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골프 대회

적게 팔수록 수익이 커지는 마스터스 골프 대회

이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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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비즈니스에서 성공 방정식은 대개 비슷합니다. 더 많은 경기, 더 많은 광고, 더 많은 중계권료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죠. 그런데 마스터스 골프 대회는 관중도 제한하고, 광고를 줄이고, 심지어 미국 내 중계권료는 단 한 푼도 받지 않으며 정반대의 전략을 택합니다. 그럼에도 연간 약 2,279억 원(2025년 기준 추정치)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스터스 / 사진: Michael Madrid

중계권 0달러의 역설

마스터스 대회의 미국 내 TV 중계권료는 0달러입니다. 말 그대로 공짜입니다. 같은 PGA 메이저 대회*US 오픈은 중계권료만으로 매년 약 9,300만 달러(약 1,415억 원)를 벌어들입니다. 마스터스는 US 오픈보다 시청자가 거의 2배 많습니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2억 달러(약 3,044억 원)의 중계권료를 받을 수 있는 위치임에도, 마스터스는 이 돈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죠. * 골프 최고 권위의 4대 대회로, 마스터스, US 오픈, 디 오픈, PGA 챔피언십으로 구성

일반적으로 방송사는 중계권료를 내고, 그 비용을 광고 판매로 회수합니다. 그런데 마스터스는 이 구조를 뒤집었습니다. 마스터스를 주관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이 후원사를 직접 선정하고, 후원사로부터 받은 광고 수익을 전부 가져가죠. 미국에서 마스터스를 중계하는 CBS는 중계권료를 내지 않는 대신 광고 수익은 받지 못합니다. 오거스타가 CBS의 중계 제작비(약 153억 원)를 후원사 수익으로 충당해 줄 뿐이죠.

광고 시간도 오거스타가 직접 통제합니다. 중계 방송 1시간에 허용되는 광고는 단 4분. 일반 PGA 투어 중계(시간당 약 18분)의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경기장 안 코스에도 광고판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중계에서도, 현장에서도 상업적 색채를 최소화하는 것이 마스터스의 원칙이죠.

그렇다면 CBS는 왜 이 계약을 70년 가까이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마스터스는 매년 골프 중계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대회입니다. CBS 입장에서는 광고 수익이 없더라도, 골프 최고 시청률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브랜드 가치와 기업 고객을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를 찾아볼 수 없는 마스터스 대회 풍경 / 사진: Shaun Best

2025년 마스터스 대회의 후원사는 단 7개 기업이었습니다. 이들이 지불한 후원금은 총 6,045만 달러(약 914억 원). 한 기업당 평균 130억 원 이상을 지불하는 셈입니다. 광고 기회가 제한될수록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지 않고, 시청자가 많아지니 오히려 후원 가치가 높아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물론 미국 밖에서는 다른 원칙이 적용됩니다. 해외 방송사에는 후원사 외 광고도 허용되기 때문에 중계권료를 받는데, 그 규모는 연간 약 2,500만 달러(약 378억 원)로 추정됩니다. 자국에서는 전통을 지키고, 해외에서는 수익을 챙기는 마스터스만의 이중 전략인 셈이죠.

인구 20만 소도시가 누리는 경제 효과

마스터스 대회는 항상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에 위치한 오거스타 내셔널에서만 열립니다. 다른 PGA 메이저 대회들이 매년 개최 장소를 바꾸는 것과 달리, 마스터스만큼은 같은 코스에서 치러지는 거죠. 이 고집스러운 전통이 오거스타라는 소도시에게는 1년치 보너스가 됩니다.

평소 인구 약 20만 명의 조용한 남부 도시에 매년 4월이면 약 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듭니다. 애틀랜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렌터카를 빌리고, 오거스타의 호텔을 꽉 채우고, 현지 식당과 상점에 돈을 씁니다.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4일간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연간 1억 2,000만 달러(약 1,816억 원)로 추산됩니다. 단 4일 만에 벌어들이는 효과라는 것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규모죠.

오거스타의 특수는 골프장 안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소수의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철저한 프라이빗 클럽이라, 마스터스 기간에 몰려온 관광객과 취재진 대부분은 이 클럽에서 직접 골프를 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차로 15분 거리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그래니트빌에 위치한 세이즈 밸리 골프클럽이 반사이익을 누립니다. '미니 오거스타'라 불리는 이곳은 4월마다 극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데, 대회 시기 그린피*는 캐디피** 포함 약 700달러(약 106만 원)까지 치솟습니다. * 골프장 코스를 이용하는 데 내는 입장료 ** 선수의 골프백을 들고 코스 정보와 클럽 선택을 조언하는 캐디에게 지불하는 비용

주변 대중 골프장들의 금액도 덩달아 오릅니다. 평소 30달러(약 4만 5,000원)이던 그린피가 4월에는 150달러(약 23만 원)까지 오르는 경우도 흔합니다. 무려 5배의 가격 인상이지만, 마스터스 열기 속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관광객은 거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 파워가 만들어내는 가격 프리미엄입니다.

희소성이 설계한 소비 심리

마스터스에는 독특한 규칙이 있습니다. 관중을 '갤러리(Gallery)'라 부르지 않습니다. 대신 '패트론(Patron)', 즉 후원자라 부르죠. 현장에서도, TV 중계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오거스타만의 공식 호칭입니다. 이 표현은 1934년 대회 초창기부터 시작됐습니다. 미국 대공황으로 골프장 운영조차 힘들던 시절, 오거스타 클럽의 공동 창업자 클리포드 로버츠는 그 어려운 시기에 찾아온 관중들을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대회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로 예우했습니다.

마스터스 입장권은 시장에서 살 수 없습니다. 추첨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으며, 당첨 확률은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 좋게 당첨되면 연습 라운드 입장권은 125~150달러(약 20~23만 원), 본 경기 입장권은 160달러(약 24만 원)에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2차 시장에서는 최소 1,000달러(약 153만 원), 주말 라운드 입장권은 10,000달러(약 1,530만 원)가 넘기도 합니다. 공식 가격의 6~60배를 주고서라도 사겠다는 수요가 존재한다는 건 마스터스 입장권 자체가 하나의 희소한 자산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어렵게 입장권을 얻은 패트론들은 오거스타 현장에서 기념품을 대거 구입합니다. 본인 것뿐 아니라 지인들을 위한 선물용으로도 사죠. 핵심은 마스터스 기념품을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구매도, 대회 후 구매도 불가능합니다. 이 정책이 현장 기념품 판매를 극적으로 끌어올립니다. 연간 기념품 판매 수입은 6,900만 달러(약 1,054억 원)로 추산되는데, 이는 마스터스 전체 수입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티켓 판매 수입 3,900만 달러(약 596억 원)와 합산하면, 패트론이 만들어내는 직접 수입만 전체의 약 70%에 달하죠.

마스터스 대회 기념품을 가득 구매한 패트론 / 사진: Hans Deryk

패트론들은 경기장 안에서 독특한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같은 글로벌 재계 거물들이 주차를 안내하거나 선수 인터뷰를 돕고 있는 모습이죠.

오거스타 클럽은 세계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클럽 중 하나로 꼽힙니다.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회원의 초청을 받아야 하며, 입회비는 최소 30만 달러(약 4억 5,000만 원), 연회비는 1만 2,000달러(약 1,800만 원)입니다. 재정적 여유에 따라 입회비 100만 달러(약 15억 원) 이상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회원에게는 독특한 의무가 따릅니다. 1년차에는 주차 관리를, 5년차에는 팸플릿 배포를, 10년차에는 로프 관리를, 15년차에는 선수 카트 이동을, 20년차에는 인터뷰 진행 보조를 맡습니다. 그리고 50년차가 되면 자녀에게 회원용 그린 재킷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대회. 이 장면 자체가 마스터스라는 브랜드의 특별함을 상징하죠.

타이거 우즈가 바꾼 마스터스의 경제 지형

마스터스의 현재 위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타이거 우즈입니다.

1997년, 당시 21세였던 타이거 우즈는 마스터스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위와 무려 12타 차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요. 이 단 하나의 대회가 마스터스와 골프 전체의 경제 지형을 바꾸었습니다. 당시 CBS 시청자만 2,026만 명에 달했는데, 이는 마스터스 역대 최고 시청자 기록이 되었죠.

타이거 우즈 이전까지 골프는 중장년 백인 남성의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흑인 선수 우즈의 등장은 골프의 저변을 훨씬 더 다양한 인구 집단으로 넓혔습니다. 미국 골프 참여 인구는 우즈가 등장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약 3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타이거 효과'는 수치로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해의 평균 시청자 수는 그렇지 않은 해보다 22% 더 많았습니다. 2019년 척추 부상에서 돌아온 우즈가 14년 만에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했을 때, CBS 최종 라운드 시청자는 평균 1,081만 명, 클라이맥스 순간 최고 시청자는 1,83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악천후로 인해 이례적으로 오전에 방송이 시작됐음에도 34년 만에 최고 오전 골프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었습니다.

마스터스 대회에서만 5번 우승을 차지한 타이거 우즈 / 사진: JONATHAN ERNST

이처럼 타이거 우즈가 키운 마스터스의 인기는 대회 전체의 경제 규모 성장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오거스타는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지만, 대회 수입 규모와 비례해서 오르는 우승 상금은 마스터스의 경제적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공개 지표입니다. 1985년 19억 원이던 마스터스 우승 상금은 2025년 638억 원으로 40년 만에 33배 이상 뛰었습니다. 마스터스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두 논란이 마스터스에 청구한 대가

마스터스의 역사에는 두 번의 큰 사회적 위기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인종차별 논란이었습니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초대 의장 클리포드 로버츠는 "내가 살아 있는 한, 모든 골퍼는 백인이어야 하고 모든 캐디는 흑인이어야 한다"는 발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스터스 대회에 흑인 골퍼가 처음 출전한 것은 1975년이었고, 오거스타 내셔널에 흑인 회원이 없던 상황은 1990년까지 이어졌습니다.

전환점은 외부에서 왔습니다. 1990년 오거스타 인근 앨라배마주 버밍엄의 숄 크릭 골프클럽 설립자가 "흑인만 빼고는 누구든 차별 없이 받겠다"고 공개 발언하면서 골프 업계 전체가 들썩였습니다. IBM을 비롯한 주요 스폰서들이 숄 크릭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광고를 즉각 철회했고, PGA는 인종 차별 클럽에서는 대회를 개최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수립했습니다. 시민운동가들의 항의 시위 압박까지 더해지자, 오거스타 내셔널은 그해 9월 처음으로 흑인 회원의 가입을 승인했습니다.

인종차별 논란이 봉합된 지 10여 년이 지난 2002년, 이번에는 여성차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미국 여성 전국 협의회의 마사 버크 의장이 오거스타 내셔널의 여성 회원 배제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시작된 이 논란은, 마스터스 역사상 전례 없는 일로 이어졌습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클럽의 정책은 외부 인사에 의해 정해질 수 없다"며 강경하게 맞섰지만,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후원사들이 불필요한 압박을 받지 않도록 마스터스 중계 광고를 선제적으로 없애버렸습니다.

결국 2003년과 2004년, 마스터스 TV 중계는 광고가 단 한 편도 없는 무광고 방송으로 치러졌습니다. 스스로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논란을 차단하려 한 것이죠. 당시 이 두 해 동안 마스터스가 포기한 광고 수익은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결국 2012년, 전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를 첫 여성 회원으로 받아들이며 오랫동안 유지해온 관행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흑인이자 여성이라는 그녀의 회원 가입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스포츠 비즈니스에서 브랜드 가치는 경기장 밖에서도 끊임없이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은 마스터스가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교훈이었죠.

골프 애호가로 알려진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 사진: Mark Blinch

마스터스 골프대회는 스포츠 비즈니스의 통념을 뒤집는 곳입니다. 덜 팔고, 덜 보여주고, 덜 개방할수록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고 싶어 합니다. 희소성이라는 무기로 골프 업계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죠.

최근에는 환경을 둘러싼 문제가 마스터스의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골프장의 완벽한 초록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물과 살충제를 쏟아붓고, 잔디 일부는 페인트로 칠하는 관행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거든요. 두 차례의 커다란 논란을 결국 해소했듯, 마스터스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앞으로의 브랜드 가치를 좌우할 것입니다.


Edit 윤동해 Graphic 조수희

이종성 에디터 이미지
이종성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 스포츠 기자로 일하던 중, 스포츠가 사회문화 현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늦은 나이에 영국 DMU(드몽포트) 대학에서 남북한 축구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야구의 나라》, 《스포츠문화사》, 《세계사를 바꾼 월드컵》과 《A History of Football in North and South Korea: c. 1910~200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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