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대체 1순위? 토스 비개발 직무가 일하는 법

이제는 AI가 디자인 시안을 만들고, 광고 영상 스크립트까지 써내요. '이것만은 사람의 영역'이라고 여겨온 일마저 AI가 잘하는 시대가 온 거예요.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AI가 내 일을 대신하면 어쩌지' 걱정하는 사람이 늘었어요. 특히 비(非)개발 직무에서는 이런 걱정이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해요. 아직 AI와 일을 나눠본 적이 없다면, 해보기 전의 걱정이 먼저 커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몰라요.
오순영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은 토스와의 지난 인터뷰에서 걱정에 머무는 대신, 질문을 바꿔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지금 고민해야 할 질문은 'AI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AI와 어떻게 역할을 나누고 협업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예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토스 팀의 비개발 직무 세 사람을 만났어요. 토스페이먼츠 세일즈 매니저 이어진 님, 마케터 구본성 님, 디자이너 강수영 님에게 'AI와 역할을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를 물었죠. 직무도 일하는 방식도 다 달랐지만, 신기하게도 세 사람의 이야기는 '어떤 일을 AI에 맡겼는지, 맡긴 결과물을 어떻게 쓸 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는지, 아낀 시간으로 무엇을 새로 하게 됐는지' 세 가지로 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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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I를 쓰기 전과 후, 가장 달라진 게 무엇인가요?
거래처에 답하는 속도요. 답이 빨라졌고, 놓치는 문의도 없어졌어요.
세일즈 업무 중에는 거래처와의 계약이나 서비스 오픈 일정, 기타 유지보수 사항을 챙기는 운영성 업무가 있어요. 만약 변경 사항이 생기거나, 거래처에서 문의가 오면 즉시 답변을 해야 하죠. 이전에는 구글 시트와 노션에 일일이 내역을 수기로 적어 관리하느라 간혹 답변이 늦거나 누락되기도 했어요. 답변이 늦으면 영업 성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 변동 사항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몇 번이고 확인하느라 시간이 많이 들던 업무였고요.
그러다가 사내 AI 세션을 참고해 AI ‘지연 알림’ 도구를 만들었어요. 흩어져 있던 거래처 정보를 AI가 모아서, 매일 아침 사내 메신저로 변동사항만 한눈에 보기 좋게 정리해주는 기능이에요. 예전엔 변동 내역을 찾는 데만 건당 10~20분씩 걸렸다면, 지금은 메신저만 확인하면 되니까 몇 초로 확 줄었어요. 정보를 찾느라 들이던 시간이 없어지니까, 거래처를 기다리게 하는 일도 같이 줄었어요.
Q. 지금 말씀하신 건 주로 고객을 만나기 전에 챙기는 운영 업무인 것 같은데, 고객을 직접 만날 때에도 AI를 쓰시나요?
만나서는 쓰지 않아요. 고객과 마주하는 순간에는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만날 때 가져가는 제안 자료도 사실 직접 만들고 있어요. AI로 만들면 더 빠르기는 하겠지만, 받는 분 눈에 AI로 만든 티가 나면 오히려 진심을 의심받을 수 있어서요.
한 거래처가 기억나요. 만남을 거듭하다 알게 됐는데, 그분들이 진짜 원한 건 좋은 거래 조건이 아니라 토스처럼 성장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미팅에서 조건 얘기 대신 토스가 어떻게 커왔는지를 나눴고, 결국 계약은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십으로 이어졌죠.
근데 이런 속마음은 처음 만난 사이에선 절대 안 나와요. 계속 만나고 소통하면서 신뢰가 쌓인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거든요.
Q. AI가 더 발전하면 세일즈라는 일은 어떻게 될 거라고 보세요?
당장은 크게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AI가 사람을 대신 만나주는 건 아니니까요.
대신 고객을 만나기 전까지의 일은 많이 바뀔 것 같아요. 거래처 일정을 챙기고, 사업자 정보를 구글 시트에 옮기고, 실적을 정리하는 일처럼 고객 눈에는 보이지 않는 반복 업무가 생각보다 많거든요. 이런 일을 AI에 맡기는 방식이 세일즈 전반으로 퍼질 거고, 그만큼 세일즈 매니저는 사람을 만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겠죠. 그러니 대체라기보다는, AI와 공생하는 직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세일즈 매니저는 AI와 공생하는 직무가 될 거라고 하셨는데, AI 도구는 워낙 빠르게 쏟아지잖아요. 혹시라도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조바심은 안 드세요?
처음엔 새로운 AI 소식이 워낙 쏟아지니까, 다들 잘 쓰는데 저만 못 따라가는 건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있던 것 같아요. 거기에 호기심까지 겹쳐서, 사내 세션에서 AI를 처음 배운 뒤로는 쓸 데가 있든 없든 무작정 다 만들어봤어요. 어느 달은 시간만 나면 도구를 만들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가 문득 만드는 행위 자체에 매몰돼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AI를 내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고, 어떤 도구를 만들 것인지부터 판단하는 기준을 세웠어요. 그렇게 만든 기준이 ‘이걸 만들면 거래처를 직접 만날 시간이 늘어나는가’예요. 결국 이 모든 도구는 제 일을 더 편리하게 돕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기준 아래에서도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안 맞으면 접기를 반년쯤 반복했더니, 도구마다 잘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일상 언어로 원하는 바를 설명하면 필요한 개발 도구를 알아서 조합해주는 ‘클로드 코드’는 전체 자동화 업무의 흐름을 새로 설계할 때 사용하고요. 정해진 일을 어김없이 반복하는 ‘n8n’은 그 업무 흐름을 매일 돌아가게끔 할 때 써요. 덕분에 이제는 새로운 도구가 나와도 조급해하지 않고, 그동안 쌓은 경험치로 판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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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소 업무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세요?
크게 두 가지 영역에서 써요. 광고 만들 때와 제휴사 관리할 때요.
광고를 제작할 때는 사장님들이 남긴 후기를 자동으로 모아서 내용을 구성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요. 광고를 클릭하면 이동하는 상세페이지 초안도 AI로 만들고 있어요. 이후 성과 데이터나 타사 사례를 확인할 때도 쓰고요.
제휴사를 관리할 때도 활용해요. 특히 계약이나 정산처럼 반복되는 일은 업무 순서에 맞게 AI가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만들고, 사람이 놓치는 부분을 빠짐없이 챙기게 했어요.
Q. 팀에서는 AI를 어떻게 활용하세요?
팀 내 다른 동료들은 사장님들께 도움되는 정보성 아티클을 작성할 때도 사용해요. 아티클을 계속 만들다 보면 매번 새로운 주제를 선정하는 것도 일이거든요. 지금은 사장님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트렌드나 이슈를 AI가 웹에서 모아주면, 담당자가 그중에 쓸만한 주제를 골라요. 글도 AI가 써준 초안에서 시작하니까, 며칠씩 걸리던 일이 이제는 2시간이면 끝나더라고요. 작성 후 썸네일 이미지를 만들 때에도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하니 금방 완성되고요.
Q. 활용처가 정말 많네요. AI로 할 일은 어떻게 찾는 거예요?
일하다가 한 시간 넘게 뭔가를 붙잡고 있으면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하고서 포스트잇에 적어둬요. 그렇게 리스트를 몇 개 모으고, 이 중에 어떤 걸 AI로 대체할 수 있을지를 하나씩 시험해보는 거죠.
Q. AI에 맡기면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왔나요? 혹시 아닐 땐 어떻게 다듬어가요?
사실 한 번에 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어요. 그래서 만들어두고 끝이 아니라, 계속 고치는 걸 전제로 해요.
예를 들어 제휴 제안서를 제작할 때는 일하는 순서를 바꿔봤어요. 원래는 PPT로 만들게 한 다음에 결과물을 고치는 식이었거든요. 그런데 제휴사마다 담아야 할 맥락이 달라서 매번 고칠 게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제작하기 전에 제안서의 목적과 목차를 AI에 보여주고 피드백 받아요. 목차가 확정된 다음에야 완성본 제작을 요청하죠. 초반에 목차 합의에만 시간이 걸릴 뿐, 완성본을 받은 뒤 방향을 뜯어고치는 수정이 사라지니 한 건당 총 소요 시간은 오히려 줄었어요. 그렇게 확보한 시간은 ‘무엇을 왜 만들지’를 먼저 고민하는 데 쓰고요.
Q. 반대로 절대로 AI에 맡기지 않는 일도 있나요?
타깃에게 작동하는 메시지를 만드는 일이요. 사실 이것도 한번 AI에 맡겨본 적이 있어요. (웃음) 토스 단말기의 기능 중에 결제 시 매장 리뷰 작성을 자동으로 유도해주는 기능을 홍보하고 싶어서, 영상 광고 스크립트 제작을 통째로 시켜봤거든요. 기능 강점이며 타깃이며 스크립트 톤까지 엄청 상세하게 넣었는데도, 결과물이 너무 평이하더라고요. “사용자가 결제하면 곧이어 리뷰를 남기라고 안내해줘요”라는 문구 아래에 기능의 장점을 단순하게 1, 2, 3으로 나열하는 식이었어요.
근데 사장님이 광고를 진짜 클릭하게 만드는 건 그런 정제된 문장이 아니에요. 리뷰가 적어서 손님이 안 올까 봐 초조한 마음이나, 손님한테 “리뷰 좀 써주세요”라고 한 명 한 명 부탁해야 하는 뻘쭘함 같은 날것의 감정을 건드려야 하거든요. 이런 인사이트를 직접 넣어주지 않으면, AI 스스로는 사장님들이 클릭할 포인트를 끝까지 못 잡더라고요.
성과가 좋았던 광고 소재들을 학습시켜서 다음 메시지를 뽑게 해보기도 했는데, AI가 뽑아준 메시지와 사람이 뽑은 메시지 중에 결국은 사람이 뽑은 쪽이 늘 이겼어요. 그래서 타깃에게 작동하는 메시지를 만드는 일만큼은, 끝까지 제가 직접 해요.
Q. 그 차이를 만드는 ‘사람’만의 능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감정을 읽는 거예요. 대면 영업을 떠올리면 쉬운데, 앉자마자 제품 설명부터 시작하는 사람과 짧게라도 마음을 트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판매에 성공할까요? 당연히 후자겠죠. 저는 광고도 결국 10초짜리 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광고가 재생되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설득해야 하니까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상대에게 공감하면서 원하는 걸 알아채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AI는 데이터를 아무리 줘도 지금 이 사장님이 어떤 상황이고 어떤 마음인지까지는 못 읽어요.
다른 하나는 그렇게 공감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거고요. AI도 감정을 묘사하는 건 잘해요. 근데 사람을 진짜 움직이는 건 잘 정리된 묘사가 아니더라고요. 같은 말도 사장님들이 평소 쓰는 언어로 해야 닿는데, AI는 '이렇게 표현해줘'라고 알려주기 전엔 그 말을 스스로 고르지 못해요. 예를 들어 저희 제품의 정식 명칭은 '토스 프론트'지만, 광고에서는 '토스 단말기'라고 쓸 때가 많아요. 사장님들에겐 '단말기'가 익숙한 말이라 다들 그렇게 부르시거든요. 이런 건 사장님들이 평소에 어떤 말을 쓰는지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라야 골라낼 수 있어요.
Q. 사장님의 마음을 읽거나 말을 고르는 건 결국 감각의 영역처럼 들리는데요. 그 감각은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타깃을 더 잘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것 같아요. '타깃을 이해한다'는 게 추상적인 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뭘 안 좋아하는지 계속 들여다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SNS에서 사장님들 계정만 팔로우하는 전용 계정을 만들었어요. 그러면 알고리즘에도 사장님과 관련된 게시물만 뜨는데, 게시물을 보면서 마케팅 캠페인이나 인터뷰 콘텐츠에 섭외할 만한 분, 장사 철학을 배울 만한 분을 찾으며 연구하죠.
그리고 만든 광고가 안 됐을 때 '안 됐네, 다음 거 하자' 하고 넘어가지 않으려고 해요. 왜 안 됐는지 끝까지 따져보고, 고쳐서 다시 만들어보는 거죠. 그렇게 원인을 찾아서 한 번이라도 성공까지 가본 경험이 다음 전략을 짤 때의 밑천이 되더라고요.
Q. AI가 더 빠르게 발전하면 마케터라는 직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솔직히 마케터가 무조건 안전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몇 년 뒤면 메시지 전략을 빼고는 거의 다 AI가 할 수 있게 될 거고, 그러면 회사마다 필요한 마케터 수도 줄어들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AI가 잘하는 일은 오히려 빠르게 넘겨요. 업무를 하다가 비효율이 보이면 하나라도 더 찾아서 맡기죠. 그런데 AI는 딱 거기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도구예요.
그렇게 번 시간은 메시지를 뽑아내고 공감으로 전략을 짜는 데 더 써야 한다고 봐요. 마케터의 승부는 거기서 갈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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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AI를 활용해서 가장 공들이는 작업이 있으신가요?
디자이너가 프로토타입* 개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고 있어요.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 전, 미리 만들어보는 시험용 초기 모델
IT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가장 큰 병목은 디자이너가 만든 시안과 실제 제품 사이의 간극이에요. 시안은 그림이지, 실제로 동작하는 제품이 아니라서 사용자가 만나는 실제 화면이 되려면 개발자가 코드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구체적으로는 화면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가이드 문서로 풀어 설명하고, 개발자가 그걸 코드로 옮기는 과정을 거치는데, 수정이나 의견을 나누는 절차가 길어질수록 처음 의도에서 점차 멀어지기도 해요.
그런데 AI가 디자인의 본래 의도를 그대로 구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거죠. 심지어 개발 언어를 하나도 몰라도 일상 언어로 AI에 이야기하면 금방 완성돼요. 덕분에 기존에는 기능 하나를 구현하는 데 일주일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하루면 충분해요.
Q. 디자이너에게 마냥 반가운 변화일까요? 전문 지식 없이도 누구나 결과물을 낼 수 있게 됐다는 얘기이기도 하잖아요.
좋기만 한 일은 아닐 수 있죠. 예전에는 학원에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만 배워도 오래 먹고살 수 있었어요. 다루기 어려운 툴이었으니까, 그걸 쓸 줄 안다는 사실만으로 일이 맡겨졌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AI에 말로 시키면 결과물이 나오는 시대잖아요.
토스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몇 년 전, 이미지 생성 AI가 처음 나왔을 때 업무에 활용하려고 사내용 그래픽 툴을 만들었어요. 그때 엔지니어링에만 약 3년이 걸렸거든요. 지금은 이미지 생성 AI 새 모델이 나오면 누구나 그냥 바로 그 정도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요. 공들인 시간이 무색해질 만큼요.
다시 말해, 도구를 다루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되던 시기는 지났다는 뜻이에요. 지금 만들고 있는 작업 환경도 몇 달 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고요.
Q. 어쩌면 그 경쟁력에 기댔던 사람들도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그런 불안은 없으셨나요?
처음엔 너무 충격적이어서 순간 그런 생각도 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위협감보다 해방감이 더 커지더라고요.
그동안 저는 조직과 함께, 어떤 화면이 토스다운지, 어떤 표현이 더 나은지를 가르는 디자인 기준들을 만들어왔어요. 여러 사람이 만들어도 하나의 토스로 보이려면 꼭 필요한 일이었죠. 다만 사람마다 그 기준을 온전히 익히는 데 편차가 있어서, 길게는 몇 년씩 걸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늘 ‘내가 하나하나 검토하지 않아도 기준들이 알아서 지켜지는 인프라가 있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AI에 그 기준을 입력하면 바로 기대 수준에 맞는 결과가 나오니까, 좋죠.
Q. 그렇다면 이 시대 디자이너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그래서 이 시대에 디자이너에게 더 중요해진 역량은 도구를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이 더 나은지 판단하는 눈인 것 같아요.
이제 결과물 자체는 AI가 금방 만들어주잖아요. 버튼 하나만 누르면 그럴듯한 화면이 나와요. 그런데 그게 그럴듯한 수준에서 멈춘 건지, 정말 좋은 건지 가려내는 일은 여전히 사람 몫이에요. 이 시안이 저 시안보다 왜 나은지 설명할 수 있어야, AI가 아무리 많이 만들어줘도 그중에서 쓸 것을 고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 판단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해요. 영원히 못생긴 것도, 완성된 좋음도 없으니까요. 지금보다 더 나은 게 있을 거라고 믿는 태도까지가 그 눈에 포함되는 것 같아요.
Q. ‘판단하는 눈’이 중요해졌다고 하셨는데, 그 감각은 어떻게 기르나요?
두 가지가 필요해요. 하나는 호기심이에요. 호기심(好奇心)이라는 단어를 뜯어보면 좋을 ‘호’에 기이할 ‘기’거든요. 말 그대로 ‘기묘한 것을 좋아하는 마음’인 거죠. 저는 평소에도 눈에 툭 걸리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왜 걸렸는지를 계속 고민해봐요.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나는 무엇을 좋다고 느끼는가’에 대한 자신만의 판단 기준이 쌓여요.
다른 하나는 직접 만들어보는 거예요. 저는 AI 결과물을 받으면 항상 한 번은 더 부족한 점을 찾아서 손을 대봐요. 마음에 들더라도 끝까지 한 번 더요. 그렇게 직접 고쳐본 경험이 쌓이면, 어디가 왜 부족한지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겨요. 그제야 무엇이 더 나은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거고요.
Q. 그렇게 눈을 길러도, AI가 계속 발전하다 보면 결국 그 눈마저 따라잡지 않을까요?
따라잡을 거예요. 그런데 그사이 사람은 또 다음 걸 만들고 있을 거고요. 이렇게 쫓고 쫓기는 데는 끝이 없다고 봐요.
지금은 새로운 일도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하는 익숙한 일이 되겠죠? 그리고 익숙해진 일은 AI가 금방 해내고요. 그러면 저는 또 새로운 걸 찾을 거고, 그렇게 찾은 일도 언젠가는 익숙한 일이 될 거예요. 아무리 가도 따라잡고 잡히는 구조인 거예요.
그러니 불안이 사라지진 않아요. 솔직히 가끔은 벅차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그 불안을 굳이 없애려고 애쓰기보다는 쫓기는 와중에도 기어코 저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몰입하고, 다음 걸 만들어요.
이 시대 비개발자들의 AI 활용 팁
Interview·Edit 유서진 Graphic 조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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