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내 경쟁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오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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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보면 볼수록 보면 꽤 괜찮은 동료

  • AI 시대의 생존전략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뭐가 더 유리할까?

  • 세상이 바뀌어도 끝끝내 인간만이 해야 하는 일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 했던 일들을 AI가 척척 해내는 시대입니다. AI 없이 과제를 끝내고, 졸업장을 따고, 회사 일을 버텨냈던 지난날의 스스로를 떠올리며 잠시 뿌듯하다가도, 곧장 AI 채팅창을 열어 혈당 스파이크를 막을 저녁 메뉴를 묻는 하루를 살고 있죠.

    눈부시게 진화하는 기술에 감탄하며 미래를 상상하다 보면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상의 끝은 늘 현실로 돌아와, 먹고사는 일에 닿습니다. 짧아지는 노동의 수명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죠. “그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이 막막한 질문에 오순영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은 이렇게 답합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중요한 건 ‘가장 인간답게 일하는 것’이라고요.

    한글과컴퓨터 최초의 여성 CTO이자 금융권 최연소 임원으로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을 거쳐, 현재는 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AWS Korea)에서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의 문제 해결을 이끄는 오순영 의장. 기술 진보의 최전선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그가 말하는 ‘인간답게 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왜 그것이 진화하는 기술을 좇는 것보다 더 중요할까요? 오순영 의장과 함께 내 노동을 살아남게 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AI, 보면 볼수록 보면 꽤 괜찮은 동료

    한국은 챗GPT 유료 구독자 수에서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AI 활용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현재 AI 기술은 우리의 일터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을까요?

    AI는 이제 단순히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 같은 존재로 인식이 바뀌고 있어요. 특히 생성형 AI는 인간 수준에 근접하거나 능가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구요.

    하지만 더 크고 중요한 변화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등장인데요.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며 피드백까지 반영하는 지점까지 나아가고 있거든요. 단순히 텍스트나 이미지, 영상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에서 목적 지향적으로 행동하고 판단하는 AI로의 진화가 본격화되고 있어요.. AI가 업무의 일부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업무 전체 구조 설계와 실행을 리드하는 단계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죠.

    아직은 제한된 영역에 머물러 있지만, 이 변화는 일하는 방식과 조직의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거예요. 따라서 지금 고민해야 할 질문은 ‘AI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AI와 어떻게 역할을 나누고 협업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예요.

    *방송통신위원회 '2024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

    결국 ‘AI와 내가 어떻게 같이 일할까’를 고민해야 하겠네요. 실제로 요즘은 기업들이 AI 툴을  공식 업무 도구로 쓰기 시작했다는 뉴스도 종종 보여요.

    과거엔 실험적으로 AI를 도입해 보려는 시도가 많았다면, 지금은 경영 전략 차원에서 업무의 핵심 과정에 AI를 통합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졌어요. 예를 들어 은행에서 AI를 통해 고객 질문에 답하거나, 기업에서 사내 문서 요약과 회의록 정리에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졌고요.

    더 큰 변화는 실무자들의 인식이예요. AI가 내 일을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AI 덕분에 업무 속도가 빨라지고,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거든요. 특히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일수록 AI를 통해 혁신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는 경향이 뚜렷해지죠. 흥미로운 건, 이런 흐름이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조직이나 스타트업에서도 AI 툴을 활용해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의장님은 현재 AWS Korea(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에서 근무하고 계시죠. AWS 조직에서는 AI를 어떻게 쓰고 있나요?

    AWS는 '고객에 집착(Customer Obsession)'한다는 자사 리더십 원칙에 따라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내부에서도 적극 활용하는데요. 코드 제안, 완성, 변환, 보안 스캔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AI 어시스턴트인 ‘아마존 Q 디벨로퍼(Amazon Q Developer)’의 활용이 대표적이죠.

    물론 이런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AI 역량 강화는 필수겠죠. AWS는 내부 인재 육성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어요. 'AWS 스킬 빌더(AWS Skill Builder)'라는 자체 학습 플랫폼을 통해 직원들이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일반인들도 누구나 600개가 넘는 클라우드 및 AI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기도 한답니다. 기술 배경이 없는 직원들도 AI 리터러시를 갖추고, 개발자뿐만 아니라 마케팅, 영업, 기획 등 다양한 직무에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구요.

    그만큼 일의 리듬이 달라지고 있어요. 현업에서도 AI 때문에 불안한 것 보다는 AI 덕분에 더 본질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인식도 늘어나고 있고요. 결국 AI는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위협이 아니라 강력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회들일까요?

    예전에는 일이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의미 있는 결과를 빠르게 판단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바뀌고 있어요. AI의 등장으로 반복적인 작업은 대부분 자동화되고 있고, 대신 그 과정에서 필요한 판단과 연결, 책임지는 역할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거죠.

    요즘은 AI 덕분에 하나씩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아이디어를 동시에 실험해 볼 수 있는 병렬처리 능력도 생기고 있죠. 물리적, 시간적인 제약을 AI를 통해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예를 들어, 예전엔 하나의 제품 아이디어를 정하고 시장 반응을 보는 데 몇 달이 걸렸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서 몇 시간 안에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다양한 버전을 동시에 테스트해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죠. 빌드-테스트-학습의 사이클이 훨씬 짧아졌어요.

    즉, 일의 방식이 더 이상 하나의 정해진 루틴이 아니라 빠르게 실험하고 학습하며 방향을 바꾸는 민첩한 사고와 행동의 흐름으로 바뀌고 있어요. 그 변화에 적응하는 조직과 개인은 더 많은 기회를 만들게 될 거예요.

    IT/테크 기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창작을 하는 예술가나 교사, 간호사처럼 현장에서의 전문성이 중요한 직군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보시나요?

    어쩌면 AI의 가장 큰 기회는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서 더 크게 열릴지도 몰라요. 코딩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자연어로 쉽게 AI로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예를 들어, 예술가에게 AI는 작품의 완성이 아닌 과정 상에서 영감을 주는 동료가 될 수 있겠죠. 하나의 스케치에 대해서도 셀 수 없이 많은 스케치의 변주를 만들어낼 것이며, 예술가는 좀 더 깊은 메시지와 감정에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자영업자는 고객 응대 챗봇, 이미지·음성 인식, 자동화된 데이터 분석 서비스, 홍보물 생성 등을 도입함으로써 이전보다 더 쉽고 빠르게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구요.

    간호사나 의료진은 환자를 위한 기록 관리와 상담에 AI 비서의 도움을 받아 환자의 서류보다는 환자의 손을 잡고 마음을 살피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좀 더 ‘인간적인 돌봄’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교사 역시 반복적인 관리업무 자동화와 맞춤형 학습 도구를 통해 학생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본질적인 교육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겠죠.

    결국 에이전틱 AI 시대의 기회는 자신의 영역에서 ‘무엇을 더 잘하고 싶은가’ 그리고 ‘무엇을 덜 하고 싶은가’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에게 열려 있어요. AI는 우리 일상 속 다양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산성 도구이자 창의성·효율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코딩을 몰라도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각자의 직업과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거든요. 가장 인간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로 지금의 시대를 바라본다면 우리가 AI에게 하려는 많은 질문이 바뀌지 않을까요?

    AI 시대의 생존전략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뭐가 더 유리할까?

    머리로는 AI가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는 걸 알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그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불안과 막막함도 듭니다.

    그런 불안은 어찌 보면 너무 자연스럽죠.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우리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는 어떤 태도로 변화를 맞이할지는 선택할 수 있어요.

    AI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기술을 다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부담감이 아니에요. 오히려 기술이 내 일과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술의 원리를 전부 알 필요는 없지만,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기술과 연결될 수 있을지를 민감하게 읽어내고, 그 안에서 나의 역할을 그려보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죠.

    여기에 꼭 덧붙이고 싶은 건 ‘호기심’과 ‘배움’을 가까이하는 태도예요. 제가 지금 근무하는 아마존의 리더쉽 원칙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고 호기심을 갖는다(Learn and be curious)”는 원칙과 일치하는 태도이기도 하죠. 변화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배우는 것이 아닐까요? 배우는 사람은 두려움 속에서도 방향을 찾고,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도 스스로 다시 설계할 수 있거든요. 그 배움이 꼭 코딩이나 데이터 분석일 필요는 없어요. 내가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어떤 기술이 나와 조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관찰하는 것도 중요한 배움이거든요.

    모든 기술을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말씀에 마음이 조금은 놓여요.

    기술은 계속 바뀌니까요. 도구에 집착하면 기술이 바뀔 때마다 흔들릴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목적과 문제의식에 집중하는 사람은 도구가 무엇이든 중심을 잃지 않거든요.

    태도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실전 역량은 무엇일까요? AI 시대에 진짜 경쟁력 있는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더 중요해지는 건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를 파악하는 능력이예요. 복잡하고 중첩된 문제일수록 핵심을 꿰뚫어야 하잖아요. AI를 활용해 반복되는 작업은 덜어내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사람이 결국 차이를 만들고, 경쟁력을 만들어 낼 거예요.

    기술보다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둔 사고방식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문제를 구조화하는 능력과 다양한 도구를 결합할 수 있는 협업 감각이 필요해요. 특히 요즘은 워크플로우 자체가 AI를 기준으로 재설계되고 있거든요. 이 흐름을 이해하고, 어떤 단계에 AI를 배치하면 효율이 높아지는지를 판단해 최적의 구조를 설계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해진 거죠.

    결국 경쟁력은 AI 도구를 얼마나 잘 쓰느냐 보다,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는지에 대한 사고의 구조와 최적의 협업 조합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감각에서 결정될 거예요. AI와 나란히 일하면서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장 인간답게 일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이 시대에 가장 강한 경쟁력을 가진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가장 인간답게 일한다는 것이 의장님이 자주 언급하시는 ‘본질에 집중하라’라는 이야기와도 연결되나요?

    제가 말하는 ‘본질에 집중한다’라는 건 단순히 어떤 기술을 쓰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이 해결하려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그걸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인지 꿰뚫어 보는 걸 의미해요.

    강력한 도구들이 쏟아지는 시대일수록 그 도구에 일을 맞추려고 노력하며 휘둘리기보다는 ‘왜 이걸 쓰는가’, ‘이걸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해결하고 싶은가’를 끊임없이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일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은 도구를 목적 자체로 착각하지 않고, 수단으로 잘 활용하기 위한 고민을 하거든요.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최초의 여성 CTO, 금융 업계 최연소 임원으로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 등 기술 진화의 최전선에서 커리어를 쌓아오셨죠. 그 과정에서 의장님이 놓치지 않고 집중해 온 ‘본질’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항상 일을 시작할 때 “이 일은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해요. 이 질문은 제가 어떤 역할을 맡던 본연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을 찾는 나침반이자 북극성이 되어 주었죠.

    그래서 제 커리어의 중심에는 언제나 ‘기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어요. 기술의 복잡함이 만드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 사람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또렷하게 보이도록 가야 할 길이 보이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인 것이죠.

    한컴 R&D 조직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는 늘 ‘사용자의 불편은 무엇인가? 어떤 기능이 들어간 제품이 출시되면 사용자들이 정말 기뻐할까?’를 고민해왔어요. 한컴에서 기술 전략을 수립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수천 개의 오피스 기능을 사용자가 쉽게 찾아 쓰게 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실제로 사용자의 문서 작성 시간을 줄여주고, 불편을 덜어줄 것인지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했죠. KB국민은행에서도 AI를 통해 대부분의 고객들에게 높은 금융 지식의 벽을 낮추는 것이 핵심 과제였어요.

    제게 본질을 파악한다는 건 ‘기술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로운 기술 트렌드가 등장할 때마다 늘 그 기술의 존재 이유를 먼저 스스로에게 묻곤 했죠.

    AI 시대에는 결국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살아남는다고 하잖아요. 이 말에 동의하시나요?

    네, 전적으로 동의해요. 생성형 AI 시대에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더 큰 성과를 만들 수밖에 없어요. AI는 인간처럼 맥락을 스스로 판단하거나 의도를 유추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AI는 완전히 다른 답을 하거든요. 그래서 요즘 이야기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질문을 설계하는 사고력’이 핵심이라고 봐요.

    예를 들어 “이 제품이 괜찮은지 말해줘”라는 질문과 “30대 여성 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기능 중심으로 경쟁 제품 대비 차별성을 비교해줘”는 완전히 다른 답변을 이끌어내요. 결국 핵심은, AI에게 원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맥락 있게 전달하는 질문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좋은 질문은 결국 현장에서 나온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디서 막히고, 무엇이 불편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를 끊임없이 고민할 때 질문은 점점 더 날카롭고 구체적으로 다듬어질 수 밖에 없거든요. AI를 잘 쓰고 싶다면, 기술보다 먼저 ‘좋은 질문을 만드는 힘’을 길러야 해요. 그것은 가장 인간적인 역량이자, AI와의 협업과 공존의 시대에서 앞으로 더 중요해질 능력이 될 거예요.

    기술도 환경도 워낙 빨리 바뀌다 보니 ‘내 전문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AI 시대에는 제너럴리스트처럼 일해야 할까요, 아니면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역량을 길러내야 할까요?

    멘토링을 해보면 대학생부터 사회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까지 많은 분들이 저에게 이 질문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두 축을 어떻게 함께 키울지 사고방식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한 분야에서 깊은 전문성을 갖는 동시에, 그 지식을 다른 영역과 연결할 수 있는 융합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점점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죠.

    AI 기술의 흐름을 보면 핵심에는 늘 ‘연결성’이 있어요. 데이터를 연결하고, 시스템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도 연결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술 하나에만 매몰된 스페셜리스트는 도구는 잘 다루더라도 문제 해결 방향을 설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반면 얕은 지식만 가진 제너럴리스트는 실행력이 떨어지죠. 그렇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스페셜리스트 기반의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윤리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죠.

    세상이 바뀌어도 끝끝내 인간만이 해야 하는 일

    AI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할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인간의 역할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이건 단순히 직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라기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아닐까 싶네요. 기술은 최적의 경로를 제시할 수는 있어도, 그 길이 옳은 방향인지 혹은 어떤 가치를 더 우선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건 인간의 몫이죠. 인간은 늘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이 방식이 정말 최선일까? 이 선택은 어떤 영향을 줄까? 이 문제를 다르게 풀 수는 없을까?’ 우리는 과거에 없던 낯선 방식이나 비효율 속에서도 가치를 찾아내며 예상치 못한 질문 속에서 혁신을 만들어 왔거든요. 이런 상상력과 관점의 전환은 단순히 데이터를 조합한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삶을 경험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때로는 시행착오를 통해 얻게 되는 통찰이기 때문이죠.

    현실을 직접 마주하고 사람과 사람이 더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겠네요.

    우리는 정보를 주고받는 기계가 아니라, 맥락과 감정을 이해하고 말 너머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으니까요. 상대의 눈빛, 말투, 침묵 속에 담긴 감정을 읽어내고, 그에 따라 대화의 방향을 바꿔가며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능력. 이게 바로 우리를 인간답게 하고, AI와 구분 짓는 핵심입니다.

    또 아무리 기술이 정교해져도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건 결국 사람이에요. 데이터 기반의 결정이라 해도, 그 결정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고 감당하는 건 인간의 몫이니까요. 결국 AI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방향을 제시하는 겁니다. 데이터 기반의 최적의 해답은 AI가 줄 수 있지만, 그 해답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사람이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니까요.

    노동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AI시대에 내 노동을 오래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이제는 나이가 아니라, 배우고 변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은퇴라는 개념도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고 봐요. 조직에 속하지 않더라도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사회와 연결되는 방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니까요. 변화에 맞춰 역할을 재설계할 수 있는 유연함과 학습 태도가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역할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시대에도 기회가 사라지지 않죠. 배움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작은 호기심 하나, 실험 하나가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봐요. 결국 기술 속도에 압도되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은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배우면서 한 발씩 움직이는 겁니다. 그 작은 움직임이 쌓여 미래를 설계하게 될 거라고 믿어요.


    Edit 이지영 Graphic 조수희

    오순영 에디터 이미지
    오순영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 한글과컴퓨터 CTO, KB 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을 거쳐 지금은 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AWS Korea)에서 시니어 솔루션즈 아키텍트 매니저(Sr. SA Manager)로 AWS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을 통해 고객의 문제 해결을 이끌고 있다. 《2025 AI 대전환: 주도권을 선점하라》, 《AI 시대의 부의지도》, 《CES 2023 딥리뷰: 모든 것은 AI로 연결된다》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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