마다 100만 원을 적립식으로 넣고, 그 돈으로 관심 있는 산업의 ETF나 지수 추종 ETF,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사 모으는 거예요. 1년에 1,000만 원 넘게 들어가니 3년이면 원금 3,600만 원에 수익이 붙어 (수익률을 연 7%대로 가정했을 때) 4,000만 원 이상이 돼요.
젊을 때 3년 만기에 그 목돈을 직접 찾아보는 경험은 정말 큰 자산이에요. 그 목돈으로 삶의 한 부분을 바꿔요. 누군 벼르던 소비를 하고, 누군 월세 보증금을 올리고요. 이 한 번의 성공 사이클을 경험한 사람은 눈빛이 달라집니다.
회사원이 아닌 프리랜서, 자영업자는 관리법이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저도 지금은 월급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사람이에요. 대신 유튜브 정산일을 기준점 삼아 똑같이 루틴을 돌려요. 정산 들어온 다음 날 정해놓은 돈을 계좌들로 쭉쭉 보내는 거죠. 프리랜서는 수입이 불규칙한 게 가장 큰 차이인데, 그래서 수입 들어오는 날을 루틴 돌리는 날로 실천하는 게 필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법인 자금 일부를 월배당 채권에 넣어두고, 거기서 나오는 이자로 사무실 월세를 내요. 불규칙한 본업 수입과 별개로 꼬박꼬박 나오는 현금 흐름을 따로 만들어둔 거죠. 자신이 진지하게 사장님이 되는 길을 가고 있다면 본업 외 현금 흐름 만드는 방법들도 공부를 해보시길 추천해요.
70대의 나에게 보내는 생활비: 잘 대비하고 있다는 안정감
연금 얘기는 4050이 더 챙겨 보잖아요. 코앞에 닥쳤으니까. 2030이 지금부터 시작하면 뭐가 그렇게 다른가요?
제 채널에 다양한 연령대가 오는데, 5060은 후회가 정말 많으세요. 자녀 양육비, 교육비에 다 쓰고 정작 본인 노후는 못 챙긴 거요. 반대로 2030은 앞을 잘 안 봐요. 직업도, 집도, 만나는 사람도, 결혼도… 바뀌는 게 워낙 많은 시기라 안정감이 없고, 노후는 너무 먼 얘기처럼 느껴지죠. 그 마음 저도 이해해요.
그런데 바로 그 “멀다”는 게 2030의 가장 큰 무기예요. 누구에게나 주어진 진짜 노후 준비 재료는 ‘돈’이 아니라 ‘시간’이거든요. 지금 소액이라도 넣기 시작하면, 시간과 복리가 그걸 키워줍니다. 반대로 늦게 시작하면 아무리 많이 넣어도 나중에 손에 쥐는 돈이 급격하게 줄어들어요. 그래서 저는 ‘얼마를 넣느냐’보다 ‘언제 시작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해요.
일찍 시작하면 따라오는 게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안정감이에요. 통장에 큰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는 70대의 나를 위해 지금 뭔가를 해두고 있다’는 감각이 생겨요. 사실 연금의 세계에서 사람들이 하는 후회는 딱 하나밖에 없어요. "조금만 더 일찍 시작할걸."
그럼 지금부터 갖출 '최소한의 노후 대비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면 될까요?
이론적인 답은 단순해요. 매달 50만 원을 연금저축과 IRP에 나눠 넣고, 연평균 7%로 굴리는 거예요. 7%는 대형 기금이나 국민연금도 평균적으로 달성하는 보편적인 수익률이에요. 이걸 사회생활 시작부터 은퇴까지 대략 30년 유지하면 6억 원 이상이 만들어져요.
① 매달 자동이체로 정해진 돈을 연금 계좌에 넣고, ② 그 돈을 한 곳에 몰아넣지 말고 주식·채권처럼 성격이 다른 여러 곳에 나눠 담아 굴러가게 하고, ③ 중간에 절대 깨지 않는 것. 이 패시브 스킬 하나만 제대로 켜두면 인생 후반부 최소한의 비용 준비는 거의 해결돼요.

국민연금으로만 노후 대비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아요.
국민연금은 노후 준비의 기초 공사예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집이 완성되진 않아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게 ‘소득대체율’이에요.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은 43%(2026년 기준)인데, 이건 40년을 꽉 채워 납부했을 때 이야기예요. 그런데 실제 삶에서는 취업이 늦을 수도 있고 이직하며 잠깐 쉬기도 하고 경력이 단절되기도 하는 등 공백이 생기잖아요? 그 탓에 가입기간이 짧아져서, 평균적으로 손에 쥐는 실질 소득대체율은 20%대 초반에 그치고 있어요. 은퇴 전에 벌던 돈의 4분의 1 남짓이라는 거죠.
‘국민연금 꼬박꼬박 냈는데 생각보다 적네?’ 싶을 수 있는데, 사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적게 내고 있어요. 직장인 기준 한국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5%(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13%까지 인상)로, OECD 평균(약 18.8%)의 절반 수준이거든요. 적게 내고 적게 받는 구조라서 이걸로 지금 생활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긴 어려워요.
그래서 연금은 3층으로 쌓으라고 해요. 1층이 국민연금, 2층이 회사가 쌓아주는 퇴직연금, 3층이 내가 직접 붓는 연금저축·IRP예요. 국민연금은 국가가 깔아주는 1층일 뿐이라, 오래 살고 물가도 오르는 시대엔 2·3층을 내가 직접 올려야 ‘내가 원하는 노후’에 가까워져요.
1년에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 한도는 IRP가 더 큰데, 연금저축을 먼저 채우고 IRP를 나중에 넣는 이유는요?
둘 다 노후용 세액공제 계좌지만 성격이 달라요. 첫 번째, 연금저축펀드는 주식형 ETF를 100%까지 담을 수 있는데, IRP는 위험자산이 70%로 제한돼 최소 30%는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해요. 젊을 때 더 공격적으로 굴리려면 연금저축이 유리하죠.
두 번째,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도 연금저축은 (세제 불이익을 감수하면) 중도인출이 되지만, IRP는 법정 사유가 있어야만 뺄 수 있어요. 그래서 연금저축의 공제 한도인 연 600만 원을 채우고, IRP까지 합치면 연 900만 원까지 가능하니까 IRP에 300만 원을 더 넣는 순서가 자연스러워요.
돈은 넣었는데, 어떻게 굴려야 할지 몰라요
ISA랑 연금저축에 돈은 넣었는데, 정작 뭘 사야 할지 몰라서 거기서 딱 막히더라고요.
ISA에서 뭘 살지 모르겠으면 우선 금리형 ETF를 사서 돈을 놀리지 않게 할 수 있어요. 주가처럼 출렁이지 않고 수익이 은행 이자처럼 매일 조금씩 붙어서 손실 걱정 없이 매수 습관부터 들이기 좋거든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고 싶으면 S&P500 같은 지수 ETF나 자산배분 ETF를 담으면 되고요.
연금저축이나 IRP 같은 노후용 계좌에서 막막하면 TDF를 권해요. 하나만 사두면 주식·채권 등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올인원 상품이라서 자산배분을 몰라도 전문가가 짜둔 걸 그대로 사는 셈이에요. 은퇴 시점에 맞춰 알아서 굴러가서 연금 계좌랑 궁합이 특히 좋아요.
왜 이렇게 시작하냐면 둘 다 틀릴 걱정 없이 일단 출발하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초보가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완벽한 종목을 고를 때까지 안 사는 것인데, 그러다 몇 달씩 돈을 예수금으로 놀려요. 그럴 바엔 이걸로 출발선을 넘고, 굴리면서 배우는 게 훨씬 나아요.
그렇게 방향 없이 사다가 포트폴리오를 짜는 단계로 넘어가기 좋은 시점은 언제인가요?
시장에 좋은 시점은 없어요. 본인에게 좋은 시점이 있을 뿐이죠. 사실 금리형 ETF나 TDF는 영원히 둬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 상품이에요. 특히 TDF는 그 안에서 이미 자산배분이 돌아가고 있어서, 몇 년 두면 수익이 5%, 7%씩 쌓여요.
많은 분이 그렇게 수익이 붙는 걸 보면서 자산배분에 대한 믿음이 생겨요. 그리고 그다음이 궁금해져요. 바로 그때가 넘어가기 좋은 때예요.
하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상품의 본질을 다 이해한 다음에 시작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면 평생 못 해요. 운전 면허 딸 때 엔진 구조를 배우지 않잖아요. 제일 중요한 게 엔진인 건 맞지만, 우리는 액셀·브레이크·핸들 조작법만 배우고 도로에 나가죠. 투자도 똑같아요. 채권이 뭔지, 금이 왜 오르는지 완벽히 몰라도 “이렇게 나눠 담으면 이런 효과가 난다”는 사용법만 익히고 시작해도 돼요.
자산배분을 본격적으로 할 때는 어떻게 나누면 좋을까요? “주식·채권·금·현금을 25%씩 담아라” 같은 포트폴리오 구성법 따라서 매달 사면 되는 거죠?
전통적인 주식 6: 채권 4 같은 포트폴리오도 있고, 방금 말씀하신 영구 포트폴리오를 따라도 좋죠. 제 책에는 ‘박곰희 포트폴리오’라고 이름 붙여 종목까지 따라 살 수 있게 정리해둔 예시가 있어요. 뼈대는 이래요. 성장을 담당하는 주식을 절반 넘게 담고(국내 30%, 해외 25%), 하방을 받치는 방어 자산을 30%(채권 20%, 금 5%, 달러 5%) 담아요. 그리고 꾸준한 현금흐름을 주는 배당주 10%, 리츠 5%를 담습니다.

종목을 예시로 들면 이렇게 돼요. 국내 주식은 ‘VIP 한국형가치투자’, 해외 주식은 ‘PLUS 미국S&P500(H)’로 큰 줄기를 잡아요. 방어 자산은 채권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금 ‘ACE KRX금현물’, 달러 ‘ACE 미국달러SOFR금리(합성)’로 받치고요. 현금흐름은 배당주 ‘SOL 미국배당다우존스(H)’와 리츠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로 얹어요. 종목은 당연히 예시일 뿐이고 원하는 걸 비중 맞춰 사셔도 됩니다. 이렇게 일곱 조각으로 나눠 매월 꾸준히 담으면 어느 하나가 흔들려도 다른 게 받쳐줘서 포트폴리오 전체가 안정적으로 우상향해요.
이게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앞서 말한 세 줄기 중 하나만 골라도 돼요. ETF 중 S&P500, 나스닥100, 미국배당다우존스(SCHD)를 꾸준히 모으거나 전통적인 방식대로 주식·채권 6:4를 기계적으로 사두고 본업에 집중하는 거죠. 제 목표는 이걸 최대한 간소화해서, 누가 무턱대고 따라 해도 예금보다는 훨씬 부유해지게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ISA에서는 월배당 ETF로 포트폴리오를 짜보라고 권해요. 매달 배당이 들어오면 두 가지로 쓸 수 있거든요. 하나는 그대로 재투자해 복리를 굴리는 것, 다른 하나는 현금으로 빼서 소소하게 쓰는 재미를 누리는 거예요.
1년에 한 번 리밸런싱하는 루틴은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요?
저와 직원들이 실제로 돌리는 투자 루틴을 그대로 말씀드릴게요. ① 매매는 월급 다음날(저는 정산일) 한 번만. MTS에서는 매수만 눌러요. ② 자산 현황은 MTS 말고 별도 엑셀 시트로 봐요. 수량·가격·합계만 있고, 월별로 그래프가 그려지게만 해뒀어요. 자산이 우상향하는 그림만 봐도 안정감이 생기거든요. ③ 가계부는 매일 자기 전에 10원도 안 틀리게 적어요.
④ 매달 첫 영업일엔 지난달 배당금을 한 번에 정리해요. 월배당 ETF가 보통 말일에 이자를 주니까, 1일에 쌓인 걸 확인하고 재매수해요. ⑤ 1년이 끝나면, 저는 개인도 ‘회계연도’ 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연초에 아예 휴가를 내고 1년 치 가계부를 전년과 항목별로 비교하면서 나만의 연말정산을 해요. 리밸런싱도 이 연초 결산 루틴에 함께하면 자연스러워요. 자주 할 필요 없이 1년에 한 번, 날을 정해두는 게 핵심이에요.
저희 가족은 명절 당일 저녁마다 다 같이 스마트폰을 꺼내서 연금저축 수익률을 점검하는 루틴도 있어요. 혼자 하기 귀찮은 일도, 날을 정하고 같이 하면 이어갈 수 있거든요.
슴슴한 투자를 지속하려면 쓰는 재미나 도파민 투자도 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재미를 아예 막으면 못 버텨요. 그래서 쓰는 재미는 ‘수익 소비’로 풀어요. 근로소득이나 원금이 아니라, 투자에서 번 수익(배당·차익)으로만 소비하자는 거죠. 원금은 그대로 두고 번 것만 쓰는 거예요.
디저트를 좋아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괴로워하던 직원이 있었어요. 그 친구에게 청년도약계좌 만기 자금 2,000만 원을 ISA에 넣으라고 하고 연 7% 정도 수익률이 나오는 월배당 ETF를 조합해줬어요. 이제 원금은 한 푼도 안 건드리고 매달 들어오는 배당금 10여만 원으로만 디저트를 사 먹어요. 원금은 그대로 불어나는데 쓰는 재미도 누리는 거죠. 저희는 사무실 물건도 대부분 이렇게 수익으로 장만했고요. 워런 버핏이 매일 아침 맥도날드에 가서 장이 좋으면 세트로 먹고, 나쁘면 버거만 먹는다는 얘기도 수익 소비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둘째는 도파민 투자도 본인의 이성이 허용 가능한 범위만큼 하는 거예요. 제 경험상 사람마다 주식에 넣을 수 있는 돈이 이미 정해져 있어요. 목돈이 있어도 전부 넣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그게 정상이에요. 그러니 자기가 감당 가능하겠다 싶은 딱 그만큼은 마음껏 도전해보라고 해요. 정말 모르겠으면 가진 돈을 반으로 쪼개세요. 패시브 쪽은 적립식으로 넣고(ISA 100만 원, 연금저축 20만 원처럼), 남은 만큼은 제대로 공부해서 주식에 진심으로 붙어보는 거예요.
자립의 조건
좋은 루틴 하나 더 추천해주신다면요?
가까이해야 할 루틴은 ‘정보 습관’이에요. 저희 직원들은 매일 아침 8시에 라이브로 하는 유튜브 채널 한경 코리아마켓의 ‘임현우의 모닝루틴’을 다 들어요. 경제 신문을 맥락 설명과 함께 쉽게 읽어주거든요.
그리고 경제·경영 스테디셀러를 꼭 읽어두세요. 오래된 책들이라 목차가 최신본이 아닌데도 그분들 말이 진리에 가까워요. 놀랍게도 그 책들이 하는 얘기는 지금 과열된 투자 시장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과 정반대예요.
이 모든 시스템이 결국 향하는 건 ‘돈과 관계를 잘 맺으며 사는 자립’과 ‘내면의 안정감’일 텐데요. 대표님께 돈으로부터의 자립은 어떤 상태를 뜻하나요?
저는 철학적이거나 감성적인 답은 못 드려요. 숫자로 말할게요. 우선 저에게 경제적 자립은 가만히 있어도 기존에 벌던 돈만큼의 현금흐름이 밖에서 따박따박 들어오는 상태예요.
기준을 세후 월 300만 원(1년에 3,600만 원)으로 잡아볼게요. 먼저 흔히 쓰는 ‘4% 룰’로 계산하면 1년에 쓸 돈의 25배를 모으라는 거니까 9억 원이 필요해요. 해마다 4%씩만 꺼내 쓰면 원금이 안 마른다는 계산이죠. 그런데 지금 한국은 국채도 4%가 넘고, 배당으로 연 6%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어렵지 않아요. 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덜 모아도 되죠. 세금까지 떼고 매달 300만 원이 남게 하려면, 순수 금융자산 약 7억 원을 배당 6%짜리 자산배분에 세팅해두면 돼요. 그러면 원금엔 1원도 손 안 대고 세후 월 300만 원 이상이 매달 들어와요.
처음부터 화려하게 사는 걸 자립 기준으로 잡으면 비현실적이에요. 사실 그런 걸 꿈꾸는 건 지금 일이 너무 힘들어서거든요. ‘좋은 아파트도, 멋진 결혼식도, 화려한 여행이나 골프도 다 안 바랄 테니 일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이만큼만 나오게 해줘’ 이런 마음이면 그 숫자가 딱 7억 원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매월 얼마씩 넣어 거기까지 가는 길을 가늠할 수 있으면 충분해요. 그때부터는 각자 형편에 맞게 더 보태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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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곰희 대표가 정의하는 경제적 자립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지독할 정도로 담백한 일상의 시스템 구축이다. 출근길에 음악 대신 경제 팟캐스트를 듣는 것, 내 감정과 상관없이 자동으로 돈이 갈 길을 닦아두는 것, 그리고 내가 일군 투자 수익 범위 안에서만 떳떳하게 소비의 도파민을 누리는 것. 내 통장과 일상을 내 손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확실한 감각이야말로 거친 자본주의 세상에서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줄 진짜 안정감의 실체다.
Interview·Edit 주소은 Graphic 조수희

진짜 안정감을 찾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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