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자유를 허락하는 깊은 밤의 아지트
CREED9(크리드나인). 경기 부천 중동의 연중무휴 카페로, 새벽 2시까지의 긴 오픈 시간을 자랑한다. 다채로운 라인업의 디저트를 시즌에 맞추어 소개함으로써, 단순한 미각을 넘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기를 목표한다.
시그니처 디저트
두바이 붕어빵 파이

안녕, 난 두바이 붕어빵 파이야. CREED9의 쫀득쿠키, 크루찌, 소금빵, 두바이 4형제 중 둘째지. 한입 베어 물면 카다이프의 바삭함, 피스타치오의 고소함, 다크초콜릿의 달콤쌉싸래함이 균형을 이루지. 금세 비워진 입안에 훌륭한 여운이 남는 건 물론이고! 누구 마음속에나 두바이초코 판타지 하나씩 있기 마련이잖아? 그 어떤 기대치라도 충족할 자신이 있어. 매일 새벽 2시까지 일하는 사장님이 내놓은 궁극의 결과물이란 자부심 말야. 잠 안 오는 밤에 한번 놀러와.
베이커스 스토리
CREED9은 어떻게 태어났나요?
우선 이름부터 소개해드릴게요. 신념이란 뜻의 CREED와 숫자 9(10이라는 완성보다는 1의 자유, 즉 생각과 해석의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어요)를 더한 이름입니다. 제 가치관을 설명해주는 CREED9의 슬로건이, “생각(신념)은 현실이 된다”예요. 저에게 CREED9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생각의 구현물이에요. 무채색 인테리어, 어두운 조명, 잔잔한 음악이 주는 안정감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감각을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분들과 공유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편안한 공간, 음악과 향, 조명과 온도까지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간, 그 안에서 잠시 멈추고 생각이 깊어지는 순간을 선물하는 것. 그 경험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촉매로 ‘디저트’를 골랐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차분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공간이에요. 어떤 분들이 들러주시나요?
CREED9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차분한 아지트가 되었으면 해요. 푹신한 소파와 푹신한 쿠션, 과하게 밝지 않은 조명, 생각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자유롭게 흐르게 도와주는 음악 같은 것들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음료나 베이커리를 진지하게 즐겨주는 분도 있고, 혼자 책을 읽거나 조용히 일을 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러고 보니 ‘힙한 카페 하나 생겼나 보네’ 정도로 가볍게 들러주신 손님이 한 분 계셨는데요. 공간과 음악, 디저트까지 너무 취향 저격이었던 거예요. “여기 감성만 있는 데가 아니라, 디테일 하나하나에 노력이 정말 많이 들었겠어요.”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얼마나 기분 좋던지요. 겉만 그럴싸한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데도 고민하고 신경 쓴다는 걸 느끼셨다는 거잖아요. 잘 가고 있구나 싶었답니다.
팀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하나의 디저트는 한 명이 잘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감각과 시선이 모여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죠. 팀원들이 각자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마다의 취향과 미학을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해주고 싶어요. 제품 개발을 도와주는 친구, 직원 교육·관리를 맡아주는 친구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어요. 같이 고생하고 같이 결과를 나누고, 쉴 때는 같이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체력 만들고, 문제 생기면 미팅해서 해결하고, 거의 모든 사안마다 ‘함께’ 해나가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고 보니, 트레이너 이력이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헬스장을 5개까지 운영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방문을 유도하고 고객 만족과 재등록을 높이기 위해 트레이너 개인의 강점과 가치를 눈에 띄게 정리하고 전달하는 데 집중했죠. 그 경험이 지금 CREED9를 운영하는 방식의 토대가 되었고, 그래서 지금도 완성된 카페가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보완하며 집중하고 있습니다. 방향성은 브랜드를 알리고, 찾아오는 고객이 자연스럽게 바이럴을 만드는 장치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기초체력의 중요성을 느끼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무게를 알고 공감하기에, 한번은 턱걸이 9개에 성공하면 베이커리를 선물로 드리는 운동 이벤트를 고객 대상으로 열기도 했습니다. 건강·먹거리·운동이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져서 만족스러웠어요.
트렌디한 메뉴들인데도 CREED9의 개성이 잘 녹아들어 있는 메뉴들이 인상적이에요. 메뉴는 어떻게 개발하고 관리하시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제일 먼저 살피는 건 사람들이 요즘 어떤 맛과 조합에 열광하고 있는가 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걸 그대로 구현하는 데만 애쓰지는 않아요. 중요한 건 사람들의 요구에 ‘CREED9의 방식을 적용할 여지와 가능성이에요. 예를 들어 에그타르트 열풍 속에서도, CREED9이 만드는 타르트라면, 바닐라빈을 아낌없이 넣고 푸딩처럼 부드럽고 꾸덕한 식감이 나올 때까지 수없이 테스트하며 만든 ‘커스터드 플랑’이 됩니다. 인절미 크루아상이 유행할 때도, 겉은 바삭, 속은 쫀득, 콩가루와 버터의 밸런스까지 세세하게 점검해서 크루아상 속에 인절미라는 떡(모찌)을 넣은 ‘인절미 크루찌’를 선보였어요. 손님들의 칭찬을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아무래도 듣기 좋으라고 좋은 말씀만 해주시는 분이 많으니까요), 칭찬하시면서도 남기지는 않았는지, 어떤 표정으로 드시는지, 먹는 속도 같은 것까지도 눈여겨보곤 해요. 그런 기준으로 살폈을 때 반응이 미지근하다 싶으면 레시피, 조합, 사이즈를 계속 수정해나가요. 여러 번 고쳐도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과감하게 제외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CREED9의 대표 메뉴는 ‘운’이 아니라 지독한 ‘노력’으로 살아남은 아이들이라고 소개드릴 수 있습니다.
CREED9
고준혁의 비터스윗 모먼트
Bitter moment
현시점 가장 큰 고민은 솔직하게 돈과 사람 두 가지예요. 부천에서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덕분에, 다른 지역에서도 CREED9의 감각을 보여주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하지만 공간 하나를 더 만든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높은 층고와 넓은 면적, 제조설비를 갖추는 데 요구되는 재정 규모가 상당하거든요. 또 하나는 인력 문제예요. 손님에게 드리고 싶은 만족스러운 경험의 기준과 브랜드의 감각을 함께 지켜낼 이들을 찾고 관리하는 일 역시 간단하지 않아요. 브랜드의 밀도와 속도를 동시에 추구할 토대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는 셈입니다.
Sweet moment
타지에서 오신 손님들이 “부천 오면 CREED9은 꼭 와야 한다던데요”라고 말씀해주실 때예요. 그 말 한마디에 기분이 묘하게 벅차요. ‘꼭 와야 한다던데요’라는 말 안에는, 우리 집에 오라고 소개해준 분이 있어요. 그 소개를 듣고 직접 발걸음을 해준 분이 있고요. 그 두 분이 향해준 CREED9이란 공간이 도착지가 되면서 완성되는 문장이에요. 그렇게 “아, 이제 우리가 누군가에게 자랑할 만한 매장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겉으로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답니다. 그런 순간들이 이 쉽지 않은 일을 계속하게 기운을 북돋아줘요.
글 쪽프레스 jjokkpress
출판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2018년부터는 ‘쪽’이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묵직한 콘텐츠를 ‘고트’라는 이름으로 전개합니다.
푸드스타일링·사진 더 스피니치 THE SPINACH x JW studio
푸드콘텐츠에이전시. 음식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의
결을 정확히 읽어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Directed & Food-Styled by 박명원 Photographed by 김신욱·엄승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