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이 떠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송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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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중한 사람이 떠난 직후 2시간 안에 해야 할 일들

  • 가끔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상상을 합니다. 커다랗게 밀려오는 슬픔, 그 뒤에 남을 끝없는 그리움. 감정은 떠오르지만, 그 순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장례의 본질을 연구해 온 ‘고이장례연구소’ 송슬옹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떠나면, 저는 가장 먼저 무슨 일을 해야 하나요?”

    송슬옹 대표는 '값비싼 장례가 아닌, 마음이 담긴 작별'을 꿈꾸며 장례 업계 최초로 가격 정찰제를 도입해 투명한 장례 문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가 전해준 장례의 풍경과 슬픔 속에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들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의 마지막을 혼란 없이 마주하기 위해, 더 나아가서는 나의 죽음 뒤 남겨질 이들을 위한 가장 실제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소중한 사람이 떠난 직후 2시간 안에 해야 할 일들

    Q. 가족이 세상을 떠났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어떤 모습인가요?

    유족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감정이 아니라 결정이에요. 많은 분들이 ‘장례는 3일이다’라고 생각하시지만, 그 3일 중에서 정신없는 건 처음 2시간입니다. 이 시점에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장례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장례의 시작을 위해 유족이 결정해야 하는 일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사망진단서 또는 검안서를 받는 일입니다. 병원에서 돌아가셨다면 의사에게 진단서를 요청하면 되고, 자택이나 요양시설에서 사망하셨다면 112나 지정된 검안의를 불러야 합니다. 이 서류는 장례식장 접수는 물론이고, 화장 신청, 사망신고, 보험 청구, 금융 해지 같은 행정 절차 전반에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여러 부(7부 이상) 받아두는 게 좋습니다.

    만약 사인이 불분명하다면 부검 또는 경찰 신고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사망진단서에 '외인사', '기타 및 불상' 같은 표현이 있는 경우 '의사와 검사가 시신을 검안하여 유가족에게 인계할 때 발급하는 사망 증명서'인 검시필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경찰과 연결되고 조사 절차를 거쳐야 하죠.

    두 번째는 시신을 어디로 옮길지를 정해야 해요. 이 결정이 곧 장례식장 선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돌아가신 병원 부속 장례식장에 자연스럽게 안치하는데, 사실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에요. 종교적 이유나 예산, 가족 구성원들의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해서 별도로 장례식장을 선택할 수도 있어요.

    세 번째는 누가 장례를 주관할지 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가족 중 누가 서류에 도장을 찍고, 장례식장 직원과 소통할지를 정하는 문제예요. 초기에 합의가 안 되면, 빈소 계약을 못 하고 2시간씩 대기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저희가 현장에서 간혹 보는 갈등 중 하나예요. 가족이 많거나, 이혼·재혼 등 가족구성이 복잡할수록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잊지 말아야 할 게 화장장 예약이에요. 많은 분들이 빈소를 먼저 정하고 발인 일정을 짠 뒤, 화장을 예약하는데, 순서가 바뀌면 낭패를 봐요. 전국 화장장은 예약이 빽빽해서 자리가 없을 수도 있고, 예약이 밀리면 장례일을 하루 더 늘려야 할 수도 있거든요. 이렇게 되면 비용이 수십만 원 단위로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요.

    이 4가지 일들이 장례를 시작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들입니다.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은 반드시 감정을 눌러놓고 실무를 처리해야만 해요. 준비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남은 가족들의 감정 회복에도 큰 차이가 생기더라고요.

    Q. ‘삼일장’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막상 3일 동안 어떤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하루하루 어떤 절차들이 진행되는지,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주실 수 있을까요?

    날마다 해야 할 일이 꽤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요. 유족 입장에서 보면 마치 체크리스트처럼 움직이게 되죠.

    1일 차에는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고,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옮긴 뒤 빈소를 마련합니다. 빈소 세팅이 끝나면 조문객을 맞이하기 시작하고, 상조업체, 장례식장 측과 입관식·발인 일정, 장지 등을 협의합니다. 이때 지인들에게 부고를 보내고 제단꽃과 영정사진을 정하게 됩니다. 영정사진을 급하게 준비하게 되면 속상한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을 미리 골라두면 좋습니다. 이날은 고인을 안치 냉장 시설에 모셔만 두고, 아직 입관*은 하지 않습니다. *관에 모시는 의식

    2일 차에는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바로 입관과 조문입니다. 고인의 몸을 씻기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 절차를 거쳐, 관에 모시는 입관식이 진행됩니다. 보통 장례식 2일 차 오전~낮 사이에 진행되며, 가족이 참관할 수 있어요. 입관식은 장례 전 과정 중 가장 상징적이고 감정적인 순간 중 하나입니다. 관에 들어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 생전에 못다 했던 말들을 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죠. 조문도 본격화됩니다. 둘째 날은 조문객 응대, 부의금 정리 등 가장 분주한 날이기도 합니다.

    3일 차에는 발인을 합니다. 보통 이른 아침 6~7시경에 발인이 시작돼요. 발인은 고인이 생전에 살던 집과 가족들로부터 떠나가는 의식을 말하는데요. 집에서 장례를 진행했던 예전과는 달리 현대에는 ‘관을 장례식장에서 장지로 운구하는 행위’를 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간단한 추모의식을 한 뒤, 고인을 화장장이나 매장지로 모십니다. 요즘은 화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화장장 예약 시간에 맞춰 전반적인 일정이 결정돼요. 화장 후 유골은 봉안당에 모시거나, 유택동산*이나 바다에 뿌리기도 합니다. 모든 절차가 끝나는 시간은 장지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정오~오후 사이에 마무리됩니다. *고인의 유골을 뿌릴 수 있는 지정된 장소를 말한다. 전국 대부분의 화장장에는 유택동산이 설치되어 있다.

    700만 원에서 4,000만 원 그 이상까지 장례 비용 가르는 4가지 요소

    Q. 여러 통계를 보면 장례식 평균 비용은 1,300만 원에서 2,000만 원 이상까지 이야기됩니다. 장례 비용은 어떤 항목들로 구성되나요?

    장례를 진행하면서 돈을 내야 하는 곳은 크게 세 군데라고 보시면 됩니다. 상조회사, 장례식장, 그리고 장지.

    먼저 상조회사가 있어요. 상조는 장례를 치를 때 필요한 기본적인 인력, 차량, 용품을 패키지처럼 묶어서 제공합니다. 장례지도사, 음식 도우미, 고인을 이송할 앰뷸런스, 발인할 때 타는 버스나 리무진 같은 차량, 그리고 관이나 수의 같은 장례용품이 여기에 포함돼요. 이 비용이 보통 200만 원대에서, 많게는 500만 원 이상까지도 나옵니다. 만약 상조 없이 진행한다면, 이 항목들을 개별적으로 장례식장에 요청해서 처리하게 되는데요. 결국 비슷한 비용이 들며, 상황에 따라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장례식장에 지급하는 비용입니다. 장례식장 비용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공간 사용료, 그러니까 빈소, 접객실, 안치실을 이틀 정도 사용하는 데 드는 돈이고요. 다른 하나는 음식 비용이에요. 조문객들 식사와 술, 제사 음식까지 포함하면 꽤 큰 금액이 나옵니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저렴하게는 5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 이상이 나올 수 있어요. 특히 조문객 수가 많을수록 음식 비용이 금방 올라가요.

    마지막은 장지 비용, 고인을 모시는 장소에 드는 돈이에요. 장지 비용은 다시 두 단계로 나뉘어요. 우선 1차 장지라고 하는 화장장입니다. 고인의 주소지 관할(관내)에서 화장을 하면 10만 원 내외 정도인데, 다른 지역(관외)에서 하면 몇십만 원으로 확 뛰어요. 많게는 10배 차이가 나기도 해요. 그래서 고인의 주소지를 꼭 확인하고, 관내 화장장을 먼저 알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다음은 2차 장지입니다. 2차 장지는 화장 후 유골을 모시는 곳, 즉 봉안당이나 수목장 같은 안치 시설이에요. 2차 장지는 앞으로 십 년 이상 모셔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자리 사용료뿐만 아니라 관리비도 감안해야 합니다. 위치나 시설에 따라 금액 차이가 크지만, 보통 봉안당은 평균 600만 원 내외, 수목장은 평균 700만 원 내외입니다.

    이렇게 세 군데를 기준으로 보면, 장례 비용이 왜 그렇게 나오는지 좀 더 이해가 쉬워지실 거예요. 장례 비용이라는 것이 가족의 상황마다 천차만별이라 금액을 딱 짚어서 말씀드리기가 어려운데요. 이 세 가지가 각각 전체 비용의 3분의 1씩 차지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Q. 같은 삼일장인데도 누군가는 천만 원 이하로, 누군가는 수천만 원이 든다고 하잖아요. 어떤 선택들이 비용 차이를 크게 만드나요?

    비용 차이를 크게 만드는 선택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빈소를 어디에 차릴지예요. 대형 병원 장례식장은 위치도 좋고 시설도 좋지만, 아무래도 비용이 높습니다. 반면 공설 장례식장은 훨씬 저렴해요. 같은 2일 대여인데도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 넘게 차이 날 수 있거든요. 여기에 접객실, 안치실 사용료도 다 따로 붙어요.

    두 번째는 조문객 음식이에요. 보통 1인당 2만 원 내외 정도로 계산되는데요. 50명만 와도 100만 원 가까이 되고, 100명 넘으면 음식값만 몇 백만 원이 됩니다. 거기에 술, 추가 주문이 붙으면 더 올라가고요.

    세 번째는 상조회사에서 제공받는 패키지입니다. 간소하게 준비를 한다고 하면 차량, 관, 수의 등의 용품을 200만 원 내로 진행할 수 있지만, 고급 용품을 사용하면 500만 원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수의와 유골함이 가장 가격 편차가 큽니다. 수의는 생전에 즐겨 입으시던 옷, 유골함은 목함을 사용한다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 가장 비싼 것만 고른다면 수의, 유골함이 각각 수백만 원대입니다.

    마지막으로 장지입니다. 사실 이게 비용 차이가 제일 커요. 화장 후에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지 않고, 유택동산에 뿌린다면 거의 비용이 들지 않지만, 비싼 업체와 위치를 선택할 경우 수천만 원도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수목장은 한 그루 안에 여러 위*가 모셔지는 경우에는 200만 원 정도이며, 큰 나무에 혼자 혹은 소수의 가족들만 모셔지는 경우 4,000만 원에 이르기도 합니다. 시신 화장 후 유골을 모시는 봉안당도 마찬가지인데요. 사람의 눈높이에 해당하는 층은 시설 좋은 곳의 경우 1,500만 원 정도, 반면에 선호도가 낮은 곳은 150만 원 가량입니다. 같은 장례라도 선택에 따라 전체 비용이 700만 원 선에서 끝나기도 하고, 수천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돌아가신 분을 세는 단위

    Q. 장례를 최대한 간소하게 하면서도 의미는 지키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꼭 필요한 것과 덜어내도 괜찮은 것들을 나눠본다면, 어떤 기준이 있을까요?

    사실 대부분 덜어내도 됩니다. 장례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추모하는 마음과 가족간의 의미이지, 형식이 아니니까요. 현실적이면서 간소하게 진행하길 원하는 분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걸 말씀드려보자면, 추가 결제를 유도하지 않는 합리적인 후불식 상조에 공설 장례식장, 그리고 화장 후 유골을 유택동산에 산분장*으로 간소하게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전체 장례 비용 700만 원 안팎까지 내려갑니다. *화장한 유골을 자연 환경에 뿌리는 것. ‘유택동산에 산분장으로 모신다’는 것은 고인의 유골을 뿌릴 수 있는 지정된 장소에 골분을 뿌리는 것을 뜻한다.

    사실 장례식에서 정말 필요한 것을 엄밀하게 따져보면 딱 세 가지밖에 없어요. 먼저 고인의 시신을 돌아가신 직후에 바로 안치하는 일, 이건 피할 수가 없습니다. 반드시 안치 냉장 시설이 있는 장례식장에 모셔야만 해요.

    두 번째는 입관하는 절차예요. 시신을 관에 모시는 일은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필수입니다. 아무리 간소하게 해도 이 과정 자체를 생략할 수는 없어요. 간혹 사망 후 입관 없이 바로 화장을 할 수 없겠냐고 여쭤보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법적으로 사망 후 24시간 이내에는 화장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세 번째는 화장이에요. 비싼 매장으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면 화장 자체는 필수적이고, 화장터까지 이동하려면 관을 옮기는 차량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역시 현실적으로 생략이 불가능하죠.

    즉, 빈소 사용료, 음식 비용, 제단 꾸미는 비용, 수의와 유골함 같은 용품들은 생략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장례 비용을 최소화해서 진행하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Q. 장례를 치르다 보면 가족 간 갈등이 생기거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등을 줄이려면 어떤 부분들을 미리 조율해 두는 게 좋을까요?

    아까 금액을 지급하는 곳이 세 곳(상조회사, 장례식장, 장지)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세 곳에 대한 결정이 결국 갈등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가족끼리 가입해 둔 상조가 많으면 많을수록 갈등이 생기기 쉽습니다. 서로 어떤 상조를 쓸지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서 임종 당일에 여러 곳의 업체가 동시에 출동하여 혼란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각자 가입한 상조가 어디인지, 또 회사에서는 어떤 경조사 복지가 나오는지 충분히 파악하고 조율해야 혼란이 없습니다.

    그다음은 장례식장이 있겠네요. 가족들 입장에서는 약 이틀간 지낼 곳이기도 하고 조문객 입장에서는 멀리서 방문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위치나 시설 편의성을 고려해서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장지가 제일 중요한데요. 장지는 식이 끝난 후에도 계속 방문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앞의 두 곳보다 더 충분히 대화하여 정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장지를 고를 때는 친척 어르신들과 젊은 상주 사이에 의견이 다를 수 있어요. 이 또한 비일비재한 갈등인데요.

    어르신들은 오래된 선산을 이야기하시지만, 결국은 고인을 가장 많이 찾아뵙게 될 가까운 가족이 판단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장지는 사전에 방문해서 상담하는 것도 가능하니 각자 거주하는 위치와 예산을 고려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알아보면 좋겠습니다.

    Q. 상조회사 가입 여부에 따라서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상조회사 가입의 현실적인 장점은, 장례비용을 목돈으로 한 번에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가입자는 매월 소액씩 납부하며 비용 부담을 분산할 수 있고, 최근에는 장례뿐 아니라 웨딩, 크루즈 여행 등으로 전환 가능한 서비스를 포함한 상품도 많아져 가입 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그런데 사실 장례 서비스만 본다면, 가입 여부에 따라 현장에서 받는 서비스 자체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상조회사는 미리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임종 당일에 바로 전화하면 즉시 서비스를 제공해요. 그래서 미리 가입한 분이나 가입하지 않고 당일에 연락한 분이나 실제 장례 현장에서 누리는 서비스적 차이는 크지 않죠.

    오히려 상조회사 가입 여부보다 더 중요한 건 가족끼리 '장례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가족들이 장례식의 방향성에 대해 미리 충분히 합의하지 않으면, 좋은 상조회사를 써도 혼란스럽고 비용도 더 들어가는 상황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중요한 것이 또 있는데요. 아무리 가족이 원하는 장례를 이야기하더라도 상조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할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수의 대신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했던 옷을 입으시길 원한다 하더라도 상조가 ‘그렇게는 안 된다’라고 하면 진행할 수 없는 거죠. 가족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주는 상조를 찾는 것이 상조 가입 여부보다 더 중요합니다.

    Q. 상조회사를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살펴보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까요?

    많은 분들이 유명하거나 광고를 많이 하는 상조회사를 선택하시는데, 사실 큰 회사라고 꼭 서비스가 더 좋은 건 아니에요. 중요한 건 그 상조회사가 장례 과정에서 어떤 것까지 직접 해주는지를 확인하는 거죠.

    그리고 내게 맞는 '규모'를 골라야 해요. 가족끼리 소규모로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고 싶은데, 규모가 큰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제안하는 상품을 쓰면 불필요하게 비용만 올라갈 수 있어요. 반대로, 조문객이 많은 경우인데 저렴한 소규모 패키지를 선택하면 결국 현장에서 추가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조회사와 직접 상담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게 맞는 적절한 상품을 추천해 주는 게 상조가 해야 할 일이거든요. 또 장례는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라서, 통화 한 번만 해봐도 이 회사가 어떤 태도로 고객을 대하는지 알 수 있어요.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담당자의 태도가 불성실하거나 내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한다면, 실제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결국 상조회사를 고를 때, 가장 현실적인 팁은 '그 회사가 나와 내 가족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 범위를 명확히 제시하고, 내 질문에 친절히 답할 수 있느냐'를 확인하는 겁니다. 이 두 가지만 확실히 해도 후회 없는 선택을 하실 수 있어요.

    어떻게 떠나보내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Q. 2025년 전국 평균 화장률이 90%를 넘으면서, 화장터 부족 현상도 뉴스에서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화장터 부족을 비롯해 지금 장례 인프라에는 어떤 문제들이 있나요?

    화장터 부족은 숫자만 봐도 분명한 문제입니다. 사망자가 조금이라도 급증하게 되면 화장 대기일이 길어져서 4일장을 치르는 시즌이 종종 생깁니다. 예를 들어, 서울만 해도 2024년 한 해 동안 사망자가 약 52,000명이었어요. 그런데 서울에서 1년에 처리하는 화장 건수는 50,000건이 안 됩니다. 사망자가 늘어나는 겨울철에는 4일장까지 가는 경우도 꽤 있어요.

    문제는 서울만의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 지자체들이 자체 화장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거든요. 화장터가 없는 지역은 화장터가 있는 지역까지 소위 ‘원정 화장’을 가야 합니다. 고인을 보내는 마지막 길이 그렇게까지 힘들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요. 화장터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구 구조상 앞으로 20~30년 동안 이 문제는 계속 이어질 거예요.

    화장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도 문제입니다. 지금 공공 납골당이나 수목장은 거의 다 만실입니다. 특히 납골당보다는 수목장이 더 부족한데요. 2022년 인식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이 매장이 아닌 화장을 선호했고, 화장을 선호한 10명 중 4명은 수목장을 선호했어요. 수목장 수요는 계속 느는데 신규 시설은 지역 반대 때문에 새로 건립되기도 어렵습니다. 친환경적인 방식임에도 장례시설이기 때문에 혐오시설로 보는 거죠. 또 수목장은 필요로 하는 면적도 납골보다 훨씬 넓은데, 우리나라가 땅이 좁다 보니까 무조건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태생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제 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 비전과 목표

    Q. 이런 문제들에 대해 사회적으로 어떤 논의나 대안들이 나오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조금씩 개선되고 변하고 있는데요. 서울에 있는 화장터 두 곳은 ‘스마트 화장로’*를 도입해서 화장 시간을 20분씩 단축했고요. 전국의 많은 화장터들이 꾸준히 수요를 예측하고 화장로를 증설하거나, 노후 시설을 개보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화장로 내부의 가스나 압력 등을 조정해 연소상태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화장 시간을 20분 정도 단축 및 연료 소모량도 기존 화장로 대비 30%정도 절감할 수 있다.

    또 2023년에는 보건복지부에서 2027년까지 자연장 14만 6,000구, 봉안시설 5만 7,000구를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했어요. 물론 실제 추진 속도나 지역 간 균형 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많지만, 적어도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정책적으로 공유되고 있고, 방향성도 잡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Q. 예전과 비교하면 장례 문화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현장에서 느끼시는 요즘 장례의 흐름은 어떤가요?

    불과 5년,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빈소장은 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무빈소장이 대중화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코로나 당시에는 사망자가 급증해 장례식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일정을 간소하게 진행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하면서 조문객도 빈소도 필요 없었거든요. 그 이후에 팬데믹은 끝났지만, 무빈소 혹은 장례를 가족끼리만 간소하게 치르고 싶다고 상담을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늘어났어요.

    또 합리성을 추구하는 분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거 같아요. 합리성이라는 것이 꼭 비용을 저렴하게 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납득 가능한 것’에 돈을 내겠다는 의미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장례에 필요한 품목들이나 절차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드리게 되고요. 저는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경황없고 일생에 한두 번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사실은 반대로 그럴수록 더 꼼꼼하게 따져서 진행해야죠.

    그리고 가족장, 무빈소장이 진행된다는 건 조문객이 없거나 극히 소수인 장례가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장례 일정 중에 시간이 많이 비게 되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쓸지도 중요한 고민이 되어가고 있어요. 예전처럼 손님 접대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면, 오히려 고인을 돌아보는 콘텐츠나 가족 간의 대화, 묵상 같은 시간이 장례의 본질을 더 잘 드러낼 수도 있거든요. 아직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점차 이런 흐름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Q. 현장에서 다양한 장례를 겪으셨을 텐데요. ‘이 장례는 참 좋았다’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과 가장 가까웠던 경험담을 듣고 싶습니다.

    2년 전에 저희에게 조금 특별한 장례식을 의뢰했던 분이 계셨어요. 고객의 이야기를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장례식장이 살아생전의 이야기로 가득했었습니다. ‘남겨진 사람들과의 관계’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포함해서, 방문한 누구든지 그분이 세상에 남긴 것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진행이 되었어요.

    장례 준비단계부터 정말 많은 소통을 했어요. 원하는 장례식의 모습에 대해 사진을 계속 주고 받았어요. 부고장에 들어가는 사진도 전형적인 영정사진이 아니라 차를 마시고 있는 사진이라든가 고인의 세계가 잘 드러나는 사진으로 넣었고요. 장례가 끝난 후에 조문객에게 보내는 감사 메시지로는, 고인이 묻힌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진에 시를 담아 보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가 생각하는 좋은 장례식이란 ‘고인의 삶의 발자국으로 가득하고, 남겨진 사람들이 충분히 애도하고 슬픔을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고인이 무엇을 남길 것인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반대로 남겨진 사람은 고인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가 장례와 추모의 의미잖아요. 이 장례식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했었죠.

    Q. 가족, 혹은 더 나아가 나의 ‘좋은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좋은 죽음’은 죽음 그 자체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삶, 후회 없는 삶 위에서 좋은 죽음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에 대한 이해, 감정의 정리, 의미 있는 시간의 축적, 삶 전체를 긍정하고 수용하는 것들이 충족될 때 비로소 죽음 앞에서 평온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 남겨질 사람들에게 어떤 이별을 남기는가도 ‘좋은 죽음’의 핵심인데, 이는 살면서 쌓아온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소중히 일상을 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Interview·Edit 이지영 Graphic 조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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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슬옹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벤처경영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부모님 장례는 특별하게 치러주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021년에 ‘고이장례연구소’를 창업했고, 이후 장례 서비스에 정보의 투명성을 더하고,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장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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